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서대산

poll™ 2010. 4. 19. 18:41

 

 

서대산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과 군북면 경계에 있는 산이다.

고도는 900m 남짓 되는 산이지만 협곡과 능선, 단애와 첨봉을 두루 갖춘

우리나라 100대 명산의 하나이다.

 

특히 산정에 오르면

금산 분지의 가운데 자리잡아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360도 파노라마의 시원스런 조망으로 펼쳐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진달래 몇 그루 없었더라면 그나마 봄인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사월은 이래서 잔인한것인지

목적없이 살아가는 삶처럼

발아래 풍경은 여전히 겨울입니다.

 

떡갈나무 잎 바삭거리며 걷는 동안

봄도 기를 써며 다가오는 걸까요.

 

홀로된 젊은 과부를 바라보듯

연분홍 진달래 곁을 고요히 지납니다.

 

 

 

 

 한시간 반정도 계속되는 오르막길.

꽤나 가파르다.

 

다리는 힘들어도 수직으로 오르는 상승감이 모처럼 좋다.

엘리엇의 시처럼

뒤섞인 기억과 욕망이

봄비에 잠던 뿌리들을 뒤 흔든다.

 

눈에 덮힌 겨울의 평화를 떠올린다.

다시 삶의 현실로 돌아와야하는 봄이기에

봄은 늘 고달프다.

 

 그 고달픈 봄조차 멀리서 깐죽거린다.

 

 

 

 

 산뜻한 마루금이다.

적당히 흐린날 칼날처럼 선명한 마루금을 보는것도

산행의 재미이다.

 

금산 분지를 둘러싼 크고 작은 산들

가깝고도 또한 먼 산들이

손에 잡힐듯

혹은 익명의 섬처럼 안개 속에 떠 다닌다.

 

한참을 걸어 올라

비로소 눈금을 마주보며 가까이 다가왔건만

산은 산대로

나는 나대로 멀기만하다.

 

 

 

 

풍경이 단순해질수록

마음에 울리는 내적 충만감은 더 커진다.

 

단순하다는것은

묵은 나무의 가지를 치듯

비우고 잘라내는 일이다.

 

이런 미니멀한 아름다움이야말로 시각에 집중력을 높여준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이런것이 이끌림이다. 

 

서대산 등로에는

 많은 이끌림의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래서  명산이다. 

 

 

 

대전 쪽 방향

 

닭벼슬 바위 너머 안테나가 꽂혀 있는 식장산이 보인다. 

 

  

 

큰 바위 아래 치성을 드리는 풍속.

만물에 신성을 부여하는 풍습은 인간의 오래된 습성중 하나이다.

 

바위와 같은 절대 침묵을 대상으로

마음의 말을 읊조리는 행위.

 

길을 상대로 말을 거는것과 무엇이 다르랴. 

 

 

 

 

 

 옥녀 직금대

 

 

 

 

 

 

 서대산 정상을 데코레이션한 이의 정성이 옅보인다.

 산들의 파도가 옅은 남색으로 밀려 온다.

 

높은 산에 오르면

산들도 다 바닷빛이다.

 

황홀한 남빛의 격랑을

마음을 활짝 열어 무한 용량으로 받아마신다.

 

마음이 마침내 뜬다.

 

 

 

 

 멀리 장군 바위

 

장군 바위 뒤로 영동 천태산의 정상부가

안개 위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봄을 맞는 떡갈 나무 우덤지가 고양이 털처럼 부드럽다.

산들이 들려 주는 은밀한 말씀같다.

 

한편에서는 아직도 멀기만한 시절 인연.

그 인연을 만나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분주히

봄을 준비 중일까

 

 

 

 

 

 

 

 

 

정상 조금 빗겨난 전망대에서 본 대전쪽 풍경 

 

남녀간의 사랑처럼

봄기운이 땅에 뿌리를 묻고 있는 봄나물과 같다

춘풍을 알기 전에는 남남처럼 차가우나

춘풍을 만나게되면

아무리 막으려해도

막을수 없는것이 춘심이요 봄나물이다.

 

뽀얀 봄안개 속에 춘심이 가득하다.

산위의 세상과 산 아래의 세상이

딴 세상이다.

 

 

 

옥천 방향의 조망

 

아득한 풍경에 마음이 감깁니다.

 

 잡념없는 기도문처럼

마음이 다 개운합니다.

불필요한것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산행은 늘 뺄셈입니다.

 

 

 

 

장군 바위 (견우 탄금대)

 

 

 

 

 

 금산군 군북면쪽 조망

 

 

 

 

 

 

 

 

 

 

 

 

 

 

 

 

 

 

 

 

 

 

 

 상곡리 방향의 조망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기.

