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봉-
산행길
장천재 주차장-선인봉-종봉-구정봉-환희대-구룡봉(다시 환희대로 back :30분)
억새 군락지-천관산 정상 연대봉-봉황봉-장안사-장천재 주차장
산행 시간
4시간 30분
동백꽃들이 마른 땅위로 툭 떨어지며 죽어 갈때
차마가져가지 못해 남기고 간것이 꽃 향기 였나보다.
사라져 가는것과 남겨진것.
남겨진것의 존재마져 가슴을 아프게 한다.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믿음이 되어버리는 시대.
결국 우리도 가공된 신화에 얹혀 살고 있는 셈이다.
정상에 가까와 질수록 기암기석들의
기묘한 모습들이 하나 하나 제 모습을 드러낸다.
종봉 가는 길에 만나는 암봉들
종봉을 이루는 기암 괴석
금강굴
노승봉에서 바라본 능선과 관산 그리고 그림 같은 남해 바다 섬들.
맑은 겨울의 천관산에서 해풍을 맞이합니다.
방금 제주해협을 지난 거친 바람입니다.
한없이 젊고 투명한 바람.
뼈속 깊이 삼투해 마침내 영혼이 될것같은 맑은 바람입니다.
저 시원의 세계에서 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언제까지나 한결같은
이 바닷 바람.
이 바람이야 말로 신화의 원천입니다.
천주봉
하늘 아래 외로이 선 천주봉의 기암
천추봉
당번봉
대서봉 가는 길에 우측에 보이는 기기묘묘한 봉들.
봉이라기 보다는 암석군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당번봉 과 천추봉
소록도 방향의 남해안 섬들
환희대
연대봉으로 내려가는 하산길.
하산길이란 말은 좀 그렇다.
연대봉이 제일 높은 봉우리니 엄연히 산꼭데기 오르는 길이다.
묘하게 여자의 아랫것을 닮은 바위
환희대
책을 쌓아놓은것 같다고하여
대장봉이라고도 한다.
점심먹기 딱 좋은 곳이다.
-구룡봉-
천관산을 오르며 나는 구룡봉 아래 탑산사로 내려가는 길목이 궁금했다.
이시대의 이야기꾼 이청준의 마지막 유작
신화 시대의 무대가 아닌가.
신화란 한 시대의 인물의 탄생을 예고하고
그 인물을 통해 오늘의 우리를 바라보게 하는 것.
자두리란 혼줄이 놓인 여자를 통해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서서히 움트는 이 시대의 신화를 만들어 낸 작가는
수많은 예술가가 그랬듯이
작품을 미완으로 남겨 둔 채 세상을 떠났다.
자두리를 임신 시킨 6남자와
윤간의 역사를 뒤로 마침내 증명되는 아이 태산의 운명.
그 아이의 운명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오늘의 우리는 살아간다.
-펌-
누구의 자식도 아니자 모두의 자식이기도 한 태산(큰산), 천관산의 자식이라 한 것이 그 열쇠다.
영특한 태산이 스스로 출생 비밀을 알아내 여섯 남정을 찾아가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대범한 인물 태산이 자력으로 난국을 타개하고 드넓은 세계로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생전에 작가는 “천관산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큰산이자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고 했다.
산 너머로 떠난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그는 아끼고 아끼던 이 이야기를 끝으로 ‘저곳’으로 옮겨갔다.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사건의 줄기와 잎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고, 못 다한 이야기들을 미래로 활짝 열어둔 채.
진죽봉
누가 이 수많은 봉우리에 이름을 달겠는가.
신화의 하늘 아래에서
나는 걸음을 통해 신화를 이어간다.
이 땅의 사나이들
나름 생존에 몸부림치는 거룩한 신화의 주인공들이
공들여 큰 산 위를 걷고 있다.
천관산이 큰산이요 그 큰 산이 태산이다.
천관산은 이 시대의 아비이다.
관음 보살이 불경을 돌배에 싣고 와서 머문자리.
억새 평원이 유별나게 많은 남도 땅.
그 억새 밭에는 어김없이 슬픈 역사가 남아 있다.
금강굴 지나 양근암으로 내려 가는 내내
변변한 숲하나 없는 까닭을
이청준의 "신화 시대"에서는 이렇게 기술해 놓고 있다.
-펌-
“멀리로는 고려조 때의 일본 공략에 나선 여몽연합군의 군선 건조를 위해 산의 수림이 크게 남벌 당했고,
다음으로 조선조 왜란 때 우리 군선 건조와 왜인들의 방화 약탈로 다시 울창한 수목과 사찰들이 큰 수난을 겪었으며,
봉수제도가 폐지된 한말 이후 일제 강점기부터는 일본인 회사들의 건축재 반출사업으로 온산이 크게 헐벗게 되었다.”
구룡봉 가는 길에 지장봉을 꼭 둘러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진죽봉의 조망도 전혀 새롭다.
멀리 다도해가 아련히 보인다.
완도 쪽의 섬들
어디쯤 바다일까.
아비의 땅 천관산에서 나는 묘한 회유의 본능 같은 것을 느낀다.
