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국수봉-사봉 -오봉-옥정호-구절초 축제

poll™ 2011. 10. 10. 16:26

 

 

 

 

 

 

 

 

 

국수봉,오봉산 산행을 기다리는 자체만으로도 큰 설레임이었다.

 

차가운 가을 서리를 맞아야

비로소 풍미가 든다는

아이스 와인처럼

옥정호에 깊은 가을이 들어서야

붕어섬 풍경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터인데

눈치없는 가을 날씨는

연일 인디언 섬머를 만들어 내며

 식을 줄 모른다.

 

설상 가상으로

임실로 떠나는 버스 안에서는

새삼스런 에어컨 타령마져 터져나왔다.

 

 꿈은 사라졌다.

 

설익은 시루떡처럼

 들판은 여물지 않은 가을이었다.

 

 

 

 

 

 

 

 

 

 

 

 

 

 

 

호수를 빠져나가지 못한 채

몸집을 불려가는

한마리의 金漁.

 

고요한 호수에 갇혀

꿈을 꾸고있다.

 

 

막스에른스트가 조롱 속에 갇힌 한마리의 새로 표현한

 "막혀버린 출구"를 떠올리며

세상을 향에 물음을 던진다.

 

 

자유를 찾기 위한 몸부림일까

자유를 포기한 절망인가

 

좁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자유의 출구는

좁은가,혹은 넓은가.

 

 

 

 

 

 

 

 

 

 

 

산을 오르내리며

마치 산중에 갇혀버린 기분이 들자

자꾸  불어가는

내 오십대의

나잇살이 염려스러워진다.

 

내 삶은 온통 가지를 쳐 내리듯

단순해지려는 몸부림이었는데

행동이 굼뜨고

 살이 붙어가는 지금의  모습을

나는 스스로 용서할 수 없다.

 

 

산길이 무겁다

시원한 맥주같은 바람 한소끔 그립다.

 

 

녹빛이 든 호수 위에

푸른빛 증기가 가득하다.

 

백내장이 든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국수봉에서 바라 본 옥정호

 

 

 

 

 

 

우리나라 100대 아름다운 길에 든다는

옥정호 호반길

 

 

신은 너무 일찍 죽어버렸고

아미타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고

신을 대신해 한 생을 살았던

현자도 죽었다.

 

눈 앞의 푸른 호수

맑은 하늘.

 

어설픈 가을을 뚫고 상념의 길이 처연히 나있다.

세상을 다 담기에는 가슴이 벅차

나는 걸음을 멈추고 또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은 잘 있다.

다행히 세상은 잘있다.

모든게 제대로 이다

내 생의 마지막 날도 세상은 아마 이럴것이다.

 

느린 발걸음으로

사티의 곡에

심음을  맞추어 걷는다.

 

걷기 좋은 날이다.

부드럽고 느리다.

 

 

 

 

 

 

소유를 줄이고

삶으로부터  군더더기를 도려내야한다.

 

가을 나무들이 잎을 떨구어

겨울을 준비하듯

 삶의 겨울을 준비해야한다.

 

겨울산을 사랑하듯

나는 내 삶의 빈 공간들을 사랑한다.

 

배낭을 쌀 때에도

무엇을 하나 더 넣을까 하는 고민보다는

무엇을 하나 줄일 때의 

즐거움이 더 커다.

 

 

 

 

 

 

 

 

 

 

 

 

노동자의 길은 늘 반듯하다.

그들이 반듯한 길을 만들었다.

 

 

이 반듯한 노동의 결과물 위를 걸어가는 자는

부르조아다.

그들은 노동을 소비하기 위해 걷는다.

 

 

그러나 나는 이 곧은 노동의 결과들이 

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노동자도

부르조아도 다 싫다.

 

오로지

탈 이념의 길을 걷고 싶을 뿐.

그냥 흙길을 걷고 싶을뿐.

 

 

 

 

 

 

 

가을이 온다.

혼신의 힘으로.

 

누군가 말한것처럼

눈은 가볍지만은 않다고,

혼신의 힘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인생도

그런것일까.

혼신의 힘으로 지는 낙엽처럼

쉰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내 나이,

나도 전력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있는것일까.

 

 

눈처럼,

낙엽처럼

가벼운

참을수 없는 이 현생의 가벼움속에

누구도 움직일 수 없는

생의 진중한 무게를

나는 내 몸 어딘가에

은닉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붕어섬과 진리

 

 

 

익명의 섬에 갇혀살다

마침내 떠오른 물고기처럼,

 

어제,오늘 그리고 희미한 미래

그 기약없는 시간속을

힘겹게 살아가는

동시대인처럼,

 

따지고 보면

우리의 생이 다 그런거다.

 

혼자 와서

혼자 가는....

 

예수님처럼

석가모니처럼

무소의 뿔처럼

다 그런거다.

 

萬古不變의 진리다.

무거운 추와 같다.

