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봄의 메타포-완주군 장군봉

poll™ 2011. 4. 5. 10:49

 

 

 

 

마이산을 지나다

세상을 설명할 멋진 은유 하나가 아쉬어

말들을 머리 속에 던져둔 채

구름 걷히는 산 모습을 한장 담는다.

 

 

영화 일포스티노에서

네루다는 시를 쓰고 싶어하는 우편 배달부에게 말한다.

 

메타포란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며 말하는 방법이라고

산도 메타포, 구름도 메타포, 바다도 메타포, 다 메타포라고.

 

온세상은 그 무엇인가의 메타포.

사랑하고 사랑을 느끼는 모든것이 메타포.

너와 나의 언어.

얼굴없는 감동.

 

 

 

 

언제일까

나의 첫봄은.

 

 앵두나무는 팝콘처럼 톡톡 꽃망울을 터뜨리고

연어의 싱싱한 살빛을 한 벚나무 우듬지에는

연분홍꽃들이 눈부시게 점등되었지.

 

불현듯 흘러와

어디서부터 채워졌는지도 알수 없게

봄은

말이되고

침묵이 되어

마침내 익수되었던 애수와 슬픔의 나날.

 

세상이 온통 시가 되어 처음 다가온 날.

 

 

 

 

 

봄의 무수한 잔 가지들로 부터

터져나온 정념의 에너지들이

나를 또다시 산으로 불러 들였다.

 

나는 몽유병 환자처럼 산을 돌아 다니다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고통 뒤로 묘한 기쁨과 쾌락이 늘 따라다녔다.

 

봄을 탐독하며

고통을 열독며

꿈틀거리는 내 영혼을 겨우 다독인다.

 

봄날이 오면 나는 병처럼

고독해지기를 즐거워 한다.

 

그 고독의 길이 꼬리처럼 달린

봄산을 오른다.

 

 

 

 

 

뿌리의 길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처럼

뿌리의 길에 올라섭니다.

 

삶의 푸른 혈관,

너무 오래되어 굳어버린

삶의 뿌리들이

숨길것 없이 드러나 상처처럼 걸리적거립니다.

 

그러나 그 길은

아껴마시는 쓴 커피처럼

 나이브한 내 인생의 길.

내 삶의 간결한 프레이즈.

 

거친길을 거칠게 걷습니다.

 

 

 

 

 

 

 

대슬랩

 

아슬 아슬한 비탈길을 비에 젖은 쇠사슬에 몸을 의지한채

산을 오른다.

 

바위는 아무래도 좋다는듯 교만하다.

등산화를 견고하게 바위에 밀착시킨다.

물기에 젖은 손이 급히 식어간다.

손끝이 아리하다.

결사적으로 쇠줄에 매달린다.

전선 위의 참새처럼.

 

 

 

 

생명의 고리

 

 

 

 

삶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을 대신해 산을 가리킨다.

 

지나간 산길을 염두에 두지 않듯

과거는 이미 위안이 아니다.

 

산은  늘 격어야할 현실처럼  높기만 하다.

 

그 목표를 향한  외길을

오직 하나의 신념으로 걸어갈수만 있다면

내 삶 또한 단순해지리라.

 

 

 

 

수없이 산길을 헤메다

나는 우편 배달부처럼 어느 모퉁이에다

내 삶의 편지를 전한다.

 

세상에서 제일 고집스러운 나의 발걸음

그 고집을  풀빵처럼 찍어내는 삶.

 

그 하잖은 내 삶의 이력들이

깊은 산 모퉁이에 솔향기처럼 남아

돌이 닳고 길이 펴지는 동안 오래 남아,

마침내 어느 봄날의 시가 되었으면...

 

 

 

 

 

 

 

 

 

 

 

주봉인 장군봉을 저만치 두고

마지막 힘을 다해

암벽을 올라간다.

 

별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아기자기한 암릉 코스가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긴장을 요구한다.

이번 산행은 이런 잔재미가 있어 퍽 인상적이다.

 

 

 

 

다리가 긴 나를 기준으로 한다고 해도

쇠계단의 간격은 너무 멀다

줄에 매달린 채 내 몸을 다음 계단으로 옮겨 놓는 일이

제법 힘에 부친다.

오랜만의 암릉 산행인지라

모든 근육들이 긴장된다

 

 

 

 

 

호남알프스라 불릴만큼 많은 산들이 

장미꽃처럼 겹겹이 둘러쌓여있다.

 

때로는 솓구치고 때로는 휘어지며

산들은 마루금을 이어나간다.

 

털갈이를 한 짐승처럼

풍경은 겨울을 벗고 봄을 채비한다

 

 

 

 

 

 

 

 

두꺼비 바위로 이어지는 암릉

 

 

 

 

 

 

 

 

 

급하강길을 만난다

아침에 내린 비로 흙이 물러질대로 물러져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손이며 옷이 온통 흙 범벅이다.

