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러던 산행이란 이런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작년 겨울 비행기 예약을 하여 겨우 2월에야 날을 받았는데 하필 그날 제주도에 폭설이 내려 부득이 산생을 7월로 연기해야만했다.
그런데 그날 하필이면 태풍이 몰아칠게 무엇인가. 예약했던 호텔 객실 요금을 50%나 깍이며 10월 말에 겨우 재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비행기 좌석이 없어 프레스티지 석을 예약해만 했다.
병원 일을 마치고 아내랑 바로 공항르로 갔다.짐을 다 붙이고 나니 카메라 하나만 달랑 남는다.
누구랑 같이 가는것도 아니라 마음이 훨씬 홀가분하다. 한라산 종주. 9시간으로 예상되는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다.
나는 작년 돈네코 에서 어리목으로 아내와 산행을 한 적이 있어 천천히 걸어면 못 할것도 없다는 생각에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아내랑 단 둘인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신경 쓸 사람이 적다는것은 그 만큼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다는 뜻이다.
여행이란 무엇보다 자유스러워야 한다. 범박한 가운데 무언가를 채워넣는것이 부부간에 만드는 추억이 아닐까.
두고 두고 반추할수 있는 추억이 될 어떤것.그것이 이번 산행의 목표다.
제주 공항에 살랑 살랑 비가 내린다.
비가 올거라는 김해 공항이 아니라 비가 오지 않을거라는 제주에 살랑 살랑 가랑비가 내린다.
가랑비 정도야 산행에 지장을 주지 않겠지만 하필이면 지난 주 내내 비 한톨 올것 같지 않은 가을 날씨가 계속되더니 왠 비란 말인지.하늘도 너무 한다 싶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유리네 집이라고 우리나라 100대 음식점에 들어갈 정도라하니 진작 한번 가보고 싶었던 집이다.
과연 도착해보닌 이름 난 맛집답게 손님이 많았다.사방 온 벽 뿐만 아니라 천정까지 유명인사들이 쓴 방문록으로 가득 도배가 되어있었다. 전통,노통,에 이통까지 방문한 집이라니 은근히 음식맛이 기대된다.
고심 끝에 아내는 전복 해물탕을 시키고 나는 전복 물회를 시켰다. 갈치 조림이나 고등어 조림같은것은 부산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안먹오 본 걸로 시켰다.
물회는 기미가 맛는게 맛이 있었지만 밥 반찬으로는 별로 였다. 전복 해물탕은 그저 그랬다. 뭐 반할 맛은 아니고 부산 사람 입맛을 충족시키기에는 좀 부족한듯했다.
갈치외나 고등어 회는 귀하긴 해도 특별히 맛있다고 생각되지 않아 주문하지 않았다.
숙소는 인터넷을 통해 화이트 비치 호텔로 정하였다.무엇보다 공항 인근이란 점이 마음에 들어 택하였는데,결론부터 말하면 대 실패였다.
요즘 그 흔한 모텔만큼도 못하다는 느낌이다. 그냥 수용소 같다는 표현 이외에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잠만 자면 내일 새벽같이 떠날 몸이니 후진 시설 쯤이야 감수해야지 어떡하겠나. 새벽에 자꾸 잠이 깨였다. 실컷 잤다고 생각했는데도 겨우 새로 한시다.
두시 반.세시 십분,네시 삼분에야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하였다. 어제 물어두었던 정수기를 찾아 로비로 갔다. 다행히 뜨거운 물이 나왓다.
보온병에 물을 담아 스타벅스에서 나온 원두 커피를 만들었다. 점심 때 먹을 수프를 만들기 위해 죽통에 뜨거운 물을 담았다.
아침용으로 튀김 우동 두개를 사 두었는데 뜨거운 물을 부어 아내랑 먹었다, 심은 빵과 찹쌀떡이다.간식을 위해 쵸콜릿과 셀라미등등을 준비했다.
이렇게 분비한것 까지는 좋은데 가방이 엄청 무거워졌다. 내일 가야할길이 장장 17Km가 넘는 9시간 짜리 코스다. 그래도 아내에게 짐을 대신 지게한다는것은
자존심이 용납되지 않아 그기다 무거운 카메라까지 메고 산을 출발한다.
탑동 바닷가에는 아침에 차가 다니지 않아 호텔 직원이 택시를 불러주었다.
사방에 아름다운 어두움이 자욱하다. 검은 하늘은 투명하다 못해 베티 베이비스의 눈처럼 고혹적이었다.수만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듯한 신새벽의 밤.
그 밤 기운을 뚫고 차는 달렸다,
우리가 도착한 성판악에는 이미 사람들을 피해 일찍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비었다.하늘에 별이 보인다는것이 다 신기했다.머리 위로 카시오페아가 쏟아질듯 반짝인다.제미니와 폴룩스도 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별을 보았다. 산행 준비를 마쳤다.더디어 산에 오른다.
깜깜한 어둠을 타고 산을 오른다.여기서 부터 한라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장장 9.6km의 먼 거리다.다행히 길이 좋고 사람들이 많아 어둠이 산행을 방해하진 못했다.산중에서 여명을 볼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었다.산중에서 만나는 아침은 내게 각별하다. 지리산 종주나 산에서의 비박을 할때나 접할 수 있는 경험이다.나는 설악산,지리산,덕유산,간월산,가지산등에서 만났다. 너무나 특별한 시간이어서인지 이때의 경험만큼은 다른 어떤 산행 경험과도 비할 수없다.
피를 토한듯한 주홍색빛으로 여명이 밝아왔다. 빛은 삼나무 숲을 살려냈다. 곧게 뻗은 삼나무들은 마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처럼 웅장한 소리를 뿜어내는듯했다. 바흐의 푸가를 듣는듯한 영감이 묘하게 떠올랐다. 일부러 보폭을 줄여 최대한 천천히 산을 오른다.음악을 듣지 않아도 음악을 듣는듯한 이 신비한 경험.
