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백운산 호박소 08/08/17

poll™ 2008. 8. 18. 13:06

 

   코      스: 삼양교-호박소-암릉구간-백운산-이정표삼거리-호박소계곡-주차장(원점 회귀)

 

 

 

삶의 무게감이 참을 수 없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뛰어라.

뛰다 지치면 산을 타보아라.

산이 그대를 정화하리라.

 

 

 출발!

출발하자 마자

선두 그룹,중간 그룹 그리고 꼴지인 나로

그룹이 확실히 나누어 졌다.

선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어짜피 꼴지인 이상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뒤따라 가기로 했다.

 

 

 

폭우가 내리고 난 뒤여서 그런지

수량이 풍부하고

물소리에 청량감이 덤뿍 묻어난다.

등산하기에 최적의 날이다. 

날을 잡은 앤디가 우쭐해 한다.

 

 

 

백운산

雲자가 들어간 산은 다 멋지단다.

여유님의 멘트.

예를 드는 산이름을 들어보니

그니의 주장이 어느 정도 근거는

있어보인다. 

 

 

백운산은 좌우로 운문산과 가지산이  협시 보살처럼 앉아있다.

다만 차이는 협시보살격인 두 산 보다 위세가 다소 밀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산 전체의 짜임새 면에 있어서는 두 산에 결코 밀리지 않을것 같은

다부진 산이다.

 

 

 멀리 가지산의 연봉들이 보인다.

 

 

 

호박소 들머리를 찾아 드는 일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시작과 흡사하다.

길을 걷다 앞 사람을 따라 가드레일을 넘으니

벼랑 아래로 쪼그르르 미끄러지듯 길이 열리 면서

도저히 길이 있을 성 싶지 않는 곳에

끊어질듯 위태 위태한 길이  이어져있다.

 

 

 꼴찌로 따라가던 나는 지나치는 사람만 있으면 물어본다.

"이길이 호박소 가는길 ㅁ맞습니까?"

산님들은 별일 없다는 듯이 고개를 꺼득인다.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이런 재미있는 길들이 꼬불 꼬불 이어진다.

 

 

 갑자기 눈 앞이 확 밝아지며 호박소가 나타났다.

 물소리가 둔중하고 우렁차다.

계곡의 양안에서 공명되어 오는 낮지만 깊은 음이

장미란이 바벨을 들 때 후우웃 하고 내뱉는 기합 소리를 연상시킨다.

 

 

 

 

 

 장미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호박소가 주는 느낌이야 말로

장미란의 이미지다.

얼굴이 호박같다는 뜻이 아니라

한국의 막사발이나 질그릇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낙차가 결코 커지 않으면서도 더없이 위풍이 당당하다.

그 강인한 저력 앞에 더 이상 군말 없이 수긍할수 밖에 없는 실력의 확실함.

이점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국민 누나 장미란이 보여준 우리민족의 저력이 아닐까.

 

 

 

 

휴일을 맞이하여 많은 가족들이 호박소 계곡에 물놀이를 나왔다.

이런데 한번 못 데려온 애비의 처지가 한심스럽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영락 없는 애비이긴 한 모양이다.

 

 

허접한 절집 뒤란에 핀 패랭이꽃

 

 

 부용꽃

 이름이 가지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움이 호젓한 절집에 잘 어울린다.

부용꽃도 이제 한 시절 다 보내고

끝물이다.

 

 

 

백운산 산행을 시작함에 있어 제일 웃기는게

산행 들머리를 찾는 것이다.

절개지 낙석 방지용 그물막을 찢어놓은듯한  의외의 곳이

산행들머리다.

그 절개지를 로프를 타고 올라야 비로소

등산로가 나온다. 

아마 새길이 생기면서 등산로가 잘린 모양이다.

 

 

 누구는 구둘장에 쓰기에 알맞다고 하고

누구는 삼겹삽 불판으로 적당하다고하는

이 넓직한 평석들이 죽 등산로를 이루고 있다.

