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해남 달마산 후기

poll™ 2011. 4. 25. 17:35

 

 

 

반도의 최남단 해남

 

덕룡산-주작산-두륜산-달마산을 거쳐

땅끝 사자봉에 이르러 마침내 바다에 발을 담근다는

국토의 현관.

오늘은 달마산을 오른다.

 

 

 

 

들머리 신작로를 따라 올라가다

임도 지나 편백나무 숲을 만난다

일행은 숨고르기를 하고 산행을 준비한다.

 

숲에 이르자 꽤 급한 비탈을 만난다

그 비탈 끝무렵이 돌길이다.

 

산의 너들을 지난다.

쉽게 지친다.

산의 너들이 아니라

뼈처럼 솟은 악산의 등비늘을 밟고 지나는 기분이다.

 

 

 

 

 

 

 

나는 편백 나무 숲이 좋다.

시원하게 뻗어오른 가지는

햇살을 우듬지에서부터 적절히 차광하여

마치 땅으로 스며든 빗물이 맑은 샘물이 되어 솟아나듯

서서히 순화되어 내려 온 빛은 설명할 수 없는 평화를 준다.

 

낮게 가라앉은 숲속 공기와 나무 그늘

이 적요를 가르며 걷는다는것은

어쩌면 이렇게 종교적인지.

 

덜 말하게되고 더 생각하게 되며

묵행이 생각의 골을 깊게 하듯

땅을 밟는 다는것이 더 본질적인 질감임을 느끼게 한다.

 

 

 

땅끝의 봄이 왜 늦은지

아직 지지 않은 산벚나무가 늙은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앉아 우리를 맞는다.

 

꽃물이 잔뜩든 계곡이다.

질풍노도의 성질 사나운 사춘기 아이처럼

산길은 온통 바위로 척박한데

섬세한 골격의 암릉은

봄과 어울려 아름답기 그지없다.

 

청춘이 아름다운것은 젊음 그 자체이기에

나는 정교하게 단련된 청년의 근골과 같은 바윗길을 지나며

오랜 감상 끝에

스스로 산을 늦게 오르는 이들의 핑계를 만든다.

 

생기를 되살리는 아름다운 산이다.

신의 정원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발아래에 신경을 집중해 열심히 산을 오르는 산사람들.

 

 

 

 

 

 

 

 

마침내 능선에 이르자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멋진 돌기둥이 우리를 맞는다.

아직 분홍빛 선연한 진달래가 바위에 격조를 더 한다.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자연만이 누리는 호사다.

숨을 고른다.

스스로  풍경이 된다.

 

 

 

관음봉

 

 

 

 

 

 

 

 

아름다운 산길을 꽃나무와 함께 한다는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

이런 즐거움은 일요일 아침 이른 잠에서 깨어나

부지런히 산을 오른 자 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이다.

 

무엇으로 이 즐거움을 대신할 수 있을까!

도무지 나누기도 싫은 이 기쁨을

애써 가슴에 품은 연정처럼 고이 묻어둔다.

 

오직 근면한 자의 몫.

열락의 바다를 헤쳐나가듯 힘차게 나아간다.

 

 

 

 

바람재

 

단풍이 물든듯한 진달래 꽃길을 돌아 오르니

준마의 잔등같은 바람재가 우리를 맞는다.

 

나는 마치 덕유산 중봉에서 무룡산 너머 멀리 남덕유를 바라보던

그 날의 벅찬 흥분이 돌아온다.

 

 행복이 소담스런 연꽃에 쌓여 떠오르듯

마음이 고조된다

 

근래에 맛보지 못한 질리지 않는 풍경.

아무리 보고 있어도 그저 마른 탄성만 새어나오던

부석사 무량수전처럼

나는 저 끝 달마산에 이르는 연봉을 하염없이 바라다 보며

봄볓 아래 마냥 서있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영문 모를 바람이 불어와도 다 당연한듯 느껴졌다.

세상 만물이 그저 완벽한듯 넋을 놓고 바라보다

 행복이란 이런것이구나 하는 참 소박한 생각에 빠져 들었다.

 

 

 

 

 

 

 

 

 

 

 

 

 

화사한 봄볕이 또 춘심을 흐트러 놓았는지

꽃이 또 나를 붙잡는다.

 

 발 아래에는 험한 돌길이,

눈 앞에는 혼줄을 앗아가는 풍경이 놓였는데

꽃은 어쩌자고 또 나를 붙드는지.

 

남해 무수한 섬들을 지나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이

꽃들을 모조리 흔들어 작고 아름다운 종소리를 낸다.

 

세상을 깨우는 소리란

이렇게 다 가슴이나 울리는 작은 소리다.

이 작은 소리에 천지 사방 봄 기운이 다 깨어난다.

 

 

 

 

 

 

 

 

 

 

 

 

 

 

 

 

 

 

 

 

 

 

 

 

 

부처를 협시하는 보살처럼 수미산을 닮은 극락의 구름들이 떠 다닌다.

