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초암산 철쭉 산행기

poll™ 2010. 5. 17. 17:43

 

 

 

 

 초암산은 전남 보성군 겸백면 사곡리 초암골에 있는

 576m의 야트막한 야산이다.

 

원래 산행 계획은 수남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초암산 - 철쭉봉 - 광대코재- 무남이재- 주월산- 방장산- 수남리 주차장으로

환종주를 할 계획이었으나

더운 날씨와 끊임 없는 먼지로 인해 무남이재에서 임도를 따라 하산하였다.

 

 

 

 

- 상춘곡- 

 

홍진에 묻힌 분네 이내 생애 엇더한고

옛사람 풍류를 미칠까 못 미칠까

천지간 남자 몸이 나만한이 많건만은

산림에 묻혀있어 至樂을 모를건가

수간모옥(數間 茅屋)을 벽계수 앞에두고

송죽 울울이에 풍월주인 되었어라

 

-이해를 돕기위해 현대적 표현으로 조금만 손봤습니다-

 

 

올 봄 이상기온으로 꽃구경 제대로 한번 못하고

마지막 남은 기회마저 놓칠세라

초암산을 찾았습니다.

 

저자에서도 맡아본적 없는 묵은 먼지를

타박길 걸어가며 고스란히 받아마시지만

봄빛에 상기된 마음 붉게 적시며

마음은 어느듯 청춘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일방적 꽃 무더기에 넋을 놓아보기는

지난해 봄 비슬산 산행 이후 처음입니다.

 

세상은 뭐랄것없이 꽃 천지입니다.

그저 꽃이요, 그저 사람입니다.

 

逍遙吟詠 (소요음영)이

 그야말로 閑中眞味인듯 합니다.

 

 

 

 

 

화사함이란 이런것이다.

 

보성의 녹차밭을 건너온 푸른 바람이

초암산에 부딛히며 붉게 물든다.

 

황홀하고도 사랑스런 빛이다.

꽃빛에 기대고 싶다.

산을 넘어오는 淸香에 몸을 맡긴다.

落紅이 옷에 진다.

 

 

 

 

 

 

 

 

 

-상춘곡-

 

갓괴어 익은 술을 갈건에 받쳐놓고

꽃나무 가지꺽어 수놓고 먹어리라

화풍이 건듯불어 녹수를 건너오니

청향은 잔에 지고  낙홍은 옷에진다. 

 

 

시원한 그늘을 찾아

딱 술한잔 마시고 싶어진다.

 

이미 얻어마신 술로

얼굴은 이미 발그름한 홍조가 진다.

 

기분 좋은 취기이다.

딱 한잔의 효과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 술이 술을 부르는지

마음마저 자꾸 붉어진다.

 

 

 

 

 

 

 

 

 

 

 

 

 

 

 

 

 

 

 

 

 

 

 

 -상춘곡-

 

공명도 날 꺼리고 부귀도 날 꺼리니

청풍명월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단표누항에 허튼 혜음 아니하니

아모타 백년행락이 이만한들 어찌하리.

 

 

 

고등학교 때 배운 상춘곡의 진미를 오십이 넘어 선 오늘에서야 제대로 느낍니다.

인생도 술과 같아서 때가 되어야 비로소  맛이 드는 모양입니다.

 

청춘의 더운 가슴은 더운대로 두고

중년의 가슴은 모시적삼처럼 넉넉히

常春의 가사 속에 이렇게 빛납니다.

 

 

 

 

 

 

 

 

 

 

 

10리 꽃길을 걷는다.

物我一體의 세상이 펼쳐진다.

 

구비구비 분홍 카펫을 깔아놓은듯

꽃사태가 진다.

 

젖는다는 것은 이런 기분을두고 말한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역시 이렇게 젖는 기분이다 

 

 

 

 

 

 

 

 

 

 

 

 

 

 

철쭉길을 걷습니다.

다하지 못한 사랑을 두고.

 

 

가슴 이렇게 저려 아픈데

한낮은  붉은 먼지만 일으킵니다.

 

 

끄질 줄 모르는 황홀한 꿈.

꽃으로 타오르는 그대를 상상하며

이렇게 꽃길을

걷고 또 걷습니다.

 

 

부르다만 노래처럼

철쭉길 걷습니다

 

 

 두눈에 흐르는 눈물은

먼지 때문일거라 여깁니다.

 

 

 

 

 

 

 

 

 

 

 

 

 

 

 

 

 

 

 

 

 

 

뒤돌아 보니 

그리움이 만산을 물들인다.

 

 그리운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문득 받아든 차표처럼

영문모를 상념들이 생생하다.

 

삶이 소리없이 시드는 꽃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툭 꺽을 일은 아니다.

청춘은 언제나 내 뒤에 있다.

 

 

 

 

 

 

 

 

 

 

 

 

 

 

 

 

 

 

오월은 사진첩이다.

이제 묻어 두련다

 

10번 버스를 타고가다 잠깐 졸다 눈 떳을 때

 눈앞을 지나가는

분홍빛 스카프의 처녀를 보면

그제야 생각할련다.

 

오월은  이미 과거다

초암산 철쭉꽃이다. 

 

 

 

 

 

 

 

 

 

 

 

 

 

 

 

 

 

 

 

 -아주 지치지는 말고-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유라꾸죠에서 길을 잃었을 때 처럼

그런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붉은 꽃빛의 물결이 뭉크의 절규처럼

느리고 삼엄한 배경이 되어

문득 내 목 뒤를 조인다.

 

일방적인 산길이다.

발걸음이 잘 쪄진 타박감자처럼

부드럽다

 

세상 산다는것이 이렇게

아주 지치지는 않고

그냥  걸을만 한 산길이었으면... 좋겠다.

 

 봄날이 간다.

 

 

 

 

 

 

 

 

 

 

 아직 시린 개울물에 앉아 탁족을 즐긴다.

먼지를 털어내고

산위의 꿈을 씻어내린다.

 

씻어도 씻어도

철쭉꽃 붉은 꽃물은 그런대로 남아

산을 내려 온

내 마음이 여전히 젊다.

 

 

 

 

 

 싱아

 

 

 

 

고들빼기 

 

 

 

 

 

 

자운영 

 

 

 

 

 

 

수레국화

 

 

 

 

 

 

 

 

 

 

 

 

 

 

 

 

 

 

 

벌노랑이

 

 

- 후 기 -

 

어제와는 분명 다른 빛이다

 

 봄볕이 앞마당을 뜨겁게 달굴 때쯤

산속 어딘가에서 뻐꾹이 우는 소리 문득 들리고

나는 햇살에 잘 마르는 빨래를 만지듯

뽀송뽀송 윤기있는 봄볕을 즐긴다.

 

나를 되돌려 놓는 즐거움.

몸소 느끼는 건강한 기쁨

이것이야 말로 자연의 선물이다.

 

 

 

 

 

 

 

 - PS -

 

 

 

 

 

 

 

 

 

 

 

 

 

 

 

 

 

 

 

 

 

 

 

 

 

 

 

 

 

 

 

 

 

 

 

 

 

 

 

 

 

 
    


   Innige Verbundenheit / Ralf Eugen Barten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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