 

줄에 대롱 대롱 매달린 채

발을 내려 놓을려 안간힘을 쓰다

마치 전기구이 통닭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어

힘들여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싱긋 웃는다.

 

 

 

 

 

 

 

 

 

코끼리 바위


 

 

 

 

두꺼비 바위

 

 

 

 

내가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산행의 확고부동함이다.

 

걷지 아니하고는 나아갈수 없는것이 산행이다.

나아간다면 반드시 도달하는 목표가 있고

나는 그곳을 향해 쉼없이 나아가야만 한다.

 

내가 할일은 뒤돌아서지 않도록

내 자신을 끊임없이 고무하는 일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나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했던적이 있었는가.

이렇게 나를 되돌아 성찰 해본 적이 있는가.

그런 면에서

산행은 어떤 종교보다 더 종교적이다.

 

 

 

 

해방자
 
파블로 네루다
 
여기 그 나무가 온다. 폭풍의 나무, 민중의 나무.
나뭇잎이 수액을 타고 오르듯
영웅들은 대지로부터 솟구쳐 오르고,
바람은 무성한 나무숲에
부딪쳐 아우성친다,
빵의 씨앗이 또다시
대지에 떨어질 때까지.
 

 

 

 

 

여기 그 나무가 온다, 뿌리가
살아 숨쉬는 나무,

 


순교자들이 주검에서 초석을 뽑아내고,
그 뿌리로 피를 마셨던 나무,

 


땅바닥에서 눈물을 빨아내,
우듬지까지 끌어올리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 나누어주었던 나무.

 


보이지 않는 꽃이었고,
때로는, 땅 속에 묻힌 꽃이었으며,
또 어떤 때는 떠돌이별처럼,
꽃잎을 밝게 비췄다.

 

-  해방자 -

 

 

 

 

 

다산을 기원하는 잉카의 유적처럼처럼

바위위에 커다란 돌확이 있어

마침 비가 온 뒤라 물이 고여있다

 

그 곳에는 언제 날아왔는지도 모를 소나무 가시잎들이

아픈 기억처럼  떠있다.

 

아픈 기억들이야 말로 인간을 겸손해지게 만드는 약이다.

그 기억들로 인해 인류는 늘 대비하고,조심하게 되었다.

 

코뿔소에 덜 받쳐죽게되었고

사자에게 덜 뜯겨먹히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아픈 기억들을 먼저 떠올리는 습성을 지니게 되었다한다.

산에대한 나의 지치고 힘들었던 몹쓸 기억들....

그날이 있었기에

나는 오늘 여기에 있는것이다.

 

 

 

 

 

 

 

 

 

 

시가 나를 찾아오듯

산이 나를 찾아왔다.

 

처음에는 영문을 모른 채

나는 산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더 긴 길을 걷고

더 높은 산을 오를 수록

산은 나로부터 언어를 빼앗아갔다.

 

산을 설명하는 말들이 차츰 줄어들고 간결해져

마침내 산이 하나의 메타포로 내 삶에 자리 하던 날

나는 산과 나 사이에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은 동질감이 존재한다는것을 느꼈다.

 

그것은

산이 산이고, 물이 물이듯

움직일 수없는 확고부동함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입문자였다.

오로지 큰 느낌이었다.

 

내가 산을 읽는 메타포요

산이 나를 설명하는 메타포였다.

 

 

 

 

 

 

 

해골 바위

 

 

 

 

내가 사물을 보면 사물은 하나의 언어가 된다

때로는 고통의 언어,

때로는 행복의 언어.

 

그 언어들을 이렇게 늘어 놓고보니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가 되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상을

사진의 언어로 이야기 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된다.

 

세상을 눈을 통해

구체화 시켜나가는 동안

구도는 더욱 간결해 지며 언어의 뜻을 더 명백히 만들었다.

 

세상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내가 사진을 설명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내 삶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산악 훈련장으로서의 암벽

 

 

 

산을 내려오는 내내

나는 말을 하지 않았음으로

마치 눈먼 사람의 세상처럼

마음 또한 온통 모노크롬이되어 단조로왔다.

 

생각으로 꾸며 지지 않은 마음길을

고스란히 견지하며 내려온 셈이다.

 

꾸며지지않은 그 길에

봄의 메타포로 생강나무 한그루가 문득 서 있다.

 

나무는

시의 첫귀처럼 어렴풋한 것이었지만

꽃망울 하나에도 봄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 순간의 꽃은

빛나는 존재요 황홀한 화엄이었다.

 

 

 

 

 

 

 

 

 

 

 

 

- 후 기 -

 

 

나는 참 작다.

분별없이 피어난 세상의 꽃처럼.

밤 하늘의 별처럼.

 

 이렇게 작고 고요한 봄날에 들면

나는  작아져

살고 죽음마저 사라져버려

아주 작은 티끌이 된다.

 

바람과 함께 떠도는.

별과 함께 떠도는.

 寂靜의 열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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