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표현 할 수 없는 깊은 발걸음을
나는 원한다.
세상은 언어보다 훨씬 광대하다.
화살은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나아가는것 같아도
느린 화면으로 보면 요동을 치며 진행한다.
우리의 삶이 화살처럼 날아와 오늘에 닿은것 같아 보이지만
다 우여곡절이요,
희비의 점철이다.
산을 오르는 길이 그렇다.
산을 오르며 가장 피해야 할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냥 걸음으로써
걸음의 실체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걷고 있되 생각이 죽어있다면
살아가되 순간의 소중함을 잃은것과 무엇이 다르랴
현각 스님의 순간경
이 커피를 마시는 순간
재즈를 듣는 순간
걷고 이야기하고 산에 오르는 모든 순간
뺨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친구와 악수하며 감촉을 나누는 그 순간
순간.
그 순간이
팔만 대장경이다.
산을 바라보는 매 순간이 각성이요 성찰이다.
나는 월출산 장군봉을 면벽하는 스님처럼 마주보며
그 순간의 느낌을 강요받는다.
얼마나 큰 벽인가!
장군봉을 마주하면 나는 늘 집채만한 파도를 만난 기분이다.
그 느낌은 언제나 담백하고 답답했다.
단 한치의 답도 허용하지 않는 지독한 오만함으로
산은 한결같이 서있는 것이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지.
나는 길을 잃고 말았다.
글이 다 거짓이요
말이 다 허망하다.
삶의 궤적을 이어가는 내 생이 꼭 화살일 필요는 없다.
멀리 날아간 줄만 알았던 그 화살이
결국은 자기 발아래 꽂혀 있을 뿐이라는
내 벗의 말에 나는 찬성한다.
나는 거북처럼 천천히
삶의 정방향이 아닌 역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세상에 반응하는 내 생각의 숨결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매 순간 깨어있는 생각의 숨결이야 말로
삶 중의 삶이다.
마치 음악처럼
산의 아름다움이나 산행이 주는 의미는
때로는 너무도 모호해 글로 표현한다는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이전부터 내 사랑이 세상에 존재해왔던것 처럼
산행의 가치나 산의 아름다움은 내가 산을 오르기 이전 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산을 오르고 부터 내 사람이 내게 특별해지듯 산은 특별해졌습니다.
문제는 그 특별함,
그 특별함의 본질입니다.
말로 표현할 길없어
늘 답답한 철벽같은 대상인 그 본질.
월출산 장군봉과 같은 그 무거운 본질.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듯
늘 미혹인 그 본질이 문제입니다.
산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성을 덧입혀 세상에 내어 놓는 일이
마치 작곡가들이 음악을 세상에 내어놓은 일과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것은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듣고 부터입니다.
음악이 말보다 몇천배의 의미를 영혼에 채워주듯
산행 또한 짧게 걸은 몇시간에 비해
훨씬 많은 감동과 자기 정화를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산행을 통해
그냥 글을 거두어 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산행이 산행의 무게로 인해 가슴에 꽉 차버렸을 때
언어는 더 이상 무기력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떠오르지 않는 언어로 세상을 표현한다는것은 어려움 이전의 괴로움입니다.
그런 괴로움의 단어들은 불충분 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이지도 않습니다.
산은 산 하나의 단어로도 엄청난 무게요
근접할수 없는 힘입니다.
설사 산행을 통해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떠 올렸다 하더라도
이럴 경우에는 언어를 죽이고
생각의 긴장을 풀어버리는 편이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할 때가 더 많습니다.
빈약한 언어에 매달려 세상을 향해 변죽을 울리는 일이,
그 노력들이 오늘 따라 다 허무하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러나 더러 개암나무로 커피에 향을 입혀
헤이즐넛 커피를 만들듯
산에 입힌 언어가 나의 독특한 창작물이 될 경우도 있습니다.
흡족한 습작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이번 산행을 마치고 나는 도저히 하나의 산에게
매번 다른 느낌을 만들어 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멘델스존의 무언가처럼
후기를 산에서 느낀 느낌 그대로 남겨둘 생각을 하였습니다.
"점심은 먹지 않겠습니다."
먹지 않겠다는 선언이 이렇게 홀가분 할 줄이야.
걸음이 늦은 나는 언제부터인가
점심을 거름으로해서 그들과 산행시간의 차를 줄여 나갔다.
밥을 걸러도 시장하거나 힘이든다는 느낌은 없었다.
산을 내려가면 또 음식이 기다릴 판이니
구태여 점심을 먹어 무엇하겠나.
하기야 어린 시절 소풍에 도시락 까먹는 재미가 빠질 수 없듯
산행 중에 야외 식사의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밥을 제때 먹어야 한다는 것은 습관이요 삶의 관성이다.
밥시간을 빼 먹는것도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요즈음 일탈이라면 일탈이 아닐까.
"점심을 먹지 않겠습니다"
참 쿨한 선언이다.
삶이 늘 즐겁고 행복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현장은 나찌 포로 수용소이고
트로츠키는 암살당하기 직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했다지 않은가.
나는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죽어가며
한때의 행복을 떠 올리는 장면을 좋아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영화는 끝이난다.
즐겁고 행복한 인생이란 개인의 착각이요 희망이다.
그렇다고 굴곡진 인생을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인생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그런 눈을 원한다.
길
천황봉 지나 바람재로 나아가며
나는 달콤한 꿈을 꾼다.
늘 꾸는 꿈이지만 한결같이 달콤하다.
나는 월출산 산행의 백미로 이 길을 천거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삽상한 바람
아슬한 풍경
몸에 베는 호젓함
그래서 매번 이 길은 설레고 아쉽다.
금지된 비원을 걷듯
애인이 보낸 첫 편지를 밤새 읽어보듯
아껴둔 마지막 한방울의 와인을 마시듯
언제나 애타는 그런 길이다.
-무언가-
사랑을 잃고 쓰는 글처럼
음악에 아무런 표제를 붙이지 않은 곡.
세월을 기다리는 길들
고통을 대신하던 눈물
그대로 남아
가엾은 침묵 속에 갇힌 글
그 슬픈 언어를 위한 헌정.
무언가
펠릭스 멘델스죤
사냥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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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
베니스의 뱃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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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2)
봄노래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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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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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4)
뜨겁고 무거운것을 삶이라 말하지 않는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며
마지막 한 모금의 커피를 마시듯
가슴을 타고 느린 첼로음이 전해진다.
세상을 다 견뎌온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듯
이 긴 길을 걸어 마침내 다다른 숲을 또 숲이라 부른다.
겨울의 편백나무 숲은 그래서 어머니다
아득한 목소리요 그리움이다.
지침없는 인내요
변함없는 자비이다.
그 달고 그리운 길을 일부러 일행과 떨어져 홀로 걷는다.
경포대 가는 길
사스레피나무
편백나무, 삼나무,잎떨군 굴참나무
경포대 가는길을 데워 준 나무들이다
늘 봄과 같은 상록의 숲.
피톤치드가 아니어도 건강하다.
아름다운 숲이다.
어미의 품이다.
-후 기-
걱정하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산은 항상 푸르고
물은 흘러간다
왔다가는 길이 아니요
있었다 사라지는 길이 아니다
자연 그대로일 뿐
-숭산 스님-
멘델스존 무언가 중에서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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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 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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