 

얼마나 많은 대답을 거쳐야

내 의문의 근원에 도달하게 되는 걸까.

 

풀다만 숙제처럼 툭 생각 한자락을 던진다.

생각이 책장처럼 넘어간다.

생각이 곧 수양이란 뜻일까

물음과 답의 경계가 없다.

 

근원적 삶의 뿌리 같은것이

저 멀리 보이는 풍경처럼

발에 감긴다.

 

 

 

장군 바위 위에서 

 

 

 

 

 

 

 

 

 

 

북두칠성 바위 

 

 

 

 

 

사자 바위 

 

 

 

 

 

 

기묘한 바위들을 조각처럼 감상하며

급격히 떨어지는 하산길에 접어든다.

 

새의 부리처럼 뾰족한 산을

급히 올라 급히 내려간다.

산행시간을 왜 이렇게 짧게 잡았는지를 이제야 알겠다.

 

  

 

 

 

 

 

 

 

멀리 서대산 명물 구름다리가 보인다. 

 

길가는 나그네 심사가 끊어진듯

좁은 다리 하나 걸려있다.

 

망제 춘심을 두견새에 의탁하듯

멀리 사람소리 정겹다.

 

따사로운 봄날

情懷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나

사람이 사는 세상도 은근히 상쾌하다. 

 

 

 

신선대 위에서의 조망도 기가막힌다. 

 

 

 

 

 

 

 

 

 

아주 오래된 구름다리.

누구도 사고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다리를 건너는 이들의 정겨움으로

다리 끝이 왁자하다.

 

 

 

 흔들리건 말건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재미가 넘친다.

 

 

 

 

 

 

 

 

 

 

 

 

 

 

 

 

 

 

 

 

 

 

 

 

 

 

 

 

 

 전방에 신선바위

 

 

 

 

 

좁은 석문으로 급강하.

다리 짧은 이들은 약간 고전할 듯하다. 

 

 

 

 

 

 

 

 

 

 

 

어디를 가나 큰 바위밑은 나무작대기들이 받치고 있다.

산님들의 익살이다. 

 

 

 

 

 

 

 얻기는 어렵고 잃기는 쉬운 계절

잔인한 봄

무정한 세월 앞에

문득 인연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인연이란 때를 맞추어 오고 가는 법.

말없이  시절 인연을 기다릴 터이지만

 

그 기다림이라는것이

꽃그림자 하나 지우기도 힘들만큼

내게 너무 벅차

봄꽃을 고개 돌려 바라봅니다.

 

  

 

 마당바위와 생강나무

 

비애와 연민을 몸소 느낀 연후에야

부처님 자비 없는 곳이 없다라는 사실을 깨닫는것 처럼

생강나무 한 그루 문득 서 있다.

 

아무리 세상을 푸념한다 하여도

자비의 봄날은 기어이 온다.

 

 

 

내려가는 길이 편하지않다.

계곡길의 경사도 경사지만

돌길에 발을 내려놓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불편함을 느낄즈음 이미 산행은 거의 끝나 있었다. 

 

 

 

 용바위

 

 용바위 아래에서 피로를 씻는다.

바위 틈에 흐르는 물이 여간 시워하지 않다

머리를 감고 다리를 물에 담근다.

시원함이 뼈속 깊히 느껴진다.

하산 길에 만나는 시원한 물줄기.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너무 다정해

한대 패주고 싶은 부부.

 

 

 

산행은 여기 까지 

 

 

 

 

 

 봄을 캐는 영감들.

 

요즈음에는 봄나물을 캐는 처녀는 없다.

처녀들은 봄나물을 캐고 있을만큼 한가하지 않다.

봄볓도 좋아하지 않는다.

나물을 캐는 이들은 거의가 아줌마들이다.

 

영감들이 봄나물을 캐는 모습이 꽤 이색적이다.

남자도 나이가 들면 여성화 하는 법이니.

 

 

 

 

 

 

 

 

 

 

살모사

 

 까치독사를 살모사라고 하고,

까치 살모사는 별종으로

칠점사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턱선에 흰줄이 보이면 살모사라 하는데

이 놈의 아가리 근처의 흰선을 보아 살모사같아 보인다.

 

까치 살모사는 무늬가 띠모양이고

살모사는 둥근 모양이라고 하는데

얼핏 보아 둥근 무늬 같다.

 

 

 

 

-후 기- 

 

어지간히 재수없는 뱀이다.

너무 일찍 봄볓을 쐰 죄다.

 

지금쯤 누군가의 술병에 들어가

마실만큼 술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한 다음

죽는 줄도 모르고 횡사했을

아주 불쌍한 뱀.

 

때로는 나도 옴짝달싹 못하는

삶이라는 술병에 갇혀 취한 채 죽어가는

저 뱀 꼴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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