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내려 앉는 성지곡 수원지.
8남 2녀의 야간 산행 출발지이다.
쓸물처럼 사람이 빠져나간 공원에
고운 적막감이 스며든다.
야간 산행을 떠나는 아들에게 노모께서는
"니 또라이가?"
하시며 일장의 격려사(?)를 남기셨다.
아마도 나는 산에 미쳐가는지도 모르겠다.
먼산에서 뻐꾸기가 운다.
저 서부 경남 쪽에서는
쑥국 쑥국 운다해서 쑥국새라고도 한다.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어릴 때 평상에 누워 듣던 그 쑥국새 소리가 아련하다.
mp3를 버리고 온 내 처사가 오랜만에 마음에 들었다.
버림과 비움의 도학에 접근하나 보다.
나무 계단 끝에 아직 햇살이 한 줌 남아있다.
여름의 긴 일조를 실감한다.
더블린의 펍에 앉아 밤 늦도록 백야를 즐겼던 때가 그립다.
쓰고 무겁던 귀네스 맥주맛과
위스키를 섞은 아이리쉬 커피맛을 잊지 못하겠다.
그러나 주량은 예나 지금이나 평생 그대로다.ㅠㅠ
고개 마루에서 8남 2녀들이 쉬고 간다.
아직도 한여름의 햇살이 남아있다.
이 여름의 문특을 넘고 나면
가을산이 우리를 또 기다리리라.
매미 소리가 이명처럼 귀가까이 운다.
어둡다.
하루가 곧 마감시간을 알려 줄것 같다.
일행들의 마음에는 벌써
반딧불같은 랜턴 하나씩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어릴 때 해가저물면
길에서 놀던 우리를 향해
밥 먹으라고 부르시던 어머니 목소리가 떠오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공연한 허기가 밀려와
몸에 힘을 앗아간다.
지금 서있는 곳이 만덕 터널 위라고 한다.
만덕 터널 위에서 일행은
햇살과 작별한다.
이제 부터 본격적인 야간 산행이다.
다리가 부실한 나는 밤길이 여간 걱정이 아니다.
술판을 1시간 앞에다 둔 일행들은 벌써 마음이 조급하다.
저들은 불을 찾아 뛰어드는 불나비처럼
산행 뒤에 주어지는 알딸딸한 향연을 향해
정신 없이 달려 갈것이다.ㅋㅋ
어둠이 내리고 저 너머 세상에는 반딧불처럼 빛들이
피어난다.
회귀의 시간을 비웃듯 우리는 산정에 서 있다.
세상을 돌아서서 바라보는 것 같다.
등에서는 벌써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아직 갈길은 멀고 다리는 천근 만근 무겁다.
어슬픈 욕심으로 따라나선 야간 산행이
나에게는 아무래도 무리인성 싶다.
산행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일단
일행에 합류되면 특별한 부상이 없는 한 마치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듯 계속 전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야간 산행에서는 더하다.
일행에 바싹 따라 붙어야하는데
그들과의 거리가 좀처럼 가까와 지지 않는다.
이름 모를 암자와 시원한 계곡수를 옆으로 한 채 일행들은
비탈길을 한참 내려왔다.
도대체 어떤 길인지 밝은 날 다시 한번 와봐야 겠다.
그때는 산 아래 온천장에서 더운 목욕도 할 수 있으리라.
계곡물에 알탕을 하고 싶은 마음들이 간절하다.
산행 뒤의 하산주는 그 맛이 특별하려니와
허심청에 있는 이 생맥주집의
맥주맛은 유달리 맛이 깊다.
맛이 부드럽고 입안 전체에 남아있는 효모의 맛이
매끄럽고도 두텁다.
기분이 좋아 주량을 훨씬 넘겨 술을 마시고 놀았다.
한창 물이 오른 앤사마와 오여사.
너무 흐터러진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하는 것은
술이 깬 후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민망한 일이다.
그러나 적당한 선에서 사진을 공개해
추억을 공유하는 것은 크게 나쁘지 않다고 여겨진다.
내 똑딱이에 담긴 지난 밤 광란의 모습들은
내 가슴에 쓰라린 과거를 묻듯
묻어 두겠다.
폭로를 들먹이지도 않겠다.
그것들이 공개될 시 본인들이 겪게 될 쪽팔림은 우리 해오름의
장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것이 내 취지이다.
이 날의 주인공들은 걱정하지 말고 생업에 종사하시기 바란다.
-부산 갈매기-
누가 시키지도 않은데
모두 종이 넵킨을 흔들며 흥을 돋운다.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좋다.
마리아 아베 마리아~
둘리님도 기분 좋고.
너무 너무 즐거웠던 하루였다.
가만 생각해보니
새로 새벽을 넘겨 놀아 본 것이 몇년 만이냐.
집에서 마누라가 호출을 하던 말던
마냥 즐겁다.
만세!
만세다!!
나이가 점점 더 젊어 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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