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산행 후기: 불갑산 2011.09.25 140번째

poll™ 2011. 9. 26. 16:27

 

 

 

 

꽃무릇

 

누가 뭐래도 오늘부터는 너는 꽃무릇이다.

상사화와 꽃무릇,

꽃이 이렇게 확연히 다른데

왜 이름을 혼용해서 쓰고 있을까?

그 까닭이 다 궁금하다.

 

슈베르트의 송어를 숭어로 배웠을 때처럼  어의없다.

 

 

 

 

 

 

상사화    -펌-

 

 

많은 분들이 상사화와 꽃무릇(석산이라불림)과 구분을 잘못하시는데요
상사화나 꽃무릇은 구근으로 있다가 지역에따라 차이가 조금씩있겠지만

상사화가 7~8월경에 꽃무릇보다 조금 일찍피구요, 꽃무릇은 조금뒤에

8~9월경에 핍니다~!,

두꽃모두 잎이나 꽃받침 같은것이 없이 신기하게도

군더더기 없이 땅에서 불쑥 꽃대만 쭉 올라와서 꽃을 피웁니다~! 

꽃무릇은 고창 선운사 꽃무릇 군락이 유명합니다

 

 

 

불갑사

 

불가의 으뜸이라는 佛甲寺

숲으로 둘러쌓인 평지 사찰이다.

 

불갑사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백제 불교의 해상 유래를 증거하는 사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백제 침류왕 원년인 374년 진나라 스도승 마라난타에의해

창건된것으로 알려져있다.

 

역사에 비해 고졸한 맛은 없다.

 백제의 영향을 가늠할 만한 제대로된 돌탑 하나 보이지 않는다.

 

 정유재란 때 절이 소실되어

영조 연간에 중건되었고

순종 3년에 보수된 절이라 한다.

 

 

초가을 햇살에 반사된

지붕의 때깔이 마치 새신을 신은 아기 발처럼 곱다.

 

 

 

 

 

 

 

 

 

 

온통 꽃무릇이다.

 

상사화 축제를 한다는 주최측의 고민없는

문구가 마음에 걸린다.

 

기다림을 이겨낸 붉은 赤心의 꽃.

중년의 나이에 바라보는

이 붉은 열정의 빛에 묘하게 마음이 간다.

 

식어가는 청춘의 마음 속에

아직 더 타야할것이 남아있는 탓일까

 

相思의 아픔도

오늘이 되고보니 다 약인듯하다.

 

 

 

 

 

꽃무릇이 보여주는 이 화려한 빛과 자태를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할 길이 없다.

 

카메라를 통해 아무리 꽃의 속내를 들여다 보아도

꽃은 여전히 꽃일 뿐이다.

오랜 기다림 속의 간절함이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소중한것은 멀리있는것이 아닐터인데

외로움이

문득 지나가는 비처럼 스쳐간다.

 

꽃술 위로

또 한번의 눈길을 보낸다

그리움의 껍질이  한켜 벗겨진다.

 

그 위로  새살이 차오른다

그리움의 살이다

 

한층 그리워진 꽃이 보였다.

 

 

 

불갑사를 우회하여 산에 오른다

 

 

 

 

참취 꽃이야 말로 가을꽃이다

작고 흰 꽃잎이

초연한 가을 빛을 던져준다.

 

모두가 떠나버린 뒤

홀로 남은 아이처럼

길고 쓸쓸한 빛

 

꽃은 꽃이되 한무더기의 상념이다.

 

 

 

 

 

 

 

 

 

 

 

고혹적이란 말은 이렇 때 쓰는 말인지

자태가 정말 고혹스럽다.

 

꽃무릇 무리진 集花야 말 할것도 없거니와

홀로 붉은 빛을 발하는 한 송이 한 송이가 다

완숙한 여인의 관능미를 보여준다.

 

에릭사티가 사랑한

쉬잔 발라동

Je te veux , 난 널 원해

그 노래가 생각난다.

 

 

 

 

 

호랑이 굴에 앉은 마나님

 

 

여인이 나이가 들면 무서운 호랑이로 변한다는

최희준의 노래가 생각난다.

 

아내는 정말 호랑이로 변해가는걸까.

쉰을 훌쩍 넘은 나는

바람 앞의 등불같은 신세이다.

 

아내는 어질디 어진 여인이다

그 어진 여인에게 조차 자비를 구하는 나는

어쩌면 준비된 남편인지도 모른다.

 

아내야 말로  비로자나불이다.

 

 

 

 

 

 

 

시든꽃

시든 인생

그 아쉬움의 시간에

잠시 눈이 간다.

 

사진은 어찌 보면 과거와의 대화이다.

나는 또 포획한 시간의 그림자를

내 먼지 앉은 아크이브로 보낸다.

 

사진은 이미 과거의 박제에 불과하다.

이 과거에 의미와 철학을 부여하는 일이 사진 예술이다.

 

한잖은것

눈에 띄지 않은것

잊혀진것

이 모든 시들고 잠든것을

살아 숨쉬게 하는 魔性 .

 

그 마성이 문득 아쉽다.

 

 

 

 

 

 

 

 

 

 

 

 

 

 

 

축제의 열기로 가득한 절 아래 동네에 비해

어쩐지 산사는 너무 조용하다

 

시끄러운 장터의 왁자지끌함이 산 위에까지 들리지만

문득 내려다 본 불갑사의 모습은

썰물에 씻겨나간 모래 사장처럼 산사는 고요하게만 보인다.

