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영덕 팔각산(090620)

poll™ 2009. 6. 22. 11:41

 

 

 

 팔각산 산행할 때 한번은 듣는 말.

"팔각산 만만한 산 아니다"

 

팔각산 등산후 자주 듣는 말

"솔직이 8봉중에 한 두개는 빼 먹었지"

 

정말 낙타봉 보다 더 가파른 산 봉우리 8개를

심신이 걸레가 된 상태로 오르내렸다.

 

어제 산에 간 분들은 다 한 마디씩 하셨을거다.

"비 온다해서 안 올려다 왔는데 날씨 겁나게 좋네."

 

한편으로는 사우나식 더위로

여름날 세퍼드처럼 씩씩거리며

"왜 이리 덥냐."

"물 물 물"

 

팔각산

정말 근자에 오른 산중에

제일 독하고 힘든 산이었다.

 

여름날 오르기에는

정말 "나쁜산"이었다.

 

 

 

 

 

 

 

 

 

 

 

 

 

 산을 오르며

자꾸 하늘에 눈이간다.

 

산에 어울리는 하늘이 아니라

하늘 아래의 산 풍경을 보는듯하다.

 

 

 

 

멀리서 바라보면 참 오밀 조밀한 봉우리다.

사실 그럴지도 모르겠다.

4시간의 길지 않은 시간으로 오를 수 있는 산이니

크게 걱정할것도 없는 산행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저 어코디온같은 산 봉우리들을 좍 펴 놓으면

최고봉은 1000m 높이는 족히 될듯 싶다. 

 

 

 

 

 지속적인 오르막

잠간의 내리막 뒤에 다시 오르막

미끌거리는 바위 길.

 

나에게 불리한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출발부터 몸 상태가 삐긋거리며

피로가 극심하게 밀려오더니

결국 주저 앉은 자동차처럼

몸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언제나 다이나믹한 리베님.

5년후 지리산 종주 함께하자는 계획

저도 꼭 동참 할 수 있었으면... 

 

  

 

 

 동해를 가로 막은 산들의 장벽이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서서히 내려간다.

 

길은 쉴 사이 없는 오르막이다.

좁은 길에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

정체를 이룬다.

정체가 다 고맙다.

 

 

 

 

 산아래 저 파란 지붕들은 뭔가.

좌측의 제멋대로 구획된 논에 대비돼

묘한 아름다움을 주고 있지만

햇살이 설익은 밥알처럼 거친 대낮이라

빛들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다.

사진이 고약해지고

몸이 벌써 지치니

의욕 머저 상실이다.

어깨를 무겁게 내려누르는

나의 완소 카메라가 오늘은 애물단지처럼 느껴진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는 기분으로 산을 오른다.

내일을 마치 극복해야 할 고난의 대상처럼 여긴다.

오기만이 나의 힘이다.

오늘의 오기로 내일을 무릅쓰자.

이런다고 힘이 더 생길리 만무하지만

이 무덥고 긴 길에

딱히 무슨 생각을 하랴.

생각도 오늘은 햇살처럼 무미하다.

 

 

심 박동수를 내가 따라 가 셀 수 없다.

이런 빈맥의 끝이 심정지는 아닐까

은근히 불길한 생각을 다 해본다.

 

어디  한 뙤기 햇볕을 피할 곳도 없이 험한 산 봉우리에 주저 앉아

씩씩거리는 내가 한편으론 측은하고

한편으론 한심하게 여겨졌다.

뒤 따라 오는 분께 죽염을 얻어먹어 본다.

계란 냄새가 났다.

나는 영락없이 더위 먹은 강아지다.

 

 

 

 

 

 

 

 

 

 

 

 

 

 비온 뒤의 푸른 하늘

정말 정감이 간다.

 

푸른 하늘은 늘 갈증이다.

바라 볼수록 더 퍼 마시고 싶은 중등도의 갈증

 

하늘 보며 긴 숨을 내 쉬고

큰 소리 한번 지르며

내가 나를 독려한다.

 

악산 이다 악산.

내 언제 산을 오르며 산을 탓한 적 있었나.

산은 산 그대로 있을 따름이요

나는 나 나름으로 산에 오르고 있을 뿐이거늘

무엇을 탓하리오.

 

그냥 산은 산이요

나는 나일 뿐인것을.

그런데 오늘은

산과 나 사이에

고통이 게발처럼 거칠게 걸려있다.

 

 

 

 

 

뒤돌아 보는 산의 자태가 아름답다.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산이기에

이리도 나를 괴롭히는지.

뒤돌아 면상 한번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래도

차례로 앞에 놓인 능선보다는

뒤켠에 다소곳이 물러난

지나온 봉우리들에 더 마음이 간다.

 

 

 

 

 

 천국으로 가는 여섯번째 봉우리에서

모처럼 "우리편"끼리 남았다.

 

우리편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편이다.

아니 내편이다.

아니 역시 우리편이다.

우리라서 더 좋다.

 

 

 

 

 

 

 

 

 

 

 

 

 

 

 

 

 

 

 

 

 

 

 

 

 

 

 

 

 

 

 

 

 

 

 

 

 

 

 

저 뱀의 이빨같이 사나운 바위들을 보라

독이 바싹오른 살모사를 느낄정도다.

하지만 더위를 잔뜩 집어먹은 나에게는

무슨 감흥이고 감정이 이입될 여유가없다.

내 코는 이미 석자이고

다리는 풀려 해파리처럼 허느적거린다. 

 

 

 

 

 자꾸 뒤쳐지는 나를 하니님이

뒤에서 밀어 주신다.

몸이 뜬것처럼 가볍다.

 

이 분 어디에서 요런 착한 마음씨가 다 나올까.

암턴 내가 진 신세가 님에게 積德 되어 돌아갔으면...

 

그러나 이번엔 다리가 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이 무선 복합 장애란 말인가.

떠 밀려 오르는것 조차 현실은 더 버겁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는

힘이 덜 든다.

알싸한 피로감이 또아리처럼 몸을 감아 왔다.

 

 불과 얼마 남지 않은 길도 어찌나 가파른지

뛰어 갈길을 기어서 가고 있다.

 

평소같으면

다 내려왔다고 생각되는 눈 앞에 보이는 마을길도

엄청 지루하다.

산에서 내려 와 버스로 이동하는 사이의 길 조차 십리길 같다.

 

- 후  기-

 

참고 묵묵히 나아가는 길이 모두라면 얼마나 좋을까.

팔각산 팔봉을

천국으로 가는 8개의 관문으로 생각하고

봉우리를 죄 넘었다.

 

부디 내 삶에 펼쳐질 일들이

나를 시험에 빠트리는 길이 아니기를,

 

팔각산 산세보다는 평탄한 길이기를

견딜만한 길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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