 

 

 

 날씨가 좋아 오랜 만에

주위 경치를 충분히 둘러 볼수 있는

재미를 맛보았다.

백운산은 산도 산이지만

조망을 통해

산과 나의 공간 관계를 되씹어 보는

재미가 수월찮다.

 

 

 

일행들이 주위 경치를 조망하며

열심히 앤디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산과 길과 부락과 인간이 물흐르듯 교류하는

저 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속세를 잠시 떠나

세상사를 찬찬히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가져보는것도

의미라면 의미라 할것이다.

 

 

 

 

 

 

이들은 막걸리를 좋아하는것같다.

술은 인간과 인간을 이어 주는 가교,

우정의 매체이다.

세상사를 잠시 논한 벗들이

술잔을 나누며 산행의 묘미를 더 하고 있다.

 

 

 

 꼬불 꼬불 이어지는 새길이 사행천처럼 보인다.산의 허리를 갈라 길을 만들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 세상은 이렇게 소통되는 것이다.

내가 여기에 서서 세상을 바라 볼수 있는것도 결국 이러한 소통의 덕분이다.

 

 

 

 

 

 

 

 

 

 본격적인 암능 구간.

암릉이 있기에 산의 귀품이 사는듯 하다.

암릉은 산의 가슴이요, 여인의 順齒다.

함박같은 웃음이요, 장골들의 뼈대이다.

백운산의 雲자는 아마 하얀 구름처럼 산을 둘러싼 이 암릉의

형상에서 따온 것이리라.

 

 

 가지산 터널

가지산의 코구멍이라고 즉석에서 별명을 붙여 주었다.

 

 

 

나는 어짜피 나를 버리고

또 모든것을 던질 개운함으로 산을 올랐건만

그 자유가 톡톡히 나를 괴롭힌다.

긴 오르막에 절절매는

두 다리에게 나는 휴식을 선물한다.

정신의 거품으로만 거들먹거린 나에게

비로소 내가 명한다.

Just moment !

 

 

 

 

 

 

 

어찌할 수 없는 숙명처럼

암릉과 암릉이

암묵의 힘으로 나를 빨아들인다.

멀리서 불어온 바람 하나가

나를 깨워 주위를 돌아보게한다.

바라다 보는 것과 내려다 보는것이 하나일 때

나는 비로소 마음을 열고

눈을 깜박거린다.

 

 

 

 

 

 

 

 

 산은 때로는 큰 파도와 같다.

어린 시절 큰 파도 끝에서 파도를 즐겨 타던

내 어린시절 동무는 그렇게 바다로 갔다.

나도 바다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야

헤엄을 배울 생각이 들었다.

능선을 타고 고개를 넘는다는 것이

다 희열이다.

죽음의 이쪽과 저쪽이다.

 

 

 

 

 

 

 암벽에 붙어 겨우 길을 건너고

공포를 이겨 산을 넘는다.

세상 이치가 제기차기를 하듯

어디로 튈지 모르는것처럼

이길이 또 어디로 교묘히 이어져 우리를 놀라게 할것인가.

이리 저리 일행을 끌고 가는 산길의

다채로움에 연신 탄성을 지른다.

 

 

 

 

 

 

 

 

 

 부산 근교에 아름다운 산이 많다는 것은 일종의 복이다.

일행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음번 산행지로 가지산을 꼽았다.

어디 오르고 싶은 산이 가지산 뿐이랴.

오를 산이 이렇게도 많으니 일요일이 바쁘게 됐다.

 

 

 칡꽃

칡뿌리 캐러 다니던 어린 날이 생각난다.

수분이 풍부한 칡 뿌리를

씹으면 달고 쌉쌀한 맛이

입속에 오래 남았다.

