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오대산 노인봉-소금강 후기글

poll™ 2010. 10. 26. 10:26

 

 

 

 

 

뭔가 말하고 싶을 때가 있고

말하고 싶은 바가 억눌린 채 언어가 탄식이 되어 터져나올 때가 있다.

탄식이 곧 빈 언어는 아니다.

탄식은 집약이요 알집이다.

 

 

 

 

 

 

 

 

 

 

 

고냉지 채소밭을 엎어버린 산등성이에는

키 작은 관목이 밀도있게 자라기 시작했다.

무릇 나무가 지켜야 할 산을 인간이 임차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길이 드러났다.

길은 과거의 깊은 상처이다.

상처이기에 길은 아름답다

슬프도록 아름답고 긴 길이다.

 

 

 

 

 

 

 

 

 

나는 한동안 이 길을 떠나가지 못했다.

아무리 둘러 보아도 소박하고 담담한 풍경이었지만

풍경 한켠에서 나를 붙잡는

끈끈한 애정이 느껴졌다.

마치 아무말이나 쏟아내어도 다 어울릴것 같은 평화와 여유가 느껴진다.

사랑의 시를 쓰면 사랑이 되고

슬픔의 노래를 부르면 그대로 비가가될것 같은 풍경

그런 풍경이었다.

 

  

 

헛개나무 

 

 

 

 

 

 

 

 

 

 

 

 

 

 

 

 

오대산 노인봉이라고 하지만

노인봉은 오대산 국립공원에서도

두로봉 상왕봉 비로봉 호령봉으로 이어지는 오대산 주 능선에 비해

동쪽으로 치우쳐있다.

하지만 소금강이라는 우리나라 제1승경을 품고 있어

멋진 등산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앞에보이는 황병산과 산너머 소황병산 왼편 끝자락의 매봉 

대간길이다.

덕유산 중봉에서 무룡산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그 너울과 같은 능선이 겹쳐져 떠오른다.

 

내 앞의 대간길은 늘 철학이다.

저 길이 마침내 내 삶의 구석 구석 까지 혈관처럼 흐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마치 길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길!

인간의 두다리가 피땀으로 적시고 만든 피지컬의 흔적.

기~~~~~일

하고 한없이 길게 부르고 싶은 그 詩語.

 

 

 

태백 준령 끝에

설악산 주능선이 아스라히 보인다.

 

늘 기억에 가물거리는 계방산에서 나는 처음 저 능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능선이 그리워 올 여름 설악산에 다녀왔다.

 

그러나 설악에서 본 또 다른 설악은 설악에대한 나의 먼 향수를 증폭시켜

그리움을 더 키워버렸다.

 

이해가 가기 전에 다시 설악으로 가야겠다.

어느 계절인들 어떠랴

나는 기어이 가야겠다. 

 

 

 

 

 

소금강 들머리에서 나는 이미 져버린 낙엽에 실망했다.

빛을 번뜩이는 신갈나무와 사스레 나무의 빈 그루만 산중에 가득했다.

 

그러나 계곡을 내려서자

산에 물감이 스며든듯 단풍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대산 산의 숨은 속살같은 소금강.

그 화장한 엘리스의 세계로 나는 떠나간다. 

 

 

 

 

 

나는 떠나간다.

늘 벗과 함께여도

나는 혼자 떠나간다.

 

말과 행동으로 나누기 어려운

단 하나의 마음을

차라리 몸으로 실어,

성실하고 열정적인 내 슬픔에 실어

 

나는  떠나간다. 

혼자다

 

 

 

 

 

 

 

 

 

 

 

 

 

 

 

 

 

 

 끊임없는 논쟁 뒤 혼자 마시는 커피처럼

단풍이 맥없고 시시하다.

 

혀끝에 닿는 그 쓸쓸한 냉기처럼

꼭 있어야할것이 빠진 느낌.

 

시기적으로 단풍 구경이 너무 늦은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으로

산길을 걷고 또 걷는다.

 

 

 

 

 

 

 

 

 

 

 

 

 

 

 

 

 

 

 

 

 

 

 

 

 

 

 

 

B급 풍경을 A급 산진으로 되살릴려는 나의 무모함은

첫걸음 부터 삐걱거린다.

