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장수 장안산 적설 등반 2

poll™ 2008. 12. 8. 11:00

 

 

 

 

 

 

 

무령고개에서 장안산에 이르는 구간은 고도 차가 이삼백여 미터에 불과할만큼 완만하다.

장안산이 1200M가 넘는 비교적 높은 산이지만 산행 기점이 이미 높은산에 위치해 있어

눈덮인 산이지만 비교적 걷기에 편했다.

뽀드득거리며 밟히는 발아래 촉감 또한 신기하리만큼 상쾌했다.

 

 

 

 

 

 

 

나는 산에 내얼굴을 박는 일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흔적은 덧없는것이요,일종의 아집이다.

처음에는 기념삼아 몇장 억지로 찍어 담기도 했지만

최근에 그마저 시들해졌다.

반면 찬찬히 자연을 들여다 보는 즐거움 하나를 얻었다.

사진기를 통해서다.

그마져 시들해버리는 날 난 정말 진정한 산악인이되는 것일까?

산행과 사진 작업은 별개의 문제다.

상호 보완적 기능만 보장된다면 이보다 좋은 취미가 있겠나.

나는 겨울 설산을 사진에 담음으로써 비로소

춘하추동 사계의 우리산의 아름다움을 다 담게되었다.

 

 

 

 

 

 

 

 

 

 

겨울 나무를 찍는것은 여성의 누드를 찍는것만큼 섬세한 기분을 요한다.

그렇다고 내가 누드를 찍어 본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목이 주는 아름다움은 여체가 주는 신비감 이상이다.

언젠가 언덕에 홀로 선 나목을 찍어 보고 싶은  바램을 늘 가지고 있다.

 

 

 

 

눈이 온다.

눈은 세상에 숨기고 싶은것을 숨겨주고

드러내고 싶은것을 드러나게 한다.

세파에 물던 오늘의 마음 위에 눈이 내린다.

그기에 가려졌던 먼 동화 속 동심의 세계가

순진 무구하게 설원에 펼쳐진다.

아이가 되기 위한 길이 이렇게 먼 길이었는지

나는 찬 눈발 속에서 문득 깨닫는다.

 

 

눈길을 걷는 일은 좋은 것이다.

버리고 감추어

마침내 차가운 눈보라에 발가벗기우는 일이.

 

아! 이 살을 에는 쾌감이, 눈부신 쓰라림이

어찌 이리 좋은것인가.

 

눈길을 걷는것은

새털처럼 가벼운 해방을 얻는 일.

비로소 가고 싶은 길을 가는 일.

행복한 고통의 길이다.

 

 

 

 

 

 

 

차갑고 쓰린 끝에 얻는 해방감은 얼마나 상쾌한 일인가.

얼어 붙은 귀를 가리며.

언 볼을 부비며 넘어가는 이길이.

 

해방감과 동시에 찾아오는 정신의 명징함은 또 얼마나 설레이는가.

그 알싸하게 정화된 의식들이.  

 

 

 

중봉 하봉을 지나 법령동 가는 길이 멀다.

관목의 그리매에 가려 건너 산의 굵은 실루엣이

 제 빛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전망바위 하나가 아쉽다.

 

 

 

이 고개 하나 넘어면 저 덕유산에서 뻗어나와 내장산으로 이어지는 호남 정맥의 연봉들과 만날것이다.

오늘은 기상이 불순하여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의 제산 그리매를 조망할 수 없어 무지 아쉽다.

하산 길이 멀어 질 수록 산꼭대기에는 구름이 걷히고 맑고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이 정도라면 산을 조망하기 충분한 하늘이겠으나 그 산들을 보러 역등반을 할 수는 없는 노릇.

가벼운 걸음으로 완만한 능선을 타고 또 타 넘는다.

 

 

 

겨우살이

 

 

지나간 사랑을 소중히 다룰 줄 알아야한다는것은

지나온 산행길을 뒤 돌아보면서 얻은 교훈이다.

 

인연의 미묘함은 인간의 뇌로는 깨닫을 수 없고

혀로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무릇 이 이치를 두려워하고 올바로 바라보아야한다.

 

고개 돌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자.

고향을 바라보듯 천사를 바라보자.

지금 그대의 눈 앞에 서 있는 바로 그 사람이

곧 그대 뒤로 사라져갈 사람이다.

어찌 소중하지 아니하겠는가!!!!

 

 

 

뒷풀이.

 

기적소리님의 회심의역작.

'The 라면'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라면은 안성탕면.김치 오뎅 콩나물에 멸치 새우가 뒤섞인

거의 융단폭격식 잡탕면이였다

음식을 나누는 동료들의 모습에는  별로 태가 나지않아도

음식을 나눠먹는 마음만은 추위를 다 날릴 만큼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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