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상운산-가지산

poll™ 2010. 11. 22. 13:11

 

일동 묵념!

 

며느리를 보신 강고문님의 패션이 예사롭지 않다는게 중론.

나이가 들어서도 이정도의 스마트함을 유지한다는것은 건강의 좋은 징표다.

건강하다는것은 아무튼 멋진일이다.

축복이요,생명의 원동력이다.

 

청춘에 대한 추념인지

출발이 자못 엄숙하다.

 

 

 

 

좀처럼 웃지않는 이들을 향해 온갖 설레발을 다 떨어보지만

우리 회원님들 사진 앞에서 너무 표정이 인색하다.

나부터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아예 사진에 찍히기를 좋아하지않지만

사진은 찰라의 결과물이니 만큼 기왕이면 활짝 펴진 얼굴을 담고 싶다.

 

맑은 가을 하늘아래

따뜻한 기운으로 사방이 옅은 박무로 채워진 영남 알프스의 최고봉.

세번째 등정이다. 코스도 사람들도 다 다르지만 기분만은 최고다.

 

 

 

 

멀리 상운산 앞으로 귀처럼 붙은 바위가 귀바위다.

날씬한 여자의 허리처럼 미끈한 능선 끝으로 가지산과 중봉이 걸려있다.

영축지맥 쪽에서 보면 그냥 일자로 이어진 무덤덤한 능선같아보였는데

여기서 보니 아름답게 구비진 태극모양의 마루금이 아주 입체적이다.

마치 대양을 처음바라보는 뭍의 사람처럼

한동안 산세에 넋을 잃어 눈을 땔 줄을 몰랐다.

 

 

 

 

잎을 다 떨어냈다고는 하지만

관목의 숲은 작은 가지만으로도 여전히 두텁다.

 

얼마나 현란한 힘이냐.

나는 생명의 밀도에 눌려 가던 길을 멈추어 선다.

마치 숲에서 마르지 않는 신비한 생명의 힘을 전해받으려는듯

심호흡을 하고 대기를 마신다.

정말 살아있는 기분이다. 

 

나는 숲이 주는 이런 역동적인 리듬이 좋다.

일주일간 굳어지고 도퇴된 내 마음 언저리가

가뭄 끝에 비를 만난 논처럼 부드럽게 해동된다.

 

마음으로부터 무언가가 자라오르는듯한 묘한 느낌.

나를 나답게하는 생육의 힘이다.

 

 

 

 

 

 

못가 본 길이 아름답듯

귀바위에 홀로 선 山人의 모습이 아름답다.

 

아름답다고 하여 나도 따라 흉내내어 볼 생각은 없다.

이미 나는 한장의 풍경으로 그도 함께 소유한 셈이므로.

 누가 그기 있은들 어떠랴.

 

정상석에서 인정샷을 날리고

아름다운 곳을 가리며 내 꼴불견의 모습을 담아 내는 일은 이제 싫다.

 

언젠가 풍경을 무상으로 담아가는 이 부질없는 業마저 극복할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그 날이 찾아 올 만큼 내가 전국의 산하를 원없이 두루 섭렵 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내 건강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나뭇잎은 거진 다 떨어지고

석남사 인근에만 겨우 단풍의 흔적이 남아있다.

 

단풍이 사위어 가는 불빛같다란 느낌은 상운산을 오르며 처음 느끼는 감정이다.

사람의 운명도 늦가을의 단풍같을거라는 서글픈 생각에 문득 미치자

세상의 길들과 산을 바라보는 마음이 잠시 숙연해진다.

 

정화된 마음 한켠을 싸고 도는 알싸한 냉기를 느끼며

동시에 혼자 걸어도 좋을 산길이란 생각을 까닭없이 했다.

 

 

 

 

이렇게 즐거운 사진이 있을까.

나는 이 사진을 내려주신 상운산 신령님께 감사드린다.

 

경쾌한 웃음 소리가 불꽃처럼 푸른 하늘 아래 팡 터지는 순간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사진을 찍는 내 마음이 다 즐겁다.

 

 

 

 

 

나도 저 산처럼 순한 짐승이되어

오늘처럼 햇살 좋은 날

어느 산길에서라도 한잠 늘어지게 자고 싶다.

 

서로의 마음 그늘을 빌려 사는 사랑처럼,

세월이 흘러도 영원한 사랑처럼

그렇게 산그늘 잠시 빌려  쉬고 싶다.

 

 

 

 

 

건강한 청년의 섬세한 근육처럼

산이 꿈틀거린다.

 

단단한 바케트 같은 현실이 등 뒤를 탕탕치며 나를 밀어낸다.

숫새벽의 그믐달 같은 청량한 산중의 바람이

문득 정신을 맑게 씻어준다.

 

밀생한 관목들이 생명력을 북돋운다.

세상이 다 싱싱한 겨울을 준비 중이다.

 

 

 

귀바위 가는길

 

 

 

 

 

숨은 사람 찾기

 

 

 

 

 

 

 

 

운문산 쪽 풍경

 

안이 밖을 만나고 밖이 안을 만나듯

가슴 답답한 놈 산 위에서 바람을 만난다.