거꾸로 A급 단풍을 C급으로 조차 표현하기 힘들 만큼

하산길은 바빴다 .

 

거의 뛰다싶이 내려가는 나의 등 뒤를

풍경은 가엽다는듯이 자꾸 멈추어 서게했다.

 

출렁거리는 교량,쿵쿵거리는 심장이 사진을 망쳤다.

아! 그냥 풍경을 풍경인 채 두고 왔더라면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사진이 아니라 욕심을 찍은 하루다.

이 좋은 풍경을 다 無로 만든....

 

 

 

 

 

 

 

 

 

 

 

 

 

 

 

 

 

 

 

 

 

 소금강의 전체 구성은 설악산 구곡담과 비슷하다.

길고 깊은 계곡.

강원도 깊은 산이라면 어딘들 다 이런 모습이 아닐까.

 

산중에 일찍 지는 해가 나를 더 서두르게한다.

경치를 느긋이 즐길 겨를없이

긴 계곡을 내리 달린다.

 

산행을 위한 산행이다.

아무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쓸쓸한 산행인것이다.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울린 풍경은 언어로 설명되는것이 아니다.

설명하기에 이미 비언어적이다.

 

그러므로 말로 드러내야할 언어들은 이미 생각속에서 죽어버린다

말이 필요없는 세계에서는

그냥 침묵한 채 풍경 속에 빠져드는것이 낫다. 

 마른 모래에 물이 스미듯.

 

 

 

 

 

 

 

 

 

 

 

 

 

 

 

 

 

 

 

 

 

 

 

 

 

 

 

 

 

 

 

가을 풍경이 다 이런것이지.

위로의 말이 실망의 씨앗이 되지는 말아야지 하고 느끼는 순간

신기하게 또 풍경을 만난다.

 

소금강의 풍경들이 나를 위로하듯 

차창을 비켜가는 풍경들처럼 몸을 드러낸다.

나는 거만한 검열관처럼 풍경을 탓한다.

세상이 너그럽다.

나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사랑받는다.

 

 

 

 

 

 

 

 

 

 

 

 

 

 

 

 

 

 

 

 

 

 

 

 

 

 

 참 사랑스런 빛이요 풍경이었다.

다만 그 빛의 풍요함을 즐길 줄을 몰랐을 뿐.

 

사랑이 늘 사랑인것처럼

소금강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 또한 늘 아름다움이다.

나는 계곡을 따라 뱃놀이를 하고 온 기분이 문득 들었다.

순풍이었다.

 

기분좋은 피로가 발아래에서 밀려왔다.

산길은 여전히 멀게 느껴졌다.

 

필요한것만을 주워 만든 앨범같은 하루다.

 

 

 

 

 

 

 

 

 

 

 

실제 쓸 글이 없다

느낀 바가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움 자체 그 이유일 수도 있겠고

아름다움에 생각이 스며들 틈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오늘 하루, 버킷의 리스트처럼

또 하나의 소망을 이룬것만은 사실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성실히 완수 한것

이것만으로도 큰 보람이 아닐까.

 

이 세상에는 제가 하고 싶은것을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떤것을 이루려는데는 열정과 희생이 투쟁처럼 따라야한다.

세상에 그저 얻어지는것은 없다.

내 몸뚱아리 하나도 출생시 열심히 울어준 덕분이듯

오늘의 산행도 내 열정과 노력의 산물이다.

 

 

 

 

 

 

 

 

 

 

 

 

 

 

- 후 기- 

 

오대산을 설악산의 작은 산 정도로 생각한건 잘못이었다.

그러나 비록 오대산의 한쪽 귀퉁이를 돌아 본 산행이었지만

정말 정감있고 매력적인 산이었다.

 

시간에 쫒겨 급히 산을 내려온 탓에

좋은 풍경을 그냥 흘리고 왔다.

 

그냥 흘렸으되

내 등뒤의 풍경만은 따뜻했으리라.

 

말없는 산행

테러리스트의 침묵처럼

소금강 그 긴 계곡길은 온통 몸으로 겪은 탄식이었다.

 

 

 

 

 


Gone With the Wind, Tara's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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