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길
하늘 나리
금대봉에서 바라 본 북쪽 능선
중앙이 두위봉
좌측으로 강원 랜드 스키장
노루 오줌
일월 비비추
경상북도 일월산에 많이 난다는 일월 비비추
나물해서 먹으면 향이 곱다나...
금대봉이야 잠깐이지만
함백산에서 바라보던 그 시원한 능선길을 꿈꾼 나로서는
이 답답한 몇시간 째의 숲길에
약간 실망이었다.
길은 완만하였으나
가슴을 틔워 줄 동해 바다도
무시로 태백준령을 넘나드는 바람도 없었다.
큰 비가 온 뒤의 눅눅함이
비젖은 속옷처럼 걸리적거렸다.
오래된 무덤에서 생긴다는 푸른 녹물이
땀이 되어 떨어진다.
마침내 내 몸에서 마져
푸른 물빛이 베어 나온다.
나는 이미 물푸레 나무가 된 모양이다.
함백산
은대봉과 금대봉 사이로 난 길이
빨려들듯 두문동 재 방향으로 사라진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고개 중 두문동 고개가 두번째로 높다.
제일 높은 재는 함백산 만항재.
개망초 흐드러진 고랭지 채소밭
눈에 익은 풍경속에서
내 지나 온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종종있다.
과거를 회상하다
풍경의 한 장면에서 생각을 멈추어 서는 일도 종종있다.
풍경을 바라보는 나의 눈은
언제나 스무살 즈음의 청춘에서 멈춘다.
사랑도,
가진것도 없었던 내 청춘.
머리 속에 맴도는
부실한 청춘의 찬미.
삶은 스스로 미화될 때 비로소 아름다운것이다.
아쉽고 안타까운것은
내게는 늘 미화할 아름다움이 없었다는것이다.
그 때 그랬더라면 좋았을 일을
나는 하지 못했다.
설사 했더라도
완전한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 청춘의 회고는 언제나 미완성이다.
빛이 없는 그림자요
흑백의 사진이다.
까치 수영
풍력 발전기가 보이는 고랭지 채소밭
이 나라 산길 중에 그리움이란 文語를
이처럼 완벽한 시각적 체험으로
되돌려 줄 만한 곳이
이 곳 말고 또 얼마나 될까.
부석사 안양루에서
벅찬 흥분으로 소백산을 맞이하듯
나는 나무가 벗겨진 황량한 산정에서 그리움을 품는다.
고요와 정적의 들판을 지나며
길은 소통으로서의 언어이다.
길은 온갖 곳들과 연결되면서 소통한다.
이것이 길의 언어이다.
꽃들이 피고 지며
흔들림을 통해 말을 걸듯,
해가 뜨고 달이 지는것이 온통 우주의 언어이다.
세상에 언어 아닌것은 없다.
고요와 정적마저 다 언어이다.
세상을 향한 지극한 촛점을 잃어버린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최소한의 진지함 마져 잃어버렸다.
흑백만을 오로지 구분한다는 소처럼
사물과 사물의 영혼인 그림자에
정신줄을 빼앗긴다.
세상과 그를 향한 꿈들이 흑백의 실루엣 아래에서 모처럼 담백했다.
온통 온통
그야말로 그리움이다.
배추 한포기
돌멩이 하나
쓱 그으놓은 채 그만인 길.
짙은 구름.
어느것 하나 그리움의 구성 아닌것이 없다.
平心은 오간데 없고
부질없이 몰려다니는 뜬 마음이
하릴없이 갈길을 막는다.
세상이 무언가를 기다리듯
이번에는 내가 세상을 기다려야할 때인 모양이다.
바람의 언덕
바람만 살고 있는 바람의 언덕
함백산 꼭대기에서 보낸 편지를 오늘에야 받았습니다.
편지에는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흰눈을 차렵이불처럼 걸친 외로운 겨울산이 오롯이 담겨져있었습니다.
동해의 바람이 막 시작한다는
매봉산을 향한 그 간절했던 그리움이
오늘은 더블베이스의 소리로 웅웅거리며 가슴을 파고듭니다.
홀로 설 준비가 되어있는자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였습니다.
세상은 짙은 구름으로 가득해
눈물을 흘리기에 좋았지만
세상은 슬픔을 대신할 장치로 가득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리움이 영 사라진것은 아닙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등 뒤 거친 돌밭에서는
여리게 자라나는 풋채소 모양으로
생각지 못한 그리움이 새록 새록 자라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산 저쪽
그 겨울의 얼음처럼 투명한 함백산을 향한 그리움이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좋다.
오늘은 내가 달려가
바람이 될터이니...
선선한 고원의 바람이 밉지않게 불어와
나그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함백산과 태백산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갈림길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계속 가면
내가 사는 몰운대가 나온다는데...
아미산을 따라 가면
백두산에도 다다를 모양이다.
몰운대 지나 아미산 구평 가구동네 대티고개 구덕산 백양산 금정산...
그리고 영남 알프스의 산들.
머리에 산들이 이루는 마루금이 선율처럼 이러진다
노루발
노루발 꽃이름을 되뇌이다
어머니가 쓰시던 옛 재봉틀이 떠올랐다.
노루발처럼 생긴것이 껑충 껑충 제자리 뛰기를 하며
고른 재봉선을 만들어 내는것이 무척 신기했다.
아가의 작은 주먹처럼 앙증맞은 꽃이다.
솔나리
자주색 여로
좁쌀풀
구와우 가는 길
아홉 마리 소가 평화로이 누워있다는 구와우.
한여름 해바라기 축제로 유명한 곳인데
어찌된 셈인지 해바라기꽃은 한송이도 볼 수 없다.
해바라기야 피어도 그만 져도 그만인듯
풍경이 너무도 한가롭다.
지극한 평화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것이다.
고요와 평화가 그야말로 가슴에 차고 넘친다.
좁쌀풀
몰입하는 자는 아름답다
우주의 문을 여는 자이니.
동자꽃
하산길의 삼나무 숲은 언제나 서정적이다.
누군가 서사적이라 하여도 동의했을 것이다.
그만큼 깊은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키 높은 나무가 마음을 한없이 차분하게 한다.
폐와 심장이 진정된다.
긴 여행 끝의 안도가 밀려온다.
붓꽃
- 후 기-
나는 왜 걷는가.
어디론가 가기위한 목적이라면
나는 왜
어디론가 가야하나.
온전한 내 삶의 터를 외면하고
근육과 신경을 끝없이 危害하며
나는 왜 늘 어디론가 가야만 하는가.
때로는 스스로의 힘으로
때로는 약물에 깊이 의존하는
환각쟁이처럼
나는 걷고 또 걷는다.
한걸음 한걸음에 아스라히 메달린 목숨.
나는 고통을 통해 비로소
꿈에 도달한다.
모든 죽음들도 또한 그러하기에
오늘도 고통의 끝에서 나를 초조히 기다리는 꿈을 보았다.
라흐마니노프의 꿈꾼 후에 外
'마음으로 오르는 산 >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황간 월유봉 137번째 뒷글 (0) | 2011.07.26 |
|---|---|
| 충북황간 월유봉 (0) | 2011.07.25 |
| 매봉산:금대봉-비단봉-구봉산-매봉산 (0) | 2011.07.18 |
| 노고단-코재-화엄사 계곡 135th (0) | 2011.07.04 |
| 속리산 : 문장대-천왕봉 (0) | 2011.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