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운장산-진안 고원에서

poll™ 2010. 1. 18. 13:56

 

 

 

 


 

 

 무주 진안 장수 지역

지리학상 소백산맥과 노령 산맥의 높은 산들로 이루어진 지대로

소백산맥을 이루는 민주지산,덕유산의 준봉을 비롯해

노령산맥의 대둔산, 운장산, 구봉산, 연석산등 많은 고산들이 포진해

영남 알프스에 빗대 호남 알프스라 불린다.

 

 

 

북쪽 멀리 완주군 대둔산이 아득히 보인다.

 

 
만경강과 금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진안 고원의 서북방에 자리하고 있는 운장산

 부귀·정천·주천 3개면과 완주군 동상면에 걸쳐 있다. 노령산맥의 주봉으로 높이는 1126m이다.

서봉과 상봉(운장대),동봉으로된 세개의 봉우리가

오묘한 멋을 자아낸다.

 

 

운장산은 늘 구름에 가려있어 햇볕을 하루에 반나절도 못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진안 고원의 전망대와도 같은 운장산에서

오늘 하루  멋진 조망을 선사해 줄 맑은 날씨를 만났으니

이 보다 더한 행운이 있을까.

 

 

 

연석산 960m

 

연석산은 운장산,구봉산과 한 능선으로 이어져 종주산행을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종주에 한번 도전해 보고픈 능선이다.

가을빛 선선한 어느날

가벼운 배낭 하나 달랑 짊어지고 원없이 쭉 걷고 싶은 그런 길이다.

 

 

 

 

연석산에서 동쪽으로 힘차게 뻗어 나가는 저 능선의 아름다움을 무어라 표현 할수 있겠느냐고 누가 물었다.

아름다운것의 본질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니

무슨 말로 이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을까.

 

본질이란 설명하면 할수록 이미 본질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내가  아름다움을 말해 버린 순간

그 아름다움은 이미 본래의 면모가 아니다.

 

 

서해 바다 해풍을 따라온 소금기가 萬山에 가득하다.

비가 온 뒤 저녁 하늘이 아름다운것처럼

요 며칠의 찬 바람이 구름을 다 걷어 가버린 모양이다.

 

자신의 모든 고통을 다 날려버리고

순수하고 아름다운것만이 결정처럼  남은

 군더더기없는 아름다움.

암염처럼 단단한 결정이

정월 하늘아래 바닷바람처럼 눈부시다.

 나이브한 내 인생을 닮았다.

 

 

 

두 갈래의 길

 

고작 이 작은 나무 하나를 두고서도

우리는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만 했던 것일까.

나무를 둘러 싼 발자국이 어지럽다.

 

  

 

 

 

 

 

 

 

무엇이 빛이고 무엇이 그림자인가.

봄볓에 꽃이 만발하듯

빛은 그냥 그대로의 빛일 뿐.

세상을 명암으로 상량해서는 안될일이다.

선과 악

옳고 그름

싫고 좋음

이런 분별이 없는

그저 흰 눈밭과 같은 마음을 찾아 산을 오른다.

 

 

 

 

 겨우 오른 길을 급히 내려간다.

산님들을 다 보내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된다.

황지우 시인의 말처럼

혼자서 하지 않은 여행을 여행이라 할 수 없듯

나는 혼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포행의 마음가짐을

추스를것 같다.

느린 마음의 보폭을 마침내 내 발걸음에 맞춘다. 

 

 

 

독자동 계곡

 

좌 하단 피암목재,10시 방향 장군봉.

 

 

깔딱고개를 거친 호흡 이겨가며 겨우 서봉에 오르자

일망무제

더 없이 시원한 조망이 눈 앞에 펼쳐진다.

동서 남북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산 또 산이다.

 

괴테의 시처럼

산봉우리 마다 휴식이 가득하다.

무릇 삶이 팍팍하거나 슬퍼거나 외로울때나 또는 그 어떤 때라도

산에 한번 오를 일이다.

