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대를 생각하는 일이
가을 바람 부는 날 홀로 소슬함을 느끼는 일처럼
늘 일상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
그대는 없고 나만 여기 있습니다.
그대도 세상 사람이라
푸른 하늘 어디라도 틀림없이 살고 계시련만
누른 나뭇잎 우수수 떨어지는 날
나는 속절없이 창문을 열어두고
물빛 그림자같은 그대를 떠올립니다.
먼 그대를 느낍니다.
무딘 손끝에 그대의 존재가 스쳐갑니다.
그대없는 세상을 느낍니다.
-2-
추억을 잃고 적막을 얻습니다.
그대의 천국에도 서신이 있었다면 좋으련만
무더기로 지는 가을 낙엽을 빌어
그대 영혼에 닿으려합니다.
사랑은 왜 이리도 덧없는것인지
세상 어디에도 사랑의 흔적은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했습니다....
사랑의 끝은 이렇게 엷어져
한없이 투명한 푸른빛이 됩니다.
눈물빛이 됩니다.
-3-
두눈 가득 산들을 바라보니
그리움은 한없이 가슴에 차오르고
옅은 바람에도 나무는 몸을 떨어 잎을 떨구어
세월은 이별처럼 아쉽기만 합니다.
사랑은 태양이요
선물이요
그대와 나를 잇는 다리라 하지만
사랑은 늘 눈 앞에 놓인 저 꽃한송이만 못합니다.
산이 저만치 물러가고
속절없이 그대가 또 마음에 차오릅니다.
-4-
마이산 두 봉우리 막 피어난 연꽃.
붉은 잎은 紅雨처럼 멀리 흩날리니
그대는 꿈에 깨어나듯 간데 없고
나는 꿈을 꾸듯 다시 그대를 찾습니다.
가을비 영롱한 이슬처럼 내릴 때
인간사의 그리움이란
꿈 속에서 그대
한번 만남보다 못하나 봅니다.
가을 바람에 구름은 속절없고
꼬리 긴 외로운 강물만
마음 언저리 굽이쳐 돕니다.
-5-
강가에 홀로 마르는 버드나무 위로
바람은 북녘에서 찾아들고
남녘의 햇살은 아직 따사로운데
그대는 향기도 없는 그림자처럼
홀로 서서
오시는 길인가요
가시는 길인가요
-6-
홀로 걷다
홀로 멈추어 선다.
홀로 묻고
홀로 답을 찾는다
내 삶은 오직 홀로 獨
피할 길 없다.
-7-
바람에 휘날리는 그대 머릿결
부드러운 향기
이게 다 그리움이겠지
차가운 가을 바람
더위를 앗아가듯
그 열정 다 어디로 갔을까.
종이 상자 속
곱게 쌓아 둔 오랜 편지.
-8-
푸른 하늘.
돌탑.
메마른 상사화 줄기.
돌탑 사이를 도는 바람.
생각없는 인파.
기도를 잃은 부처.
슬픔의 분노.
-9-
해는 지고 길은 어두운데
낙엽은 강물위에 하염없이 집니다.
바람에 떠밀리듯
나는 또 길을 걷습니다.
어제밤 별빛은 찬란하고
佳人이 좋은 때를 만난것처럼
오늘은 한없이 걷기에 좋습니다.
산새 소리 불현듯 사라지고
이른추위에 갖힌
작은 집.
시든풀 먼 하늘로 이어진 꿈을 꿉니다.
슬픔에 넋을 잃은듯
산자와 죽은자가 이리 아득하고
그대를 그리워하는 만큼 잊음 또한 한없이 힘듭니다.
이미 세상 먼지 가득 앉은 얼굴
서리같은 하얀 귀밑머리
이제
누가 그때 사랑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이미 깊어 진 밤길 .
새도 울지 않는 이 길을
내가 또 걷습니다.
-10-
마음은 고목처럼 한줄기 입니다만
시름은 떨어져 나가는 만갈래 낙엽.
사랑이 이리 깊어진것도 그대의 잘못
나의 분별없음입니다.
푸른 하늘 가운데
애끓듯 높이 솟은 돌탑
그대를 향한 내 마음입니다.
-11-
가을은 예전과도 같은데
그대는 파리하니 야위어 갑니다.
설익은 서풍에도
갈대는 소리 죽여 울고
저녁 별들은 우수수 집니다.
눈물 자욱처럼 남은 그대 사랑
당신은 늘 이렇게 어렵습니다.
시간을 무덤삼아
그 속에 전부를 버린다는 일이
이렇게 또 어렵습니다.
- 후 기-
몸은 하나인데
귀는 암수이다.
별 의미없이 가을을 사랑하다
나무는 무엇을 시기해서인지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잎을 떨군다.
떨어지는 잎이야
흙이되고 마른 먼지가 되겠지만
그대의 향기여
그림자같은 무채의 향이여
부디 소슬한 바람이라도 좋으니
옛날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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