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지리산 성삼재 -만복대-정령치 090502

poll™ 2009. 5. 5. 09:49

 

 

 

 주적거리는 비를 피해 지리산으로 갑니다.

뱀사골 입구를 돌아 달궁 계곡으로 들어서자

물흐르는 소리가 기계음처럼 우렁찹니다.

구비 구비를 돌며

버스는 용케 산길을 올라갑니다.

멀미가 다 납니다.

 

 

 

 

 

 성삼재에서 작은 고리봉을 비껴돌아

완만한 능선을 따라 산을 오릅니다.

 

운무에 가렸던 지리산의 보드라운 결들이

곁눈질하는 햇살 틈으로 얼핏 얼핏 드러납니다.

 

어디를 보아도 쓰다듬고 안아보고 싶은 완만한 산자락입니다.

젖을 문채 잠이든 아가의 머리위로

바흐의 평균율같은 햇살이 내려 앉습니다.

 

 

 

 

 

 

 

 

 나른한 쾌감

휴일 아침에 맞이하는 이 나른한 게으름을

지리산에서 다 만납니다.

 

이런 기분을 바삐걸어 애써 망칠 필요는 없습니다.

하늘이 준 선물.

지리산만의 매력.

나지막한 목관악기와도 같은 오전

아! 나는 누에처럼 한잠 자도 좋을것입니다.

 

비단같은 편안함에 감겨

나의 게으름이 오보에의 음율처럼 떠다닙니다.

 

영혼이 해체되어

육체 위를 부유하는

이 날듯한 기분은

仙界이기에 느낄수 있는 경지인가 봅니다.

 

 

 

 

 

 

내가 걸어 온 앞의 길과

내가 걸어가야할 뒤의 길들이 용케 같아 보인다.

 

나는 마치 산중에 길을 잃은것처럼

좌표도 없이 앞으로만 걸어간다.

 

내가 걸어가는 외방향의 길에

만복대가 놓여있을것이다.

걱정 없다.

 

머리 속에 새겨넣은

나침반이  없다면

지금쯤 나는 길을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딜 보나 부드럽디 부드러운 능선.

세상이 한결같다는 느낌이다.

이 비교할 바 없는 일체감이 결국 평화일것이다.

 

 

 

 

 

쥐 오줌풀.

 

 

 

 

 

 만복대에서 마주 보이는 산이

달궁계곡 건너

향로봉인지

투구봉인지는 내 실력으로는 단정 지을 수 없다.

 

내려오는 길에 반야봉이

구름길에 막혀 있었으니

그 줄기의 산들을 독도로는

분간 못하겠다.

 

아늑히 둘러 쌓인 모습이

마냥 명절날 온 가족이 모여있는 것처럼 보기 좋다.

 

 

 

 

 

 멀리 산 아래 고기 저수지와 마을이 보인다.

큰 고리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않고

저 아래 어디쯤이 정령치인 모양이다.

 

 

 

 

 

 

 

 

 

 

 걷는것이 결국 나에게서

나를 찾아가는 길이거늘

불과 단 한 발짝의 길이 아닌가.

 

그 한 걸음으로

슬픔을 다독이고

화를 잠들게 하고

절망의 벽을 넘게 된다.

 

이 한 발자욱의

걸음 위에

날개를 다는 일에

나는 이미 익숙해져 있다.

그것은  나를 낮추어 멀리 보는 것이다.

 

이 짧은 한걸음을 통해

나를 멀리 보낼 때

비로소 나의 본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꽃의 대화 

 

 

 

 

 산을 오르고 또 내려간다.

절망과 희망의 피로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궁극적으로는

그 높고 낮음이 서로 상쇄되어

하나의 길로 메워진다.

 

모든 길이 마찬가지다.

음악의 평균율처럼

오르고 내렸던 그 과정이

끝에가서는 하나의 감동, 하나의 느낌으로 정리되는 것이다.

 

 

 

 

 

 

 솜방망이

 

 

 

 

 산을 올리자

내 사랑하는 님을 위해

 

후 불어 산마루 구름 걷어내고

일찍 지는 봄꽃 잡아다

사진 한켠에 붙여두자.

 

조용한  바람소리

맑은 물에 헹궈다

한 소쿠리 담아내자.

 

부드러운 가슴같은

능선을 젖혀

드러날  길 없는 내 마음

열어보이자.

 

 

 

 

 

 

저 마루금만 같아라

마음 속 평화여.

음악이여.

 

나지막히 불러도

얼른 뒤돌아 볼

봄의 골짜기여. 

 

세상에 저를 처음 보이는

제일 간절한 곳에서

 

영원히 비밀에 부칠

고요한 산상의 기도여.

경건함이여.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와 같은

은유의

바람 소리여

 

조율하지 않은

풋풋한 내 사랑의 프레류드여.

 

 

 

 

 

 

 

 

 

 

 

 

-후 기-

 

출구를 잃어버려

탕진한 세월처럼 산속을 헤매입니다.

 

헤매임 끝에

건조하고 수척해진 영혼이

물을 만난것처럼

부풉니다.

 

평생을 囚人으로 산다해도

산에 갖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언뜻듭니다.

 

봄꽃처럼 부푼 내 마음들이

가슴과 머리를 막 부수고

터져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