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지리산 강철의 후미조 17.03.01

poll™ 2017. 3. 3. 18:02




지리산 천왕봉 등반


2017.03.01







무엇인가를 이겨내기위한것이 아니라

누구엔가에게 알릴 최후의 통첩처럼 산에 올랐다






산의 상처와 같은 돌무지에 서서

나도 상처의 일원임을 증명한다






불행은

단지 마음이라는 일물을 보지 못함이요

사랑도 증오도

결국은 그 일물이 공함을 보지 못한 탓이다

내 마음의 경계 너머

그 고요한 세계를 보지 못하면

생은 단지 그림자

겨울을 이기고 돌아온

복수초를 보지 못함이다







산에는 나를 끌어 안는

권원적 힘이 있거나 혹은

내가 산을 그리워하는 근원적 애착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산에 오르면

생을 향한 복잡한 의미들이 줄어들고

나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나를 살려달라는 기도를 하게된다







당신을 그토록 어렵게 업고 왔는데

알고보니 당신은 바람이었네요

허탈한 마음으로 휙하고 꺼져버린 당신을 생각합니다

내 어깨를 짓누러던 당신의 겨울은 어디로 갔나요

당신은 바람꽃처럼 웃네요

당신은 다시 봄꽃처럼 찾아오고

나의 부질없는 번뇌는 그칠 줄을 모르겠지만

나도 언젠가는 이 혼란스러운 윤회의 순환선에서 내려올것입니다

그리하여

오늘도 애써 내 상념의 근육들을 늘여가며

생각과 생각을 더해 봅니다

봄빛이 가벼울수록

겨울의 깊이가 빝\ㅊ나는 법

비로소 나는 애증의 쌍차에서 벗어나

不二의 세계를 비추게 됩니다



























우리가 얼마나 광활한 세상의 주인이냐는것은

높은 산위에 올라보면 비로소 안다

어둠에 길을 잃는것이 사람 뿐이 아님을 안다

세상 무엇에게나 신산의 고통이 있음을 안다

세월에 사위어가는것이 어디 인간 뿐이랴































멀리 지혜의 어머니와 같은 반야봉이 보이고

그 뒤로 노고단의 옹골찬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나 있다

저먼 길을 걸어 나는 지리산 종주를 세번씩이나 하였다

하지만 내가 얻은것 단지 세번의 종주 기록 뿐

산은 산이요

세월은 세월일 뿐이다

내 가슴을 뛰게하는 세번의 기억은

타인의 귓전에는 한줄 바람만도 못한것이다
























제 몸의 옹이를 스스로 긁어가며

낮아지는 산처럼

나는 내 운명의 문신을 지운다

지우다 지우다 성에차지 않으면

그냥 살란다

내 가슴에 흐르는 물이

눈물인지 핏물인지 몰라도 좋다

그냥 산처럼 그리 살란다







만세 만세 나는 살아있다

날 죽일 생각을 마라

때가 되면 갈것이니













제 몸에 죽비를 쳐 마침내 푸름을 몸에새긴 산이여

꼿꼿한 골격으로 하늘을 버텨 온 나무들이여

순결한 신음으로 소리하는 바람이여

나를 묶은 수많은 운명의 족쇄를 풀고

이 땅에 선 나 자신이여

















세상 온갖것이 다 제재로 썩여

사랑이라는 말도 온전하게 씌여 질

이 능선에는

바람도 오늘따라 잠잠해 바닥모를 슬픔을 어루만지는데

뒤를 돌아보면

60성상을 뚜벅 뚜벅 걸어 온 내 고난의 발자취가 보인다

까마귀 한마리 날면

다 지워질 이승의 숙업을

나는 얼마나 더 지고 갈것인가

홀로 죽음의 자를 재고 있을

내 운명의 어머니여






잃어버린것이 많을 수록 더 큰것을 획득한다는 위안은

더 큰것을 위해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한다는 뜻일게다

그래서 긴 겨울을 견뎌낸 자만이 봄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뜻일게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가혹하다

얼마만큼의 고통이 영원한 행복을 보장한다는 말인가

많은것을 잃고 잃어 설사 무엇인가를 얻게된다할지라도

나의 잃음은 언제나 오롯하고

희망은 막연할 뿐이다

나는 오로지 내 슬름의 모습으로 박제되어간다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 올 세월

기다리지 않아도 나를 덮칠 운명...



기도를 한다

들어줄 리 만무한 기도를

그래도 마음의 동요가 멈춰지지 않은 날

나는 또 지독한 산을 택해 오른다

나는 살았다

나는 살아있다

누가 내길을 막아서도

나는 내게 주어진 내 생의 연대표를

한줄 한줄 채워나가리라






 

                                                                         Recuerdos De Ypacarai - Raul Di Blas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