 

가지산 정상에서 이슬을 맞으며 밤을 보내고

운문산 너머 억산으로 넘나들던 그때가 이미 먼 옛일 이다.

 

산을 넘나던 수많은 추억들이 봉우리 마다 깃들어 있는듯하다.

그 기억들이 새롭게 되살아 난다는것은

 산행의 편력들이 켜켜히 쌓여간다는 증거다.

나는 그때 그 기운으로 가지산 마지막 경사길을 힘내어 오른다.

 

 

 

 

 

능선이 장쾌하게 굽이치며 용수골로 흘르든다.

계곡을 사이로 산들이 서로 겹겹이 마주보며

장미처럼 소담한 꽃봉오리를 만든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우주의 중심인 셈이다.

 

눈먼 꽃처럼,

개결한 서역의 정토처럼

있고 없음이 다 헛것처럼 느껴진다.

세상이 끝없이 투명하다.

무소유의 자유를 얻는다.

 

 

 

 

서로 마음이나 보내자 산이여!

비단처럼 부드러운  꿈이여.

 

멀어질수록 동백처럼 쉬 져버리는 길들.

영원한 내것이라고는 없다.

 

다만 생은 한결같은 그리움이리니

어디선들 그리움 하나 지피지 못하랴.

서로 마음이나 보내자 산이여!

 

 

 

 

쌀바위가 있는 풍경

 

 

 

 

어느해 겨울처럼

몸을 날릴것 같은 찬 바람도 없고

산님을 멈추게 할 추위도 없다.

그런 가지산이 오히려 미지근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가지산은 칼바람이 불어야 제격이다.

 

포도알처럼 송글 송글 박힌 사람들을 피해 내려오는 길에

남재씨가 문득 사진 한장 찍어 준다.

갑장은 늘 한몸같이 편하다.

 

 

 

 

나는 가지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보는

이 황홀한 능선의 부침을 사랑한다.

S자로 휘어지며 오르내리는 이 능선은 인생 편력처럼 드라마틱해 보인다.

 

아! 그러나 청산은 멀다.

푸른 살볕아래 벼랑처럼 가득히 한을 품으며

저 어디쯤 싸늘히 흐려져만 가는데

점점이 녹빛 산죽을 키워내는

아! 청산은 멀다.

 

 

 

 

 

 

 

 

울산 방향 시계 실종.

 

석남사 아래로 유일한 트임인 울산쪽 조망은 오전 내내 실종이다.

이것이 다 빈곤한 바람 덕분이다.

 

뽀얀 세상이 아무리 세상을 답답하게해도

가지산의 위풍당당함을 가릴정도는 아니었다.

 

좋은 날씨를 맞아 산을 오른 님들의 눈망울이 다 그윽하다.

위대한 산이다. 

 

 

 

힘들여 한발 한발 오르는 산이야 말로 산이다.

 

 

 

 

내려서는 자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학익의 거대한 날개를 펴고 막 비상하려는 새처럼

가지산의 좌우 능선이 신령스럽다.

 

그 신령스러움에 눌려 우리는 길을 가다말고  벼랑 끝 조그만 바위 위에 모여

연신 부피없는 감탄을 쏟아내고 있다.

 

새는 우리 모두를 태우고 금방이라도 날아 오를 기세다.

산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고양된다.

무한의 폐곡선 위로 더디어 날아 오른다.

 

 

 

 

 

 

 

 

 

 

 

 

 

언젠가 산은 거대한 기억의 덩이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수없이 가지치기한 원체험이 없다면

생명력이 없는 백일몽에 지나지 않으리라.

 

발밑에서 아리하게 느껴지는 이 고통의 체험이야말로

무엇으로도 가공될 수 없는 원체험이다.

투박한 박수근의 나목과도 같이 살아있는 자산이다.

 

 

 

 

 

오늘 산행은 다 함께 하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함께 쉬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내려온다.

 

그러기에 이야기가 많고 자연 웃음이 많아진다.

산행이 잘 비벼진 비빔밥처럼 맛깔스럽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지인들이 모여 편안한 산행을 하는것.

매번의 산행이 이럴 필요는 없지만

한번쯤은 고명을 올린 음식처럼 이런 산행도 해봄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남아있는 늦은 단풍이

하오의 햇살을 받아 윤이 나게 반짝인다.

 

그 그늘이 아쉬워 나무아래를 맴돌다

늦은 햇살을 함초롬이 머금은 단풍잎을 담아 본다.

 

날씨가 따뜻해 가을이 가고 있는 줄도 몰랐다.

그래서 이 가을이 남긴 마지막 인사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 후 기-

 

생생한 꿈일수록 이루어 지기 쉬운 법이라는데

 나는 그런 꿈을 꿀 싱싱한 눈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살다보니

꿈을 꾸게하는것은 싱싱한 눈이 아니라

꿈을 만들어내는 박력이었다.

 

돌아보면 오늘 짧지않은 길을 걸었다

아마 오래전부터 이 길을 꿈꾸었는지 모를 일이다.

오늘은 가지산을 씩씩하게 다녀왔다.

박력이 꿈을 이루어 낸 셈이다.

 

 

 

 


01. To Dori / Stamatis Spanouda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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