 

 

 사위질빵

꽃이름 치고는 이름이 좀 거시기하지요.ㅋㅋ

 

 

질빵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짐을 걸어서 메는 데 쓰는 줄."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럼 이 식물

에 어떻게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 여러군데 찾아보니 이녀석의 덩굴줄기가 유난히 잘 부러지는데

이런 덩굴줄기로 짐을 짊어지는 질빵을 만들면 많은 무게의 짐을 짊어질 수는 없을겁니다. 그래서 생

긴 유래가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에는 아들이 없는 처가에 장가든 사위가 주요 농사철에는 처갓집에

가서 농사일을 거들어 줬나 봅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는 사위이기도 하지만 백년손님 사위가 일하는

게 안스러운 장모가 잘 끓어지는 이 식물의 덩굴로 지게의 질빵을 만들어 사위에게 지게 하였는데 당

연 많은 짐을 질 수 없었을 텐데요 이를 본 주변의 머슴이나 사람들이 이런 행태를 비아냥 거린데서 이

식물의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산행의 묘미 중에 묘미는 산중에서 만나는 식사시간!

이 자그만 알뜰함이 다 정이고 사랑이다.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않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우리나라 소나무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일대 위기를 맞고있다.

산정에서 비바람 이기며 이렇듯 거칠게 자란 석상 소나무에게서

무한한 민족의 강인함을 느낀다.

이 땅에 소나무는 백성과 함께 백성처럼 자라왔다.

 

 

 

 한 뼘 산정에서 밥상을 차려 놓은 인간의 미련함에 조의를 표한다.

이 넓은 산중에 하필 오가는 이 번다한

정상에서 먹어야하는 식사는 대체 얼마나 유별한 걸까?

산정에 올라 오금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곧 바로 하산이다.

정상에서 찍은 여느 때의 사진보다 영 꼴에 태가 나지 않는다.

 

 

 

 

 

 

 

 백운산 꼭대기에서 세상을 바라 본다.

내가 나를 또 돌아 본다.

 

사람마다 제각기 자기의 길을 찾아가고

그러기에 하나씩 데리고 사는

스스로의 외로움들이 아주 잘 보인다.

 

 

 

 

 용수골 물길

양편 계곡을 흘러온 물길이 합수되는 용수골.

이 골을 죽 따라 내려가는 계곡이 호박소 계곡이다.

수량이 풍부하고 물소리가 또한 경쾌하여

시원함이 폐장에 까지 느껴지는듯하다.

 

 

 

 

 흐르는 물이 저를 벗어 제 속을 맑게 보여주듯

내 속을 드러내는 나를 내가본다.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설레임이고 자유냐!

어느새 내 거죽하나가

물위로 떨어져

저만치 신명나게 흘러가고 있다.

 

옆에서 문득 날씬한 여자 하나가

물로 뛰어들어 신음한다.

일종의 물에대한 간음이다.

 

 

 

 

 

 이 물에 몸을 담그고!

이 물에 발을 담그고!!

 

뼈속 깊이 스며드는 찬 기운에

긴 산행길에 고생한 관절과 근육의

피로가 일시에 씻겨 나간다.

자연은 이런 치유의 영험을 지니고 있나보다.

 

이카루스와 앤디는 이미

물속에서 야릇한 신음을 연신 품어내고 있다.

인간에게나

자연에게나

극적인 상황에서 만나는

오르가즘

동일하다는 확신이 든다.

 

두 인간의 사타구니 쪽에 자꾸 눈이간다.

 

 

 

 

 

 

 물이 흐르고

그 물을 따라 산이 흐른다.

그 산 속으로 사람도 흘러들어

지금은 어쩐지 그 새로움으로 가슴 설레임이 가득하다.

 

바람 소리, 솔바람 소리 같은것들이

빈 손바닥같은 물줄기 위에서

후 하면 사라질것 처럼 가벼워져

세상의 모든

멀어지는 것들이 다 애잔하다.

 

 

 

 마침내 후기

 

산길을 그냥 걷는것만으로도

나는 산에게

혹은 같이 걸어 주는 도반에게

고마워 할 일이다.

 

오늘 하루 나를 지탱해 준

내 불편한 다리에게도

감사한다.

 

머리 속 상념을 버리는 일이야 말로

나에게 넉넉함을 채워줄 유일한 믿음임을

일깨워 준

이땅의 거룩한 산하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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