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중나리
모름지기 산을 꽤나 탄다는 이의 사진 첩에는
어김없이 털중나리 한 본은 들어있을것.
그만큼 눈에 잘 띈다.
여름 방학 시골에 가서 자주 보았던 꽃이다.
산중에서 화단에서나 핌직한 꽃을 산중에서 본다는것 만으로도
진귀한 것이다.
정말 쉬어 가기 좋은 바위이다.
이렇게 덕을 쌓아
저 바위는 필경 흙이 되어 인도 왕생하리라.
쉬다가 걷다가.
오늘 산행은 느긋해서 좋다.
土龍 선사의 산행이다. 불국의 세계이니 급할게 무엇인가!
황하와 큰 바다는 시냇물을 마다하지 않는다.
홍룡 폭포
비류직하
더위를 다 날려버릴 기세이다.
폭포 옆 자락에 자그마니 자리 잡은 관음전.
얼마나 뛰어난 공간적 상상력인가.
마주 보는 두 구조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여름은 심심하다.
여름 숲길의 적요는 심심함마져도 삼킬듯하다.
zzz
문득 한 무리의 고사목군이 눈에 띈다.
사람도 나무도 수명이라는게 있다.
그래서 고사목을 보면 어쩐지 인간의 삶이 느껴진다.
목숨 壽 의 수는 나무 樹의 수 보다는 슬픈 글이다 .
나무는 주검마저 아름답다 .
나무의 죽음은 곧 토양을 살찌울 것이다.
모름지기 나무의 생을 닮을 일이다.
끈을 붙잡고
그것을 놓친다면 세상을 다 잃을것 같아
오늘도 두려움을 방편 삼아 사는것이 우리의 삶이다.
세상의 끈을 놓고 모름지기 화엄의 끈을 잡아야 할 일이다.
원효암
우리 나라 불교사 혹은 정신사를 고찰해 보건데
원효의 위치가 얼마나 큰가를 알수있다.
도처에 원효의 숨결이 미치지 아니한 곳이 없다.
나무들 비탈에 서다.
고등학교 시절 황순원의 소설을 읽고 얼마나 자주 불면의 밤을 지새웠던가.
지금도 비탈에 선 나무들을 보면 상처 입은 젊은 시절의 나날들이 회상된다.
비로소 나는 아팠던 상처 마져 생각나지 않는 나이가 돼었다.
그 세월이 참 멀다.
세상은 세상이 아니라 부처이다.
세상이 부처고 부처가 곧 세상이다.
선도 악도 그늘도 빛도 다 부처이다.
행복도 불행도 지옥도 천국도 다 부처일 따름이다.
시간도 공간도 더 부처의 세계이다.
봄이 가고 여름이오고 꽃이 피고 새가우는 일체사 일체 일이 다 부처이다.
천성산 꼭지에 오르니 갑자기 부처가 풍년이다.
참 좋다.
좋은 세상이다.
부처님의 세계는.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누가 손위고 누가 손 아래인지.
화음의 세계에 높고 낮음의 분별이 무슨 소용인가.
부처를 또한 화엄이라 부른다 한덜 또 어쩌랴.
혹은 마음이 혹은 진리가 혹은 해탈이 혹은 열반이 다 화엄이다.
화엄경의 원래 이름은 대방광불 화엄경 이다.
大란 부처이며 동시에 마음인
진리 자체의 항상성을 뜻한다.
부처님의 세상이
과거 미래 현재에 항존하고
시방세계에 두루 미치지 않는곳이 없다는 뜻이다.
方이란 진리인 부처의 됨됨이가 되는 기본 방향이며,
표준이고 법도를 뜻한다.
법도인 까닭에 언제 어디서 든지 질서 정연하며 변화가 없는것이다.
廣이란 깨닫음의 작용을 나타내는 말로
모든 것을 널리 포함하며
그 속에 포함되지 않는것이 없다는 뜻이다.
佛이란 깨닫음을 사람의 입장에서 표현하고 있다.
지혜의 환한 빛으로 겹겹이 쌓인 번뇌에 불을 밝힌다.
인생도 삼라 만상도 이 불빛 아래 밝혀지지 않는것이 없으며
알지 못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華란 위대하며 기준이되며
더없이 넓은 부처의 세계를 꽃으로 비유한것이다.
마음 속에 있는 부처의 씨앗을 마음껏 꽃피우란 뜻이다.
嚴이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부처의 꽃으로 장엄하였다는 뜻이다.
사람 뿐 아니라 꽃이며 새며 심지어 날아다니는 먼지에 이르기 까지
부처의 세계로 장엄하지 않은것이 없다는 뜻이다.
經이란 화엄의 세계를 담은 그릇이며 도구다.
이 그릇은 한없이 많은 세상사와 사람들의 일을 다 거두어 들이고
본질과 현상의 세계를 다 지닌다.
종이와 먹으로 되었으되 종이와 먹으로 표현할수 없는 세계를 다 표현한다.
화엄벌의 길.
천성산정으로 가는길은 화엄의 세계로 이르는 길이다.
이 넓은 벌에 화엄이란 이름을 붙여 준 이에게
고개 숙여 감사 드린다.
화엄의 세계에서 마시는 바람은 청량하고 달콤하다.
가슴에 바람의 길이 열린듯 하다.
길 끝에 선재 동자가 걸어가고 있다.
길은 소통이다.
인간의 삶 또한 길과 같다.
광대 원만한 화엄의 세계가 길 저편에 펼쳐 질것만 같다.
선재 동자의 화신.
모습이 어리니
마음도 어렸으면...
낮은 길
낮은 길을 높이 걸어라.
길이 곧 희망이다.
문득
날이 개고 기분좋은 권적운이 들판 끝에 걸려있다.
극락의 구름이다.
여기가 혹 극락일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다 알기 이전에는
느낄 일이다.
멀리 인간 세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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