지난주 지리산 종주 뒤끝이라 그냥 집에서 쉴려하다가
마침 승학산 벙개가 올라와
승학산 산행을 결심하였다.
멋모르고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급히 산행 준비를 한다.
예기치 않았던 계획으로 변변히 준비해 갈게 없다.
얼른 아이스 커피를 만들어 보온 병에 넣고
던킨 도넛에 가서 도넛 몇개 사들고 대신동 처가로.
9시 10분
하단 본 병원 앞에서
숄,깨숌,달래,폴 그리고 나의 애처로 구성된
승학산 벙개 산행팀이 꾸려져
산을 오른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전망이 터지며
산과 강, 바다가 어울러진 멋진 풍광이 연출된다.
가덕도 너머 거제도까지 한눈에 들어 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지척에 두고
여태껏 승학산에 한번 오르지 못했다는것은
사하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나로서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세상이 마치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듯이 멋진 풍광을
펼쳐 보인다.
숨이 탁 트인다.
시원한 청량감이 폐 구석 구석 미쳐 온다.
저 복잡한 도심을 한발짝만 넘어가면
광활한 바다가 펼쳐져 잇다는것이 침 신기하다.
바다를 보러 한 소녀가 집을 떠났다.
길을 가다 그녀는 아주 큰 산을 만났다.
그래서 그만 그 소녀는 산 아래 터를 잡고 살게 되었다.
산을 넘어 갈 엄두를 못냈던 그녀는
영원히 산을 보지 못한 채 산 아래에서 숨을 거두었다한다.
자유가 아무리 코 앞에 있다하여도
그저 주어지는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을 향한 끊임없는 집념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오늘을 택해 산에 오르기를 정말 잘 한것같다.
송도 앞바다 너머로 희미하게 대마도가 보인다.
내가 있는 몰운대는 아미산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낙동정맥 이어가는 산들의 흐름이
끊기듯 이어지며 바다에 힘겨이 도달한다.
저 너머가 대간의 끝자락이다.
국토의 엄연한 끝이요
산의 끝이다.
산 위에서 보면 이렇게 세상의 흐름이 분명해진다.
구름이 참 멋진 날입니다.
파란 하늘을 향해 마음껏 펼처진 작약꽃처럼
파란 하늘이 온통 흰 꽃들의 화원입니다.
기분이 고무됩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더위를 잊고 있습니다.
호사 치고는 너무나 눈부신 호사입니다.
아내와 함께 이 산정에 서 있어 더욱 행복합니다.
서쪽 하늘도 어느새 멋진 구름을 만들어 냈습니다.
파란 하늘아래 가덕도에서 거제도로 이어지는 다도해의 섬나라가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며 펼쳐집니다.
가슴을 풍선처럼 부풀려 마음껏 강바람을 마십니다.
깨솜님께서 이렇게 강의 기운과 산의 기운이 마주 만나
건강한 터를 만드는 곳 중에는 승학산만 한곳이 없다고
넌저시 일러줍니다.
승학산 자락에서 오래 사신 깨솜님을 하단댁이라고 택호를 붙여줍니다.
현해탄으로 미끌어져가는 남쪽 구릉들
김해쪽 평야 너머로 펼쳐지는 저 산들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마치 강과 들이
쓰나미처럼 밀려 오는 도시화를 힘겹게 막아서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산속 깊은 살을 파 먹어며 들어오는 아파트 숲을 보며
산을 헤치는 일이 곧 삶의 터전을 잠식하는 일이라는
자명한 답을 얻는다.
생인손을 앓듯 가슴이 아린다.
남쪽 바다 쓰시마 섬위로
용을 닮은 구름이 하나 떠있다.
승학산이라는 곳은
산이면 산,바다,강,들 그기다 덤으로 이웃나라까지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유일한 곳이지 싶다.
보면 볼수록 참 멋지고 아름다운 산이다.
덜어 낼것 없는 아름다운 처녀,
고혹적인 눈부심 그 자체다.
살짝 들어 올린 작은 봉우리가
차분한 휴식처럼
주봉에 기대어 있다.
오늘처럼 선명한 대마도의 실루엣을 보기는
근자에 처음이다.
마치 신비의 섬 이어도를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섬이 갑자기 솓구칠것 같은 묘한 기분.
신비스러운 대마도 모습에 카메라를 떼지 못하겠다.
저 신비스러운 섬의 모습을 과연 사진에 담을 수 있을까하는 의아심으로
도저히 발걸음을 뗄 수 없다.
아무리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도무지 나쁜 내 눈에는 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내눈에 빤히 보이는 것을 카메라가 보지 못할 경우
낭패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물처럼 받은 이 소중한 풍경을
카메라가 부디 잘 담아 주기를 기도한다.
정상에서 초이님을 만났다.
정말 부지런한 분이다.
어제 독일에서 도착하자 마자 어제 벌써 해운대에 다녀 오셨다한다.
그기다 오늘 벙개 산행까지
정말 어마 어마한 에너지다.
