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장수 장안산 적설 등반 1

poll™ 2008. 12. 8. 10:58

 

 

장안산은 전북 장수에 위치한 1237m의 산입니다.

 북동쪽의 덕유산과 남쪽으로 멀리 지리산을 위시해

영축산,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정대한 산들이 그림처럼 둘러싸여있는 그림같은 포근한 산입니다.

 

 

 

 

산행기점인 무령고개에서 동쪽으로 30분 정도위치에 영축산이 있습니다.

걷기를 좋아하고 밟아서 확인하기를 좋아하는 한국의 산악인을

따라 나도 거의 정상까지 다녀왔습니다.

거저 덤으로 붙어있는 마트의 물건처럼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는것은 아무래도 덜 매력적인 모양입니다.

 

 

 

 

영축산을 오르는 일행들의 모습입니다.

비교적 넉넉한 어제의 적설량에

얼굴에는 기분 좋을 만큼 가벼운 싸락눈이

등산하는 이들의 마음을 가볍게합니다.

 

 

 

 

눈구경이 비교적 아쉬웠던 소년시절에도

눈내리는 아침에는 나도 모르게 일찍 잠에서 깨었습니다.

순백으로 뒤덮인 마당으로 맨발로 내려가

그 시디 시린 백설의 알싸함을 발 끝으로 느껴나갈 때

나는 눈이 바라보는 이상의 감각적 카타르시스를 주는

묘한 대상임을 스스로 체득하였습니다.

 

 

 

 

 

 

 

 

 

 

 

 

 

 

 

 

 

 

 

이 두분을 굳이 산골 오지 중의 오지 마을까지 불러다

앙드레 김의 의상쇼에서나 볼 수 있는 좀 맛이간 포즈를

취하게 만든것은 다름아닌

이 두 분이 올해 우리 산방에 제일 많은 인물 사진을 올리 신 두 분이기 때문이다.

얼굴은 딱히 어디 내세울 정도의 미모는 아니지만

그 동안 꾸준한 들이대기를 계속한 끝에

마침내 이 분야에 일가를 이루었기에

 그 공을 갸륵히 여겨 금일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그녀가 내려간다.

홀로 남은 그녀 뒤에 내가 있다.

그녀는 곧 순백에 이름 석자 남기고 사라 질것이다.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

산행의 묘미 중 하나는 발견의 기쁨이다.

이 가린것 없이 외로이 서있는 한겨울의 전령사.

영락없이 고독한 현대인을 연상시킨다.

역으로 나무를 바라보는 나야 말로

외로운 동시대인인지 모르겠다.

 

 

 

눈길을 돌아가는 도로의 모습이 무척 서정적입니다.

저 길은 나를 여기에 두고 미지의 땅으로 흘러들것입니다.

낯선 외지에서 만나는 차가운 겨울 풍경.

나는 귀가 시리도록 싸늘한 겨울의 기운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가벼운 눈바람은 누군가를 자꾸 떠올리게 만들것입니다.

그들은 아마 저길과 같은 이미지 속으로 지워졌을 것입니다.

 

 

 

나는 얇고 매끄러운 피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피부를 닮은 눈을 사랑합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첫눈을 사랑합니다.

 

 

 

눈을 만지고, 만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느낌은

남녀가 서로 살을 맞대고 만지고 사랑하는 행위와 유사합니다.

 

그를 먹었고,그에게 먹혔고......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었다.

영화 바이브레이트에 나오는 사뭇 충격적인 대사입니다.

서로의 피부에 닿고 싶은 욕망,서로를 매만짐으로써 얻는 정신적 안도감 그리고 위로.

인간과 인간과의 사랑에 이렇게 살을 섞는 일이 필요하듯

순백의 눈을 마주할 때 우리는 이른 은밀한 쾌감을 은연중에 즐기게 될것입니다.

그래서  백설이 주는 순수함은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에로티시즘의 미학에 가깝습니다.

 

 

 

 

        

                2. La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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