필라멘트처럼 반짝이는 저 눈부신 세상을 바라보며

 나는 정녕 휴식에 묻힐지언정

결코 잠들지는 않겠노라던

그 어느 시인의 글 새삼 떠올려 본다.

 

 

 

 

 저 서쪽 끝은 군산 앞바다 일까?

 향수를 기다리는 두 남자의 실루엣.

 

해만 지면 밀려오던 바닷물처럼 짭쪼롬한  그  향수!

내 마음의 고운 빗질.

핑크빛 청춘의 베일을 벗자

이미 헛되버린 꿈.

 

마음에 쌓인 먼지 툴툴 털어버리고

의지할 바 없는 스스로를 제 혀로 위무할때

그때  위대한 안식으로 안내 하던 그 향수.

그 향수를

저들도 되돌아 보는것일까.

 

 

 

향적봉과 남덕유가 이루는 덕유산 능선은 박무에 가려 희미하다. 

 

 

 

 

 

우 상측이 향적봉의 위치 

 

박무에 산들이 가려있다.

원경을 생각하며 조리개를 조으자

사진이 어두워진다.

 

따뜻한 날씨가 지상의 물기를 우려낸다.

자꾸 멀리 보게된다.

하늘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처럼.

 

가까운 산 코 앞에두고

멀리 멀리 보이지도 않는 산을 애써 당긴다.

욕심이며

과욕이다.

 

내가 머무르는곳이 청산일뿐.

오늘 하루가 산중임에 다만 자족할 일이다.

 

 

 

 

 

 

상봉(운장대) 너머

민주지산과 덕유산이 만드는 긴 산그리매가

큰 파도를 이루며 밀려 온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날씨를 받아 바빠야 할 이유도 없는 산길을

바삐 걷고 있다.

오늘따라 나를 찾는 이가 많다.

나는 산중에서 재촉받는 일이 싫다.

 

  

 

연석산 925m 

 

산에 오르는자, 모름지기 군말을 말아야한다.

묵언의 포행,

行禪 의 경지는 아닐지라도

나는 라르고처럼 느리디 느린 리듬으로 산을 걷고 싶다.

 

군말하지 말아라.

산은 너를 초대하지 않았다.

다만 길 하나 내어주었을 뿐.

 

험한 산은 험한대로.

순한 산은 순한 산대로.

 

사람 대하기도 마찬가지다.

 

 

 

 

 

 

 

 

 

"나를 죽이지 않는한 세상 모든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

니체가 한 말이다.

 

을 죽여버린자의 말이니

이 한마디의 메시지 또한 얼마나 강열한가.

 

이산 저산 오르내리며

과연 나는 스스로도 놀랄만큼 강해졌다.

 

의 존재가 나에게는 가르침이었다.

발로 느끼고 몸으로 깨닫는다.

투명한 깨닫음의 향기가

높은 산에서 만나는 바람처럼 전해온다

바람은 고요를 더 깊게 만들었다.

문득 내 앞에 놓인 삶이

진중한 무게로 다가온다.

 

 

 

 

 

 

 

 

 

 

 

 

 

 

 

 

 

 

 

 

 

 

 

 

 

 

산을 마주 한다는것은

비오는 날  라흐마니노프를 듣는 일, 

누군가 내 삶을 대신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저 산이

아프도록 가슴 저미는 비 오는 날의 그음악이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그들로 부터 내가 너무 돌아 와 버렸다는 느낌.

 

 

 

 

운장산 운장대를 향해 걷고 있는 행열. 

 

 

 

 서봉의 중후한 맛을 만들어내는

오성대와 칠성대.

 

나는 정말 산인지 모르겠다.

내 마음은 벌써 복수초 피는 봄이다.

아지랑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르는 봄이다.

밀어낼수 없는 무게이다.

밟아도 밟아도 흔적이 남지 않는 지우개다.