오늘따라 아내도 씩씩하게 산을 잘 오른다. 오히려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는 내가 더 걱정이 되었다.고도를 높일수록 아내의 자신감이 더해졌다. 너무도 황홀한 아침의 정경에 매료되어 발걸음 하나 하나가 예사롭지 않았다.깨끗하고 청명한 아침에 경의를 표했다. 이슬처럼 투명한 새벽 공기.마치 공기의 여정이 작은 날개를 재빠르게 움직이며 우리를 좇아 오는듯했다. 사라 오름 분기점을 지나 진달래 산장에 이르자 마침내 시야가 터지기 시작했다. 돌길이라 길이 미끄러워 발아래가 걱정이었지만 걸음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한없이 맑은 하늘에 秋陰의 새털 구름이 하늘에서 춤을 추듯 걸려있고 한라산 산정은 주인없는 무주공산 같았다. 푸른 초록의 구상나무와 주목 사이로 붉은 루비빛의 먼나무 열매가 마치 단풍이 들듯 가득하다. 먼나무와 대비된 에메랄드 빛 하늘색도 황홀하긴 마찬가지였다. 세상은 이렇게 스스로 빛나는 법이다. 나도 인간으로써 세상과 이렇게 빛나는 존재로서 살아갈 순 없을까.
숲을 지나 바윗길이 끝나자 사라오름을 비롯한 몇개의 오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희미한 가스층에 가리어 신비롭게 모습을 보여 주는 풍경을 뒤로 언제 나타낫는지 하연 구름이 마치 산사태를 이룬 흰 눈처럼 산을 덮쳤다. 자연이 보여주는 경외로운 풍광에 마음이 끌려 아내도 팽게치고 열심히 사진을 담는다.어디를 보아도 세상 처음 경험하는 풍경이다 ,산정은 마치 왕관을 두른듯 큰 바위들로 에워쌓여있었다.산록은 푸른 조릿대로 인해 연푸른 색으로 덮혀있다.한라산의 어린 야생초를 모조리파괴할 기세였다.그 흔하디 흔한 가을꽃 하난 볼수 없었던것도 저 극악스러운 조릿대 때문이다.무슨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한라산 정상까지 저 조릿대가 포위할 지경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물이 마른 백록담을 보았다.백두산이나 아소산의 화산구처럼 웅장한 칼데라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분화구가 작았다. 분화구 주위는 이미 꽃에 붙은 진딧물처럼
사람들이 다닥다닥붙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사진을 찍지 않는 사람들은 깍다귀를 피해 점심식사을 하고 있었다.여지껏 자연의 아름다움을 충전하며 걸어왔던 가슴이 마치 헬륨가스가 빠져나가듯 허무가 밀려왔다. 기껏 한라산 산정에 올라 이렇게 실망하다니.
인파를 피해 산을 내려와 조금 한적한 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장장 8.7km의 길을 내려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머리 속이 암울했다.아내난 나나 서툰 동반자가 아닌가.
그러나 산을 얼마 내려가지 않아 황홀한 풍경을 맞이하게 된다
조릿대가 푸른 융처럼 덮힌 장구목 능선이 눈을 가득 채우며 펼쳐졌다. 귀 옆으로 한라산 북벽의 위용있는 모습이 겹쳐졌다. 인간을 억누르는 위압적 광경이었다.과연 이나라 명산이요,유네스코 자연 유산에 등재될만한 풍광이 아닌가.
태풍에 쓸려간 용진각 대피소를 지나 멀리 왕관바위를 조망하니 능선에 흰 갈대잎과 같은 가을 구름이 멋지게 장식되어있었다.역광을 무릎쓰고 풍경을 담아 보았다.
용진각 샘에서 맑고 청량한 샘물을 마시고 물통을 비워내고 새 물을 담았다.멋진 풍광에 하산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 다시 숲에 들자 지루한 하산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삼대 계곡 즉 설악산 천불동 계곡,지리산 칠선계곡과 함께 여기 탐라곡이 포함되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푸른 초록의 색들이 무뎌지며 알록 달록 단풍들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단풍이 무르익기 보다는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하는 느낌이 강했다.그러나 물기가 많은 쪽은 아무래도 단풍색들이 고왔다. 미끄러운 길에 몇번 미끄러질 뻔한 적은 있었지만 무난한 산행이었다.원시를 간직한 두터운 이끼가 낀 바위들이 인상적이었다. 그 위로 빼곡이 낙옆이 내려앉았다. 길을 빨리 내달리며 그런 풍경들을 놓지고 지나칠까봐 은근히 걱정이었지만 계곡을 이리 저리 건너며 만나는 풍경들이 핟 아름다와 한라산에서의 단풍구경을 덤으로 얻는듯 피어 기뻤다.
8시간 반의 산행을 마치고 숙소에 맏긴 짐을 찾았다. 해수 온천에가서 목욕을 간단히 하고 새옷으로 갈아입었다.노곤함이 물밀듯 밀려왔으나 남아잇는 두시간이 아까와
대우정이라는 식당에 오분작 돌솥밥을 먹으러갔다. 특이하게 마가린과 양념장을 내 주었다.엤날에 버터나 마가린에 밥비벼먹던 생각이 났다. 음식은 담백했다.한번은 먹어 볼만했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좌석이 없어 프레스티지석으로 예약했었는데 돈은 좀 아까왓지만 두다리 뻗고 올수 있어서 아내에게 좀 생색을 낼수 있어 좋았다.
너무나 멋진 일박 이일을 끝냈다는게 뿌듯하다.벌써 아내와의 봄 여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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