적멸의 힘이 느껴지는듯하다.

 

 

 

 

금계리쪽 평야

 

저 평화로운 풍경 한조각 주실려고

올 여름

비는 그리 무심히도 내린걸까.

 

그 모진 빗줄기를 이겨 낸

이 겨레, 이 땅의 의연한 의지.

이 민족의 힘이 느껴진다.

 

 

 

 

 

 

 

빠질 수 없는 산행의 즐거움.

 

점심 시간

나는 보통 햄버거 하나로 간단히(?) 요기한다.

산에 오르면 도무지 먹는것이 귀찮다.

그런데 동료들의 식사하는 모습만은

여간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이런 아침에 주섬 주섬 담아온듯한 소박한 밥상이다

깻잎이며 잘 익은듯한 깍두기가 참 먹음직스럽다.

 

 

 

 

 

 

 

 

 

 

 

안전한 길을 두고 애써

위험한 길을 둘러 가고픈것이 산사람들의 욕심이다.

 

모두 위험한 암릉구간을  택해 산을 오른다.

아슬한 만큼 산을 타는 재미도 크다.

모험없는 인생이 어디있겠나.

 

곰곰히 생각하면

나는 지지리 모험없는 순탄한 길을 택해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내 삶은 언제나 고만 고만하다.

박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성공이 없는 삶이다.

 

 

 

 

 

 

좁은 암릉길을 오르는 아내.

꿋꿋이 올라오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진잠골과 이어지는 금계리 금산제

 

 

 

 

 

 

 

바람이 솔솔 통하는 바람구멍 바위

 

 

 

 

 

연신 시원하다는 말을 연발하는것으로 미루어

시원하기는 정말 시원한 모양이다.

골바람이 솟구쳐

바람이 다 이 구멍을 빠져나가는 모양이다.

 

 

 

 

 

 

108 계단을

번뇌와 업장 소멸을 기원하며

오른다.

 

한 계단에 한번

나무 관세음 보살.

 

번뇌를 버릴려는 노력

다 소용 없다.

 

지운다고 지울 수 있는게 아니요

소멸을 빈다고

소멸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일어나고 꺼지는 불길을 보듯

마음을 다만 고요히 할련다.

 

 

 

 

 

 

불갑산 초고봉인 연실봉에 이르는 108계단

 

 

 

 

 

 

연실봉(516m)에서 바라 본 산마루금

 

 

 

 

 

 

 

 

 

 

 

 

 

 

 

 

 

 

 

구수재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다.

흙길이라 걸을 때 마다  매운 먼지가 풀풀 올라 온다.

 

다리에 힘이 없는 아내가

걱정이다.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며 내려가고 있을것이다.

 

아내나 나나

등반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늘 초보라는 등반 자세가

어쩌면 산행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인지 모르겠다.

 

 

 

 

 

 

 

 

 

 

 

 

 

바위를 뚫고 올라 온 멋진 소나무

 

 

 

 

 

 

 

 

 

 

 

 

 

 

 

다 꽃이다.

꽃에 눈이 팔려

길을 갈 수 없다.

 

이꽃 저꽃 다 인연을 이야기 하는데

불현듯 멀리 가신 님

그리워 진다.

 

그리워 지면

정말 그리워 지면

조용히 꽃무릇 붉은 잎새나 만져 볼란다.

 

그렇게 사랑하던 님

붉은 꽃만큼

사랑하던 님.

 

 

 

 

 

 

 

 

 

 

그리움의 꽃

꽃무릇

이름만 불러도 애틋함이 묻어나온다.

 

볼수록 사랑스른 꽃이다.

그런데

그 사랑 함부로 말하지 못하겠다.

 

지우고 버려야

비로소 다가 설 수 있는 꽃.

다가오면

오히려 돌아서야 할 꽃.

 

후 하고 붉은 빛을 날린다.

빛이 날린다

세상은 온통 붉은 빛.

주체할 수 없는 염문이다.

 

 

 

 

 

 

 

 

지난 여름

낙동 정맥 길

추령 지나 635봉 막 지난 늙은 소나무 아래

한 송이 흰 국화처럼 잠드신 님.

 

오늘 꽃무릇 보니

당신이 많이 그립습니다.

 

나는 이승

당신은 저승에서

이제 서로 다른 삶을 살기에

속절없이 핀 저 꽃 한송이에도

내 마음을 담아

꽃이 그대이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산  저 고개 넘으며

참 귀에 익은 말입니다.

그러기에 이 짧은 한 마디 조차

이제 함부로 뱉어내지 못하겠습니다.

 

하여 이 많은 赤花 송이 송이에

당신이 남긴 그 많은 사랑의 말들을

등불처럼 걸어둡니다.

 

추령 지나 635봉 이정표 막 내리막길

겨울이 오고

눈이 덮혀

제법 당신이 산이 되었을 무렵

나도 바람처럼 훌쩍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 후 기 -

 

 

온통 꽃무릇인 불갑산을

아내와 함께 걸었다.

 

사랑에 사람을   빼고 나면

천하의 꽃무릇인들 무슨 소용이냐.

 

향기없이 붉기만한 꽃보다

나와 함께 조용히 늙어가는

벼 이삭같은

내 아내야 말로

오늘은 꽃보다 더 꽃이다.

 

이 나이에 손을 잡고 걸으면

불륜 남녀라지만

아내를 잡은 내 손은 여전히 불륜처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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