 

 

 

 

 

 

 

 

 

 

 

 

 

오봉산 정상에서 본 옥정호

 

 

 

지울수 없는 운무처럼

그대가 지워지지 않아 걸음을 멈추어 섭니다.

 

먼 풍경들은

왜 다 그리움인지

나는 또 그 그리움에 끌려

 긴 한숨을 내려 놓습니다.

 

오늘 따라

세상은 온통 푸른빛

지나가는 바람마져

쓸쓸합니다.

 

한 때의 사랑처럼

가을은 쉬 왔다

너무 빨리 시들어 버립니다.

 

꽃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비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맙니다.

 

이미 먼 그대

낮게 흔들리는 원경

 

살아 마지막 몸을 움직이는

풀잎처럼

당신의 사연들이 고요히 전해 옵니다.

 

 

 

 

 

 

 

 

 

 

 

 

 

 

 

 

 

 

깨끗한 빛

 

무심히 뜨는 나무

다시 젖는 잎사귀

흔들리는 시월

살아 움직이는 흙

신비한 요술의 나라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경사진 길에

날씨마저 건조해

길이 무거리를 밟은것처럼 미끄럽기 짝이 없다.

 

미끄러질까봐 발아래에 잔뜩 힘이 쓰인다

주위의 아무거라도 잡고 버틴다.

 

아내를 제 오라버니에 맡겨두고

나 혼자 내려가는 길.

자꾸 머리 뒤가 당긴다.

 

 

 

 

 

 

 

하산길

 

 

붉은 여뀌가 산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감나무를 촘촘히 밀식한 탓일까

수직과 수평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안도감에 고무되어

다리를 크게 다친적이 있는터라

날머리를 앞둔 편한 길이 더 조심스러워 진다.

 

 

 

 

 

 

 

타인으로 부터 쏟아져 나오는 소리들을

내 마음의 소리로 오인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스스로 믿는 바를 믿어라.

 

그런 한편

그 믿는 바를 또 모조리 의심해라.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가운데

진실된 믿음의 根氣가 자라난다.

그것이 직관이다.

 

 

 

 

 

 

구절초 축제장에서

 

 

구절초 하면 길섶이나 바위 틈에

 몇송이 소박하게 피어 있어야

제 맛일터인데

이렇게 극악스런 꽃사태를 이루며

피어있다면  아무리 구절초라 할지라도

도무지 작위적이어서 꽃이 주는 청초함이 훨씬 덜하다.

 

 

그래도

이런 풍경은

비록 막된 풍경이긴 하나

충분히 이색적이기에

가을 한나절 즐기기엔

충분하다.

 

사람과 꽃이 혼재된

인공의 풍경들.

새벽 물안개 오를 즈음의 풍경이라면

정말 멋질거란 상상을 해 본다

 

 

 

 

 

 

 

 

 

가을을 어떻게 표현할까는

구절초를 어떻게 느낄까와 다름없는 고민이다.

 

순백의 향연 속에

아내가 위치할 멋진 곳을 찾는다.

 

아내는 여전히 소녀다.

나는 그 소녀를 들뜨게 하는 늑대다.

 

여자란

늘 남자의 품에 위리안치해야만 하는 존재일까

나는 아내가 뛰어 놀아도 좋을 유일한 꽃밭인 셈일까.

 

 

 

 

 

 

 

 

 

 

 

 

 

 

 

 

 

 

 

 

 

 

 

 

 

대한민국은 불편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억척스럽다

놀러와서도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해야하는

대한민국은

피곤한 나라이다.

 

 

 

 

 

 

청춘 시절에도 해 보지 못한 일을...

 

 

 

 

 

 

 

 

 

 

 

 

 

 

 

 

 

 

 

 

 

 

 

 

 

-  후 기 -

 

 

 

푸른 발라드를 위한 詩

 

 

 

푸른 하늘빛을 품고 부는 바람이 좋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청색빛이라

호수는 온통 설익은 푸른빛으로 가득했다.

 

 

 

바람이 이따금씩

수면을 툭 건드려

살결같은 물무늬를 만든다.

익숙하지 않은 여유와 평화가 내려 앉는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다.

거친 오후의 조도를 잠재우자

풍경이 한결 편안해 졌다.

 

 

 

문득 세상을 버린 젊은 발라드 가수의 노래 한곡이 간절하다.

청춘의 끝머리에서 듣던

푸른 발라드의 그리움.

 

 

 아직 오지 않은 가을을 기다리다

그 기다림의 시간을 호수 저편에 걸어두고 간다.

생각이

삶처럼 무르익지 않았나 보다.

 

가야할 길이 멀다.

 

산 저너머엔 구절초가 한창이라는데

서리를 먹지 못한 꽃이

꽃이랴.

 

 

시간과 시간의 여백에

오늘을 보내는 아쉬움으로

희미한 방점 하나를 찍는다.

 

 

 

김광석의 노래처럼

오늘이 흐른다.

 

 

 

 

 

에릭 사티 짐노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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