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같은 위치에서 똑 같은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일
몇번의 망설임 끝에 올립니다.
덕항산은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와 하장면 하사미리의 경계에 놓인
백두대간의 분수령으로
지각산과 어울려 전형적인 경동지괴의 지형을 이루고 있다
동산 고뎅이 환선굴 전망대에서
산들머리에서 부터 급한 경사길이다.
몸도 채 풀리지않은 상태에서 맞는 경사길은 언제나 최악이다.
힘을 아껴 가능한한 천천히 산을 오른다.
숲에 가려 변변한 조망터 하나 없다.
한 이 삼십분 올랐을까
환선굴과 모노레일이 빠꼼이 바라뵈는 전망대에 이른다.
초여름 참나무 숲의 풋풋한 아름다움.
녹음과 방초의 그늘이 여름 산행의 고단함을 잊게해 준다.
숲에 스며드는 빛의 느낌이 더없이 좋다.
생명의 온화함을 느끼게 하는 빛이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926 철계단
장암목에서 백두대간 마루금인 쉼터 능선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끝없이 이어지는 철 계단에 질려
절대 덕항산 꼭대기에는 오르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건만
나물을 캐던 강고문님의 얼마 안남았다라는 달콤한 한마디에 눌려
한숨 쉬며 산정을 향해 오른다.
수수꽃다리
야산에 자생하는 수수꽃다리를 만나는것은 참 더문 일이다.
정원에서 흔히보는 '미스킴 라일락'이야 흔티 흔하지만
야생의 라일락을 마주 하고보니 오히려 이 꽃이 라일락이 아닌 다른 꽃일지 모른다는 의문마저 든다.
하지만 향기만은 속일 수 없다.
달콤한 향이 파트릭 쥐스킨트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에 나오는
매혹적인 향수처럼 매혹적이다.
달콤함을 느껴 본 산행은 처음이다.
귀네미 마을 고랭지 채소밭
원래는 화전민이 일군 화전터인데
지금은 광동댐 수몰지역 이주민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산다고 한다.
일박 이일에도 소개된 마을이다.
백두대간 길이다.
큰앵초
졸방 제비꽃
둥글레
벌깨덩굴
큰앵초가 지천이다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잎이 단풍취와 닮아 좀 헛갈렸지만
꽃은 영락없이 앵초였다.
사진이 곱게 나오지 않아 조바심이 난다.
큰앵초에게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꽃을 찍는 마음이나 사람 얼굴을 찍는 마음 자세는 사실상 같다.
그들과 소통한 후라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
백두대간 능선길
노루처럼 이 길을 질주하며 지나갈 대간군들을 상상한다.
한국 스포츠의 저력을 볼려면
우리나라 산꾼들의 면모를 보면 쉽게 짐작할수 있다.
그들이 전문적인 피지컬 트레이닝을 받지 못해서 그렇지
산악 국가에서 태어나 물려받은 천부적 재능은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산악민족의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것이다.
헬기장에서
다시 숲으로...
샘터
자암재에서 환선굴 내려가는 중에 만나는 샘물.
시원하기 그지없다.
지그 재그로 놓인 위태 위태한 급경사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다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으로 샘터로 달려간다.
물을 마구 입에 퍼붓다시피 마시고
수통에도 물을 욕심껏 채운다.
물맛이 기가막힌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산길을 그리 조심해서 걸어내렸건만 그만 미끌어지고 말았다.
막걸리의 저주일까.
형님이 산에서 술을 마시면 꼭 미끌어진다는 말을
점심을 먹으며 했었는데
설마하고 생각한게 잘못이었을까.
비탈길에 그만 보기좋게 미끌어지고 만것이다.
역시 산행 중의 음주는 절대 금물이다.
산길이 이렇게 가팔랐다면 나도 당연히 술을 안마셨을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점심 때 얻어 마신 얼음이 아삭거리는 그 막걸리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제2전망대에서
전망대에 걸린 풍경이 황홀하다
절로 탄성이 나온다.
숨겨진 비경이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눈을 압도하는 풍경을
사진으로 보니 오히려 초라하기 짝이없다.
세상은 점점 열기로 더워지고
나무는 그 열기만큼 무성하다.
제1 전망대에서
촛대봉과 병풍을 이룬 절벽
다시 계단 길
다 내려 온 산을 다시 오를 때의 기분은
한 발 옮겨 놓기도 힘들만큼 지쳐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른다.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의 오르막은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스스로를 겨우 다독거려 앞으로 내 몰던 마음이
금새 후회로 돌아선다.
언제나 희망은 길 끝에 있다라는 신념으로 정신을 재무장해
난간을 붙잡고 기듯이 계단을 오른다.
환선굴 가는 길에 만나는 자연 동굴
전망대에서
산 저쪽에서는 한줄기 암맥처럼 보이던 바위벽이
가까이서 보니 사뭇 장엄하다.
그 장엄함을 미처 느낄 틈도 없이
보이지 않는 시간의 속박에 몰려 길을 재촉한다.
환선굴은 대략 4-5억년 전에 이루어진
전장 6.7Km 높이 30m에 이르는 동양 최대 동굴이다.
굴에 들어서면 설명할 수 없는 시원한 청량감이 전신을 감싸고 돈다.
폭포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에 산행을 통해 쌓인 피로를 잊는다.
기암 괴석들이 서로 마주보며 원탁 회의를 하듯 오밀조밀 모여있다.
이편에서 저편을 바라보는 재미
또 저쪽에서는 이쪽을 조망하는 재미마저 없었다면
수직에 가까운 아찔한 비탈길을 오르는 고생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으리라.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서는 안된다고 기를 쓰고 반대하면서도
모노레일을 타고 산을 내려 오는 기분은 편안함을 넘어
작은 재미마저 준다는것을 숨길 수 없다.
이렇게 편리함에 익숙해져가는 내가 조금 한심스럽다.
- 후 기 -
힘들게 산길을 오르며 나는 묻는다.
이것이 자유냐
신체와 정신의 엄청난 저항을 받으며
나는 자유에 대한 답을 유보한다.
오직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자유라는 것인가.
스스로 선택한 고통은 의지의 자유이자
실존적 존재감의 확인이다.
비로소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기회이다.
그렇다곤 해도
내 실존적 자유를 위해 늘 프로메테우스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자유와 반자유
노동의 고통과 휴식의 달콤함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하루였다.
'마음으로 오르는 산 >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설악산 종주기 (0) | 2010.06.14 |
|---|---|
| 설악 종주 (0) | 2010.06.14 |
| 남녘의 보석-월출산 (0) | 2010.06.01 |
| 월출산-2nd (0) | 2010.05.31 |
| 초암산 철쭉 산행기 (0) | 2010.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