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어떤 하루-고운사

poll™ 2010. 4. 26. 17:11

 

 

 

 

 

 

 

 

 주말에는 사량도에나 다녀 올려고 했다.

오랜만에 절벽을 오르내리며

바닷바람이나 실컷 쐬 볼까 생각했는데

결국은 계획이 무산되었다.

 

 

 

 

최근 야생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참 많아졌다.

그런 분들 덕분에

나도 주위에서 꽃이름 몇개는 귀동냥하며 지낸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희미해지는 기억력 때문인지

배워도 배워도 꽃이름이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다.

 누구한테 꽃이름을 다시 물어보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다행히 우리 산방에는 포도밭님이나 깨소미님같은

야생화에 해박한 선지식이 계셔

그분들을 의지삼아 꽃피는 산길을 살펴 걷는 재미가 솔솔하다.

 

하지만

꽃이 지면 내 기억도 따라 질것이다.

다시 봄 날이 올때까지....

 

 

 

 

문득 며칠전 포도밭님이 올려 주신 

깽깽이풀이 생각나

그 환상적 보랏빛 꽃을 보러 가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 일찍 고속도로에 차를 얹어

싱그러운 봄기운을 마음껏 마시며

포도밭님이 알려주신 경북 의성의 그 사찰에 도착했다. 

 

 

 

 절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계곡을 따라 앉은 절의 구조도 특이했다.

우리나라 구석 구석에는

참 아름다운 사찰이 많구나 하는 하나마나한 생각을 다 해본다.

 

베컴의 몸에 새긴 황홀한 문신을 떠 올리며 아름다운 단청빛에 반해

깽깽이풀은 잠깐 저만치 젖혀두었다.

 

 

 

 

 

 

 

 

 

 

 

매발톱 

 

 

 

 

 

 산괴불 주머니

 

 

 

 

 

개별꽃 

 

 

 

 

 

 청노루귀

 

청노루귀도 이제 끝물이다.

사위어 가는 보랏빛 꽃잎 위에

세월의 슬픔이 묻어있다.

나를 위해 여윈 몸 견디며 기다려 주었구나.

한송이 야생화를 앞에 두고 숙연한 생각이 든다.

 

청노루귀는 꽃을 피워 세상의 사랑을 완성하였다

나는 오늘 그 완전한 사랑 앞에 행복하다.

 그 어떤 꽃이어도 마찬가지일것 같은 맑은 아침이다.

 

 

 

 

 

 

 

 

 

 

 

 

 

 

 

 

 

 

 

 

 

 

 

 깽깽이풀

 

 

 

인연이라는 것이 어디 사람만의 일이랴
꽃들의  피고 짐이 속절없다.


세상 만물에도 이렇게 만남과 헤어짐있으니

 이를 시절인연이라 한다.


만나자고 해도 반드시 만날 수도 없거니와

헤어지자 해도 헤어지지 못하는것은

아직 시절인연이 도래하지 않아서이다.

 

깽깽이풀과 나는 아직 시절인연을 만나지 못했다.

서운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어찌하랴

이 작은 業果를.

 

또 봄을 기다린다.

 

 

 

 

 

금붓꽃 

 

 깽깽이풀이 지고난 자리에

황금빛 금붓꽃이 머리를 내 민다.

크다란 위로의 꽃을 바라보며

내 마음을 다독인다.

 

 

 

 

 천남성

 

참 멋대가리 없는 꽃이다.

 

 

 

 

 

용담과의 꽃인것 같은데

우선 떠오르는 이름은

구슬붕이.

 

작은 구슬붕이

봄구슬붕이를 구분할만한 지식은 내게 없다. 

 

 

 

 

 

 

 

 

 

 

 

 아주 오래된 시계

 

절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냈건만 여전히 오전이다.

산다는것은 시간속을 움직이는 것이다.

나는 물위를 숨가쁘게 움직이는 미생물처럼

시간 속을 움직인다.

그러나 오늘은

시간의 조여옴이 없는 느긋한 아침이다.

 

시계는 삐딱하게 걸려도

시간만은 바르게 간다.

어김없이.

 

 

 

 

꽃마리 

 

 

 

 

 

 

이 절이 자랑하는 맹호도의 부라린 눈알을 보며 

호랑이해 한해만이라도 안녕을 기원해 본다.

호랑이의 눈이

그 눈을 바라보는 자의 시선을 좇아옴을

신기하게 여기다

문득

왠지 성질 더러운 고양이나 삵을 보고 있는것같아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쩌면 내가 바로 그 고양이인지도 모른다.

 

 

 

 

 

 

 

 

 

 

 

 

 

 

 

 

 

 

 

 

  

 

 다시 산으로

 

간월재를 바라보며

내가 갈 곳은 역시 산이란 생각을 해 본다.

인적없는 산길을 들꽃을 벗삼아 걷는다.

세상 꽃들이 다 제비꽃만 같았다면

정말 황홀한 꽃의 세상이 되리라.

 

그 꽃의 세상 속에서 나는 무슨 들꽃으로 피게 될까.

 

 

 

간월재에서 

 

 

 

 

 

 

 

 

 

 

 

 

 

 

 

 

 

 

 

 

 

 

 

 

 

 

 

 

 

 

설앵초는 아직 일러 피지 않고

앙다문 꽃봉오리만 보고 돌아왔다.

그래 시절 인연이지.

  이런 모습으로 우리 만난것도.

 

나는 나

너는 너인채로

이렇게 만나는것도.

 

 

 

 

 

 

 

 

 

 

시간이 깊어질수록

산의 고요는 더해진다.

 

비로소 깊은 묵상의 시간이 허락되었다.

산은 역시 기다리는 자의 종교다.

 

거룩한 바람이 재를 넘어 불어 온다.

善果와 惡果가 교차한 날

 나는 오늘 내가 버린것을 알지 못하겠다.

끝없는 충만감이 목 위로 차오른다.

 

꽃을 만난것도 만나지 못한것도 어찌보면 다 인연이다.

 

아무턴

인연이 무르익을듯한

기분 좋은 하루였다. 

 

 

 

 

 

 


 


'마음으로 오르는 산 >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치성산-동산  (0) 2010.05.03
작성산 동산  (0) 2010.05.03
고운사  (0) 2010.04.26
서대산  (0) 2010.04.19
조계산 - 아타카를 위한 라르고  (0) 2010.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