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바데산 가는 길

poll™ 2009. 9. 10. 11:04

 

 

 

 

산행을 포기할까보다.  

건천을 지나 포항으로 가는 길.

나는 수도 없이 포기라는 단어를 되뇌인다.

몸과 마음이 어디가 먼저랄것없이

포기를 권유한다.

버스가 달린다.

포기가 멀어진다. 

 

 

 

공지영의 말처럼

마음도 근육을 키워가듯 키워 나가야하는것인가 보다.

약물에 지친 몸을

마음이 힘들여 일으킨다.

아니 마음의 마음이 마음을 일으킨다.

 

아픈 몸으로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르다말고 곧 멈추어 선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그늘에 앉아 땀에 젖은 몸을 말린다.

몸이 냉면그릇처럼 차다.

붉은 적송이 오늘 따라 상스럽다.

 

 

 

 팔각산

  

빠른 맥박이 진동기처럼 마음을 어지럽게 흐트러놓는다.

올라야할 산과 내려가야할 산을 자꾸 견주어 본다.

 

산을 오르는 것 보다

산행을 포기하는 일이 어쩜 이리 힘들단 말인가.

힘들여 오른 지난 날의 산행을 떠올린다.

 

산행을 포기하고

지친 심장을 쉬게하며

스스로를 이완시키는 일.

실패를 인정하고 목에걸린 올무를 푸는 일.

이것이 지금 당장 내가 내야할 용기이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몸을 누인 시간은 무척 길게 느껴졌다

 마음의 갈등은 신이 난듯 머리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결국 가던 길을 돌아서고 말았다.

이것도 경험이라면 소중한 경험이라 할수 있지 않을까.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쉬웠다.

이렇게 만든  잉여의 시간으로

나는 세상을 더 예각으로 바라보는 즐거움을 얻었다.

 마음을 더 치장했다.

더 많이 상상하고

더 개인적이 되었다.

그리 나쁜것도 아니었다.

  

 

실패에 대한 위로는 없었다.

생각보다 나는 스스로에게 가혹하구나 하는 별 할 필요도 없는 생각을 다 했다.

 

늦여름의 풍경은 어느모로나 지루하다.

코발트빛 하늘과 흰 구름조차 없었다면

얼음없는 화채처럼 이 계곡은 얼마나 미지근한것이 되었을까.

 

 

 

 

아내가 사준 유부초밥을 먹는다.

오이소박이 한조각을 같이 먹으니

목구멍 넘기기가 여간 개운치 않다.

오이 소박이야말로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는 반찬이다.

심지어 피자와 함께 먹을 때도 그 달짝지근한 서양식 피클보다 훨신 잘 어울린다.

나는 십자로 사등분한 오이소박이를 일일이 갈라내어

한입 한입 정성스레 먹는다.

 부추잎에 아직 늦여름이 걸려있다.

 

 

고들빼기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에 놓인 평상 위에 몸을 누인다.

세시가 지났는데도 산을 올라간 사람들은 내려오지 않는다.

잠을 청한다.

박속처럼 텅빈 잠이다.

잠이들었는지도,내 깨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속이 어지럽다.

겨우 15분이다.

또 잠을 청한다.

약한 바람에도 몸이 아린다.

몸이 좋지 않다.

 

 

 

츄파츕스같은 푸른 열매가 바람에 눈물처럼 흔들거린다.

어린 시절 저걸로 아이들을 괴롭혔지.

별 특징없이 지나온 나의 빛바랜 유년.

생각해 보면 비단 유년뿐 아니라 50을 넘은 내 삶 전체가

풀죽처럼 희멀건한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지루하기만 내 과거를

누구에게 설명한다는것은

생각만 하기에도 지겨운 것이다

늘 내 과거는 필요없이 달린 육손이의 손가락같다.

 

 

 

 

참 매미가 운다.

매미 울음이 귀에 그스렁처럼 걸린다.

세상이 매미 울음처럼 단조롭다.

골격을 갖추지 못한 극피동물처럼

세상이 허느적거린다.

몸이 아프다.

생각해보니 세상은 이전부터 다 아픈거였다.

죽음을 상상한다.

햇살이 삭은 김치처럼 무르다.

죽음마저 무르다.

 

 

 

죽음을 생각하다 

모처럼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보는이 없으니

그냥 울어버릴까...

울컥하고 가슴 아랫것이 치밀어 오른다.

그것뿐이다.

오늘은 슬픔도 제대로된 슬픔이 아니다.

슬픔이 설된 밥같다.

이것이 다 고립을 자초한 결과이다.

산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산 속에 혼자 놓이면 돌아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돌아버린 걸까.

 

 

 

 

 

 

 

느닷없는 슬픔에는 목적이 없다

거짓말을 하는것도 아니다

순수한 정화다.

 

뜻밖의 눈물은

바위 틈에 자라나는 이끼 같은것.

밤늦게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20번 andantino를 듣는것.

브람스의 현악6중주.

옛 사랑을 반추하는것.

 

 

 

지루해 기다리는것은.

이 바람빠진 기분.

 

결국 시간은 어디론가 이어지겠지.

 

느슨한 이 시간으로부터

숨막히는 도시의 밤까지

마치 퍼즐 조각처럼

처음엔 뭔지 모를 조각들이

마침내 하나의 그림을 완성되는것처럼

그래

마침네 완성되는 거야.

 

비틀즈의 오래된 노래.

길고 바람부는 길.

그 길이 실처럼 가슴에서 풀려나가는것 같아

가슴이 비워지는것 같아.

 

아! 지루해.

바람빠진 풍선처럼 나는 졸려.

이 시간의 끝은 어딜까.

 

The long and winding road

That leads to your door

Will never disappear

I've seen that road before

It always leads me here

Lead me to your door

 

 The Long And Winding Road- The Bea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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