나의 삶은 내가 불식한 가운데
분명 어디론가 회유하고 있을 터.
이 땅에 살고간 모든 아비의 거룩한 業처럼
나도 틀림없이 그 길을 좇아 가고 있을것이다.
알고는 가지 못하고, 가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그 어떤 곳으로.
억새가 바람에 몸을 누이듯
진죽봉의 선돌들이 바람에 쓰러질듯 위태하다.
그 위태함의 불길을 쥐고 살아 온것이 우리 아닌가.
돌들의 신화에 스스로를 조명해 본다.
멀리서 신라의 왕관처럼 보이던 바위들을 산정에서 바라보니
기암괴석이 이루는 절경에 새삼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산을 내려가기 싫고
내려가다가도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망설여 지는것이
천관산 산행이다.
발굴이 진행 중인 유적처럼
쭈뼛쭈뼛 솟아 나온 돌들.
돌이 주인인 石庭에서 세상을 마침내 뚫고 나온 새싹을 보듯
아름다운 돌들을 바라 본다.
들들을 타고 넘는 바람마저 예사롭지 않다.
시원한 제주 해협의 바람이리라.
그 바람에 조금씩 흙이 깍여 드러나는 저 돌들의 역사.
그 질긴 역사의 터에 내가 서 있는것이다.
바람을 경이롭게 맞는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경근해지고 싶다.
역사적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나는 우쭐해진다.
산의 비밀을 알아차린것 같다.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던 한아운님의 詩
소록도가 등 뒤로 보이는 천관산 꼭데기에서
학창시절 친구를 만날 줄이야.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서로의 얼굴에는 벌서 30년 넘는 세월이 흘러갔다.
서로가 산을 좋아하다보니 이 친구는 가끔 이렇게 산에서 만나게 된다.
천관산 연대봉 723m
고려시대 부터 전해 내려오는 봉수대
장흥하면 이 시대의 글꾼 이청준이 태어난 곳이다.
그의 소설 서편제가 영화로 제작되었을 때
오정해 김명곤 김규철이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지나던 돌담길은
저 앞바다에 떠 있는 청산도에서 촬영된것이다.
그의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은
손 닿을듯 보이는 저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아닌가.
그의 마지막 미완의 소설 "신화 시대"는
바로 이 천관산을 무대로 한 작품이다.
-펌-
“선바위골 뒷산 너머로 이 지역 사람들이 흔히 ‘큰 산’이라 부르는 천관산(天冠山)이 높이 솟아 있었다.”
큰산이라기 보다는 영산이란 느낌을 받았다.
천제단에서 바라본 남해 겨울 바다.
청산은 푸르고 바다는 깊기만 한데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여전히 수묵화이다.
그런데 명암의 세계에서도 겨울은 온전하다.
겨울 바다는 빛의 설명이 필요없다.
할매 바위
-펌-
“우리의 삶이 완성이 없는 것이고 보면 그것이 오히려 당연한 노릇인지 모른다.
내 삶이나 소설에 어떤 절정이나 완성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소설쓰기는 그치고 말았으려니와, 지금까지 계속 이 일에 매달리고 있음이 그 증거 아닌가.
‘이곳’과 ‘저곳’을 아무리 되풀이 오고 가도, 내 옳은 정처, 내 삶과 소설이 온전히 이루어질 곳은 언제나 다시 ‘저곳’에 있었고, ‘지금 이곳’은 미구에 다시 ‘저곳’을 향해 떠나야 할 임시 기항지에 불과해 보이곤 한 때문이다.” (작가의 말, 「나는 왜, 어떻게 소설을 써 왔나」, 본문 310면)
천관산의 기운을 흠뻑 받고 .
내가 잠시 깔고 앉은 자리에
엉덩이 표식이 야무지게 남았다.
돌의 나라
천관산에서 사진을 찍으며 나는 자꾸 과거로 돌아가는 필름 속의 나를 느꼈다.
역사란 작은 흑백 사진과도 같은 것일까.
사진에서 빛을 빼고
빛바랜 옛날의 사진처럼 채도를 낮추는 일련의 행위들을 통해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자신 속에 내재된
역사성의 흔적을 들추어 내는것이다.
빛바랜 세계는 참 편안했다.
나는 이 순수하고 서늘한 음지의 세계를 사랑한다.
결국 과거에대한 짙은 향수나 그리워 하며 살아갈 모양이다.
불가사의의 道人
유자
코끝에서 유자향이 간질거린다.
유자향에 나는 알러지가 있다.
그러나 유자차는 잘 마신다.
목덜미도 따끈거린다.
-후기-
나의 과거라해야 덜추어도 먼지만 이는
별 볼일 없는 것이건만
나는 여전히 과거 지향적이다.
나는 새것에 둔감하고
옛것에 익숙하다.
나의 몸이 늙어져가는 만큼 감각도 후져가는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미 과거의 바구니에 담겨져 버렸다.
지금의 나는 역사일까
잉여일까.
Dmitri Hvorostovsky, baritone
Academy of St. Martin-in-the-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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