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길을 나선다는것은
아픈 그대를 두고 어두운 술집에 나와
빈 의자를 지키며 쓸쓸히 술잔을 기울이는 거와 같다.
하얀 불빛이 내 곁에 소리없이 내려앉고
바람이 파르라니 공중제비를 돌며 부는 날
나는 연지처럼 붉은 가을산을 향한다.
파초.
아! 파초.
그녀가 울면 겨울이다.
한 생명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생명이 문을 엽니다.
살아온 상처에 몸을 기대어...
몸을 부딪혀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던 신은 안다
내가 그의 것임을.
이것인가
저것인가
오늘은 이런 인간이고, 내일은 다른 인간인가?
아니면 동시에 둘 다인가?
타인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자기 앞에서는 경멸할 수 밖에없는 약자인가?
-디트리히 본 회퍼-
가을의 끝자락에서 마음껏 자유를 느낀다.
일찌기 맛보지 못한것.
소중히 간직해,버리고 싶지 않은것.
내 살과 피와 영혼으로 바꾸고 싶은것.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는 가을산 만큼의 거리.
닿을듯 닿을듯 닿지 않는.
닿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몸을 낮추어 세상을 본다는것은 세상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는 뜻이다.
의문을 가진다는것은
또 하나의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것.
몸을 세상의 높이에 맞추어 세상을 들여다 본다.
마침내 가을에 동화한 기분이다.
말하지 않는것이 더 표현적인 경우.
혼자라는 사실 조차 행복으로 느껴질 때.
나는 세상에 문득 미안하다.
아내가,
산을 같이 함께 탔던 멋진 벗들이 생각난다.
아름다움을 맞설만큼
아직은 충분히 세지 못하다.
농익은 가을.
가을이 다 떨어져 나가고 난 후,
나는 세상을,
남겨 진것의 진면목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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