배 속에다 핵 융합 발전소를 지니고 다니는 모양이다.
말씀을 나눌수록 그저 놀라운 능력 뿐!!!
초이님이 사주시는 아이스캐익을 먹으며
이런 저런 먹는 이야기를 하다
그 옛날 광복동 석빙고에서 아이스 케키 먹었던 추억을 떠올린다.
신선대 너머로 오륙도가 아기들 치아처럼 가지런히 보인다.
광각 렌즈의 능력은 여기까지다.
용호동에 새로 생긴 SK 아파트가
예쁜 능선의 실루엣을 부수며 서 있다.
세상의 반이 하늘인듯 구름 배경이 한없이 시원스럽다.
꽃 이름 아시는 분?
기상대와 레이더 기지가 마침내 눈높이로 다가왔다.
나는 지금껏 대신동 동아대 뒷산을 구덕산이라 알고 있었다.
그런데 레이더 기지가있는 저곳이 구덕산이라고 한다.
구덕산 시약산 엄광산 구봉산
부산서 54년째 살고 있건만
어릴 때 올라놀던 구봉산과 수정산을 제외하면
천지 세상을 분간 못하고 용케 살아 온 셈이다.
고등학교도 저 산 자락에서 다녔는데도...
밥먹기 전에 비장한 마음으로 한컷.
그 새 식구가 불었다.
승학산에서 이남재님의 부인을 만났는데
구덕산 꽃마을 내려오며
민주 공원에서 산을 탄 이남재님도 만나
식구가 여덟명으로 불었다.
다 고만 고만한 나이에
중년의 나들이를 여유롭게 즐긴다.
산 인연이란 이래서 좋다.
특히 갑장인 남재님
나보다 하루 늦게 태어나셨다.
한 여름에 밥 세그릇 어디냐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화투판이 아닙니다.
꽃동네에서 예정대로 식사를 했다.
초이님께서 오리탕 두그릇을 사 주시겠다는데
염천에 왠 오리냐며
여성 회원님들이 극구 사양.
막걸리에 도토리묵
산채 비빔밥을 먹었다.
생각보다 산채 비빔밥이 맛있다.
시락국도 맛깔지고.
막걸리 두잔에 기분이 업!!
희한하게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다.
산사랑에서 술는거 맞네 ㅋㅋ
소박하지만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점심.
다음에 오더라도 꼭 이집에 와야겠다.
산마루라는 집이었던가.
그 땐 오리탕 한그릇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삼년을 요 아래에서 다녔으면서도
여기 한번 오지 못했다는 사실이 좀 이상하다.
30년도 더된 옛날이니
그 때는 동네가 이렇게 발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등산 인구 자체도 적었으니까.
이 동네를 처음 안것은 장모님 사십구제를
내원정사에서 모시고 부터이다.
구덕산 숲에서의 여유
모름지기 산행의 여유란 이런것이다.
나무 그늘에 앉으니 불지 않던 바람도
호 입김 불듯 불어 온다.
한 여름 더위도 잊고 담소에 여념이 없다.
아! 달콤한 휴식.
멋진 숲에 자꾸 눈이간다
이 숲이 이 나마 보존된것은
아마도 산 아래 저수지 때문이리라.
일제는 부산에 몇군데 저수지를 만들었다.
누구나 잘 아는 성지곡 수원지,구덕산 수원지
그리고 초량 뒷산에도 저수지가 두개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동일 초등학교와 동 중학교가 섰지만
내가 어릴때만해도 수정산과 구봉산 물을 가둬
시퍼런 물이 공포 스럽게 느껴질 만큼 저수지에 물이 많았다.
이 물들은 물론 부산항을 드나드는 일본 배들에게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것이다.
구덕 공원으로 하산.
구덕 공원 아래는 예나 지금이나 부촌이다.
부촌 답게 주위가 조용하고 집집마다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연립 주택과 빌라에 밀려 정원이 사라져가고 있는 요즈음
담 너머로 마음껏 집 주인의
꽃과 나무에 대한 사랑과 역량을 자랑하는
이 단독 주택들이야 말로 이 시대 주거의 허파이다.
참으로 묘한 생김새의 꽃이 담벽을 장식하며 만발한 어느 주택을 지나며
신기해서 한장.
-후기-
1956년 엄광산에 가서 찍은 경남 중학교 일학년 소풍사진입니다.
똘망 똘망한 아이들의 눈망울과는 대조적으로
배경이 되는 엄광산의 헐벗은 모습을 보고
저는 가슴이 메여 눈물이 났습니다.
나라가 힘이 없고 가난하면
국토도 헐벗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나는 1957년에 태어나 이 땅의 산림 녹화와 함께 성장한 셈입니다.
나무가 자라나 푸른 숲을 이룬 역사가 우리 세대의 삶의 궤적입니다.
이렇게 피땀 흘려 가꾸어 놓은 소중한 우리의 산하를
진정 잘 가꾸고 보존해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하겠습니다.
산을 사랑합시다.
숲을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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