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노고단-코재-화엄사 계곡 135th

poll™ 2011. 7. 4. 11:31

 

 

 

지리산

 

 

비오는 날의 지리산 산행.

위험 천만한 짓일 수도 있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머리 속을 어지럽힌다.

노고단이란 곳이 정말 위험을 무럽쓰고 오를만 한곳인가.

 

온통 회색인 지리산.

오늘은 초록도 잿빛이다.

주적거리는 장마비에 고개 숙인 채

무심한 발길을 재촉한다.

 

 

 

 

 

성삼재에서 시작해 노고단 고개를 이전에 두번 넘은 바 있지만

그 때는 종주를 위한 길이어서

아주 이른 새벽에 무심코 통과 하였다.

 

대부분의 산꾼들은 그냥 이 고개를 스쳐 지나가므로

실재 노고단을 일부러 오르는 이는 더물다.

 

화엄사에서 코재를 넘어 노고단에 이르는 길도

워낙 힘들기로 소문난터라

테마 산행에 별 인기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이 인기 없는 두 길을 엮어

산행해 보기로 한다.

 

 

 

 

 

 

전국에 큰 비가 내린다.

장마비 치고는 제법 많은 비다.

 

두터운 운무로 인해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데

비에 젖은 나무데크가 끝없이 이어지며

묘한 조형을 이룬다.

 

세상으로 부터 완벽히 고립된 느낌

아무것도 지닌것 없이 홀로 놓여난 마음의 궁핍함

자궁속에 막 착상된 배아와 같은 원초적 기운

그런 가운데

깊은 고립감이 엄습해왔다.

 

 

 

 

 

 

 

 

 

짙은 비구름 속을 걷는다.

 

아무도 없이 나 홀로 놓여진 기분은

긴장감과 홀가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기분이다.

그래도 자유의 기분이 더 강하다.

 

차가운 비구름이 살갗에 닿는 기분도 신선하다.

 

우비도 없다.

나는 비에 쫒겨 다니는 일을 포기한듯이

온몸으로 비를 맞는다.

 

비가 몸에 스며들자

마치 벌거벗은 몸이라도된 기분이 들었다.

 

우중 산행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청량감.

몸 전체로 느끼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다.

 

 

 

 

노고단 정상석

 

노고는 우리말로 할미를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이 말 속에는 지리산이 어미산임을

함축하고 있는것이다.

과연 그렇다.

깊은 모성이 느껴지는 산이다.

 

 

 

제단

 

 

 

코재 들머리

 

 

 

 

 

 

 

 

비 내리는 음산한 숲

 

숲에 들자 나무들이 비를 훨씬 가려 주었다.

청량한 기분이 사라지는 대신

후텁지근한 습기가

걸음을 괴롭혔다.

 

연신 불어난 계곡물 소리가 따라 다녔다.

빗줄기가 약해진것이 여간 다행이 아니다.

코재의 급경사를 행여 미끌어 질까 조심하며

살얼음판을 밟듯  하산한다.

 

 

 

 

 

코재란 코가 닿을듯한 급경사에서 나온 이름이다.

그만큼 경사가 급하다.

 

성삼재 도로가 나기 전에는 코재를 통해 노고단에 올라

지리 종주를 하였다.

그래서 요즘도 진정한 지리 종주는

화엄사에서 대원사에 이르는 종주를 의미한다.

 

화대 종주 시 이 코재는

종주꾼들에게는 죽음의 깔딱고개일 것이다.

 

매력이 없는 산길이어서 그런지

오늘은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호젓한 산길이다.

산새소리 물소리만  하릴없이 나직하다.

 

 

 

 

집선대의 여러갈래 폭포

 

세상만사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저 물로 뛰어 들고 싶어진다.

 

 

 

 

 

 

 

 

 

큰흑 뻐꾸기의 울음이 사자성어처럼 들려온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일명 홀딱벗고 새이다.

오늘 이 숲을 걸어 내려오는

용감한 우리 동료들은 모두 이 홀딱벗고 새의 울음 소리를

신기하게 여기며 하산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 들어본 새 소리다.

산을 제법 탄

산꾼들에게는 낯익은 소리인 모양이다.

 

 

 

 

 

 

 

 

 

 

 

 

 

시원한 계곡수

 

 

 

화엄사 경내

 

화엄사 경내에 증창이 한창이다.

 

美感이 없는 인간들의 물리적 팽창주의는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란으로부터 기적적으로 구해낸 화엄사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부디 망쳐놓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중창하는 절집이 보기 싫어 얼른 지나친다.

 

 

 

 

화엄사에 들면 아름다운 미인을 만난듯

두 탑을 마주하는 마음에 들뜬다.

 

환상적인 복식조다.

동탑과 서탑을

한편에는 장식을 하고 한편은 장식없이 남겨둔것은

다보탑과 석가탑의 예와 비슷하다.

 

긴 평화 시기가 있어서인지

통일 신라 삼층탑이 보여주는 웅장한 힘은 없다.

신라 후기 탑의 대표이다.

 

 

 

 

각황전을 지키는 거대한 석등

 

각황전의 위엄에 잘 어울리는 석등이다.

석등의 규모를 보아

신라시대에 이미 대규모 사찰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화려한 각황전 처마

 

 

숙종임금의 은덕으로 지어진 장륙전을 임금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각황전이라 이름지었다.

 

처마 구조가 화려하기 그지없다.

중층 팔작지붕의 특이한 구조로

화려함과 위엄이 동시에 느껴진다.

 

현존하는 대표적 목조 건축물이

거의 대부분 조선시대의 사찰건물이지만

그 사찰건물의 진수를 보여주는것이

화엄사 각황전이다.

 

 

 

 

 

 

 

 

 

적멸보궁에 이르는 백팔 계단.

 

 

 

 

적멸 보궁 앞 사사자 석등 과 공양 인물 석등

 

화려한 석물문화의 극치이다.

이 민족의 문화적 역량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보물이다.

긴 평화가 빚어낸 민족의 문화 역량이다.

 

탑 앞의 공양 인물 석등은 일견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연화대와 석등을 받치는 기둥 구조의 재질이 서로 다르며

구조가 어색하다.

아마 임란 때 파괴된 석물을 대충 조합해 만든것 같다.

하지만 파격적인 사사자 석등 만큼

전례를 보기힘든 독특한 양식의 석등임에는 틀림 없다.

석등의 주인공은 연기조사.

 

 

 

 

어머니에 대한 연기대사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사사자 석탑을 효대라 부른다.

석탑 속의 주인공은  연기 대사의 어머니란 설이 있다.

 

석등 앞의 보랏빛 수국을 보자

왜 하필이면 수국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절간에는 주로 수국을 닮은 불두화를 심는다.

수국은 온도에 따라 꽃색깔이 변하는 변덕스런 식물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딸 키우는 집에서는 수국을 심지 않는다고 한다.

수국은 변덕심한 일반 중생을 의미하는걸까

한결같은 효심을 주문하는 석탑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 후 기-

 

 

없네

 

 

한 평생 모아둔 사랑이 없네.

내 사랑이 없네.

빈 마음이네.

 

 

한 때 넘치었던 사랑.

 

 

그 사랑 내어준 사람

보이지 않네.

 

 

흰 비구름

몹쓸 바람만 남아있네.

 

 

나 아닌 사람

아무도 없네.

 

 

 

 

 

왼손의 반주가 빗방울을 연상시키는 '빗방울 전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