세상의 고요야 말로 부처의 가피다.

산을 오를수록 세상은 실로 오묘해져

나는 암술처럼 고개를 세우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 본다.

광대원만의 세계,

아주 작게 움추렷던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르다 마치 내가 큰 풍선 속에 든것처럼

가슴에 주체할수 없을 만큼 크다란 "비움"이 찾아온다.

 

가슴이 비었다.

나비처럼 날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부감형식으로 그린 정선의 금강전도를 보는것처럼

발 아래 풍경이 아득히 밀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멀리 달마산 산정에 이르는 길이

말 그대로 진달래 꽃길이다.

 

그냥 지나가 버리기가 아쉽다.

남해의 순한 바람들이 근들거리며 서쪽으로 넘어가 서해의 바람이 된다.

남도의 기운을 담은 참으로 순하디 순한 바람이다.

 

해남 황토밭에서 마늘대를 키우고

호박 고구마를 살찌게 했던 그 바람이다.

 

 

 

 

 

 

 

 

바다를 헤엄쳐 불경을 가져왔다는 소 무덤이 있는

우분

 

 

 

힘차게 내려 긋는 필살의 일획이 되어

두륜산으로부터 산금이 요란하게 달려 온다.

 

여기에 이른 산세는 촘촘히 땋아 만든 새끼줄처럼 작은 능선을 만들며

마치 한마리 지네의 형상으로 도솔봉까지 나아간다.

 

그러기에 달마산 산행은 풍광을 감상하는 재미 못지않게

눈 앞의 목표를 향해 일직의 행진을 하며 나아가는 재미 또한 만만찮다.

 

 

 

 

 

 

모조리 부숴져

마침내 모조리 부숴져 돌이 되리라

그리하여

빈 머리를 얹게 되리라.

아주 긴 세월이 가면.

 

 

 

 

 

 

 

 

 

달마산 정상부에서 작은 금샘쪽을 향하여

 

 

 

달마산 불썬봉

 

정상부가 좁아 오늘을 증거할려는 정상석 쟁탈전이 치열하다.

불썬봉의 의미는 여기가 옛날 봉수대 터라

불을 켜다-불을 혀다-불을 써다 에서 유래되었으리라 짐작된다.

 

 

 

 

 

 

 

 

 

 

 

 

 

 

 

 

 

 

 

 

 

문바위재에 서있는 잘 발기된 거시기 모양의 바위

 

아래에는 작은 개구멍이 있다

 

 

 

작은 금샘

 

 

 

 

 

 

 

 

 

 

 

 

 

한국 불교의 해로 유입설을 뒫받침하는 미황사.

 

봄기운에 쌓여 절집 마당이 더없이 따뜻해 보인다.

달마산의 달마는 미황사에 이르러자 마침내 그 의미를 조금 이해 할듯하다.

스스로는 불변의 존재이면서 자신의 배경이 되는 존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것이 달마라면

마치 협시 보살처럼 미황사를 둘러싸 절집의 존재를 더욱 빛나 보이게하는

달마산의 연봉이야말로 정말 달마적이다.

 

 

 

붉은 탱고와 같은 동백꽃의 주검.

 

 

 

아! 미황사

 

부석사의 아름다움을 소백산이 담보한다면

미황사 가람 배치의 아름다움은 달마산연봉이 정직하게 담보한다.

 

정말 탄복할만한 절집의 배치이다.

어찌 이보다 더 절묘할 수가 있을까.

 

때마침 맑은 하늘에

욕심이라고는 띠끌만큼도 없는 맑은 구름 한조각이

멋지게 달마산 머리에 걸려있다.

 

세상을 향해 눈을 열어 준것은 신의 축복이다.

그 세상을 향해 마침내 나아간것 또한

억만겁의 인연이 준 선물일터.

 

오늘의 이 느낌, 이 흥분을 고이 간직하여

마음 속 선을 다듬고자 한다.

 

 

 

 

 

 

 

 

 

 

 

 

 

 

 

紅桃花

 

 

 

 

 

 

 

 

땅끝에서 바라 본 바다

 

 

- 후 기-

 

"제 모습보다 더 나아 보이려고 욕심 부리지 않습니다.

제 모습보다 더 완전해 보이려고 헛되이 꿈꾸지 않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꾸미지 않고 살아갑니다."

 

달마를 닮은

도종환의 시구처럼

오늘 맑은 날을 택해 산에 올랐건만

산은 어찌해 묘하게 웅얼대고

꽃빛은 어찌 저리 붉을까

 

비할 바 없이 행복한 이 마음.

땅끝에서 부는 저녁 바람 맞으며

있던 그대로의 마음이나 닦아

조용히 식히고 갈련다.

 

 


 

 

 

 
12. Told to the Heart - Kevin K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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