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천성산:화엄벌-2봉-짚북재-내원사 입구

poll™ 2010. 10. 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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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종주계획을 파기하고 임시로 잡은 산행지.

천성산.

 

지푸네골이란 참 정감어린 이름의 계곡을 따라 화엄벌에 이르는 초입에서

단체사진 한장 찍는다.

 

우리나라 사람들 속이야 어떨지 몰라도 겉은 이렇게 다 과묵하다.

찍사의 의무는 사진을 찍는것보다

사람들의 감춰진 예쁜 속내를 드러내게하는것인데

때로는 나훈아처럼 바지라도 벗어내리고 싶을만큼 답답할 때도 있다. 

 

 

 

 

 

 

 

 

 

뜻밖에 돌무더기를 만난다. 

 

 

 

 

돌무더기 앞에서는 웃음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비가 주적거리며 심술맞게 내린다.

일년 농사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을비다.

산행에도 마찬가지다. 

 

 

 

 

 

 

 

 보무도 당당한 고문님.

고문님과 산행을 하다보면 말할 수 없는 안도감같은것을 느낀다.

이리저리 알듯 모를듯 난 산길이며

야생화,약초,산나물에 이르기까지 배울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저런 말씀을 듣다보면

어느듯 나도 모르게 산에 올라와 있다.

 

 

 

 

 

 

 

 이상하게 아직 천성산 억새는 철이 이른것 같다.

주적거리는 비탓일까.

 

금정산에도 신불산에도 경쟁하듯 피어오른 억새들이

여기서만 이렇게 샐쭉하니 침묵을 지킬 이유가 없지않은가.

 

 햇풀처럼 미숙한 관모들의 연창을 부드럽게 들어가며

모처럼의 풍경을 뒤로한 채 바삐 화음벌을 빠져나간다.

 

둥글고 완만한 화엄벌 지혜의 능선이야 그대로겠지.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의 거웃처럼 수줍은 들길을 안개비 저어가며 걷는다.

 

 

 

 

 

산 897m 대단히 단호하다.

단호하기에 깨어져도 지지를 받는다.

 

열심히 싸웠지만 패한 선수들에게 보내는 갈채처럼

사진 한장 찍고 지나간다.

 

나는 장식을 들어낸 뒤에 오는 이런 분명한 호소력이 좋다.

산은 산으로 끝이다.

나머지는 가치 혼돈이다.

 

 

 

 

 

 

 

 

 

 너무 이른 산행이라 배고프지 않는 상태에서 얼른 점심을 먹어치웠다.

산을 내려가면 또 식사다.

이른날은 배를 비우는 산행이 아니라 채우는 산행이 되기 십상이다.

 약간 배고픈듯한 상태가 산행에 편하다.

아쉬울것도 없는 산행을 하면서도 산님들의 표정은 왜 이러실까.

 

 

 

 

 

비도 그치고 산마루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한소끔 분다.

산행으로써 이보다 더 흡족한 조건이 있겠는가.

 

어려울것도 아쉬울것도 없는 여유자적 그 자체,

힘들게 살아온 삶에대해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이런 행복은 행복인 채 고스란히 즐기고 싶다.

더 이상 몸을 괴롭히기도 싫고 과용을 부리기도 싫다.

 

그냥 이대로의 기분으로 산행을 마감하고 싶다.

행복이 부풀대로 부푼 풍선같다.

 

 

 

아이스케키!

아이스케키!!

 

아이스케키 장수

목 터져라 소리를 내지러는데

배낭내려 지갑 꺼내기는 귀찮고

이럴 때 누가 아이스케키 하나 사줄 이 없나.

 

아이쿠 천성산 산신령님,아니 행복님 감사합니다.

아이스케키 하나 기어이 얻어먹었다. 

 

 

 

 

 石人一體의 경지를 보여주는 사진 한장.

 

 

 

 

공룡능선

 

오늘은 행복을 고스란히 간직하기로함.

깨트리기 싫음

욕심을 경계함

넘어서지 않는 용기를 견지함

나 스스로에게 주는 위안이요 선물.

 

 

 

짚북재에서의 여유

 

 

 

 

 

따라나서는 용기도 소중하지만

따라나서지 않겠다는 확실한 거부도 그 만큼 소중하다.

오늘 산행은 어짜피 예정에 없던 산행이다.

그냥 즐기고 싶다.

 

푸른 하늘을

눈부신 숲을

겸연쩍게 다가오는 처녀같은 가을을

누운 채 만나는 하늘의 그물 같은 나뭇잎을

삽상한 바람을

게으런 여유와 해방감을.

멀리 떠나온 즐거움을

인절미처럼 똑똑 떨어져 나온 감미로운 추억을.

이 모두를 거저얻은것같은 만족감을

그냥 이대로 즐기고 싶다.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살아야합니까?

그냥 조용히 살아라.

 

조용히 사는게 어떤겁니까?

가만히 있으면 된다.

 

해달라면 해주고

아무말 없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다 해결된다.

음.....

 

두 고문님이 전해준 노후 처세술.

 

 

 

 

 

 

 

 

 

 

 

물가에서.

 

한여름이 지난터라 알탕하기에는 차가와진 물이지만

그래도 다리 하나 쉬게하기에는  시냇물만한게 없다.

땀에 젖은 머리를 말리고

흙탕에 더렵혀진 신발을 닦는다.

 

축복 위에 축복이 더해진듯 편안함이 밀려 온다,

그 편안함 뒤로 졸음이 난데 없이 뒤따라와

벤취에 걸터앉아 졸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행복의 풍선이 둥둥 떠가는 사이 내원사 뒤란에 물봉선이 터지는 소리가 예까지 들리는듯하다.

세상이 다 고요하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않은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않은

이 맛갈스런 행복을 내내 간직하고 싶다.

 

 

 

 

 

 

 

 

 

 

천성산 산행길은 복잡하기 이를 때 없다.

 

 

 

 

 

 

 

 

 

 

 

 하산 뒷풀이 주메뉴는 닭도리탕.

국적불명의 이름이지만

잘 먹었다.

 

 

 

술이 들어가면 눈이 풀린다고는 하더만

이분 눈이 어쩐지 꼭 그런 느낌이다.

 

- 후 기-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는 쉬워도

그 기분을 오래 간직하기는 참 힘들다.

 

느낌을 하나의 비유나 증거로

가슴 깊이 묻어 두고 싶을 때가 있다.

 

마치 어린 시절의 일기장처럼 따뜻한 기운,

 털옷처럼 포근한 추억을 하나 만든듯한 산행이었다.

 

언제고 꺼내들면

당장 힘이되어 줄것같은 행복.

누구랑 나누기 조차  싫은 하루였다.

 

 

 

 

 

Gabriel Faure
Romances sans paroles (3) for piano, Op. 17 
침묵의 로망스
Kathryn Stott, piano


3,1,2.....순으로 연속듣기

No 1 Andante quas
No.2 Allegro molto
No.3 Andante moder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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