 산이다.

 

 

 진안군 부귀면 방향

 

 

 

 남쪽 방향에 보여야할 마이산은 개스층에 가려 육안으로 분간이 되지 않는다.

 

 

 

 

운장산 정상에 벤취를 옮겨놓은 이는

낭만적인 분일까

정신 나간 자일까. 

 사람 없는 계절이라면 몇시간이고 앉아서 산구경이나 할만하다.

엉덩이 하나 걸쳐 놓을곳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견고한 차돌처럼 산이 거세고 단단해 보인다.

독창에 화음반주를 입힌 레치타티보나 아리오소처럼

산 저쪽에서

공명을 이룬 오묘한 화성이 바람을 타고 밀려온다.

대지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베토벤의 7번 교향곡이다.

 

 

 

진안군 부귀면

 

 

 

 

 

 운장산 상여바위(?)

 

 멀리 남쪽 지평을 이루는  덕유산의 능선과 괘관산 백운산 장안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들은

개스에 가려 희미하다.

 

 

 

아무리 사진을 확대해 봐야 박무에 가린 산그림자가 잘 보일리도 없지만

호기심에 사진에 비쳐진 풍경을을 역량껏 뒤져보니

마이산의 쫑긋한 말귀가 부귀산 그림자 뒤로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이날 육안으로 마이산을 보신 분들의 맑은 두 눈이

한 없이 부럽다. 

 

정면 부귀산 뒤로 희미하게 마이산 이 보인다.

뒤에 병풍처럼 토끼봉,반야봉 조금 떨어져 노고단의 엄숙한 자취도 보이고.

 

 

 

뒤 돌아 본 운장대와 서봉 

 

 

 

 

숨은 산 찾아 보기

우 상단 부귀산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마이산 

 

 

모든 길은 운명이다.

나는 문을 연다.

 

모든 산길 또한 운명이다.

 나는  걷는다.

 

문을 나서며,

길을 걸으며

생선살을 바르듯 떨어져나간

내 하루가

내 살점이

낼름 낼름 먹혀 버린채 살아갈 지라도

 

나는 걷는다

내두 다리로

신발로

내 스스로. 

 

 

 

 

 

 

 

 

 

피부 바깥에 스민 햇살을

고픈배 참아가며 견디는것처럼

산이 눈을 견디고 있습니다.

 

낯선 바람의 아우성도 사라지고

적요가 또 고요를 밀고와 

나는 까닭도 없이 스글픈 마음을 가집니다.

 

말을 잃었습니다.

겨울에 몸을 맡기듯 산에 말을 맡겨

나는 보듬을것 없는 바람이 됩니다.

 

겨울산은

저 무거운 침묵들을 다 거두어

어디선가 긴 그림자만 내려 보냅니다.

 

 

 

 

 

 

 

 

 

 

 

 

 

 눈길을 걸으며

나는 내 마음에  화산지 한 장을 깔아 본다.

엄숙한 힘으로

종이 위에 붓끝을 무겁게 내려누르듯

눈길을 따라가는 내 족적 또한 선명하다.

 

 

화선지 위에 또박 또박 쓰내려가는 글씨처럼

한발짝 한발짝

땀흘려 내딛는 걸음.

 

사실 나는 이런 긴장이 싫다.

 

 

 

 

 

 

 

 

 

- 후 기-

 

산을 통해 나는 무엇을 이루고 싶은 생각은 없다.

처음부터 없었던게 아니라

불현듯 담배를 끊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것처럼

어느날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산행의 덕목은 마음을 비우는것이다.

마음을 비워라!

마음을 깨끗이 해라!!

心卽佛이니라.

 

비워진 마음은

빈 마음일까, 채워질 마음일까

비워지지도 채워지지도 않는 마음을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

겨울 산도 서서히 끝나간다. 

 

 

 

 

 

 - P.S-

 

 

-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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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Andreas Scholl-White as li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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