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화순 옹성산 후기글 2012.04.08

poll™ 2012. 4. 9. 16:33

 

 

화순 옹성산 산행

 

                                                                                                             2012.04.08

 

 

 

 

 

 

옹성산 정상

 

 

몇일전 부터 장이 좋지 않더니

기어이 사단이 났다

등산을 앞두고 설사를 하는것은 치명적이다.

 

쉽게 지치고 쉽게 근육에 통증이 인다.

아닌게 아니라 들머리 유격 코스를 지나자마자

진땀이 날 정도로 힘이 빠지고 어지러웠다.

 

암벽 타기는 정말이지 내 전공인데 바위에 올라서자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지며 바위를 지탱해야할 다리며 팔에 힘이 쭉 빠졌다.

 

점심도 먹기 싫어 복분자주에 구기자 달인 물만 마시고는 산행을 계속했다.

 

산정상에서 주저 앉은 내 모습 뒤로

무등산이 무겁게 내려보고 있다.

 

오랜만에 찍은 정상석 인증샷이

슬프고 맥이 빠진 모습이 아니라

짓궂게 웃고있는 모습이라 다행이다.

 

 

 

 

 

옹성산 용암바위

 

엎어놓은 옹기모양으로 생겼다하여

옹성산으로 불리는 산.

 

산세가 이름만큼 기이하다.

모래와 자갈이 퇴적되어 생긴 퇴적암층이 융기되어 형성되었다고한다.

돌의 결집력이 떨어져 암질이 퍼석하다.

 

 

 

 

 

 

세상의 한곳은 촛점이요

나머지는 결국 아웃 포커싱이다.

 

카메라를 들면

촛점에서 벗어난

보통의 삶이 보인다.

 

평이한 일상 가운데  묻어나는

인생의 또 다른 면을 보는것이 사진행위다.

 

지금 나는 세상의 어떤 모습을 보고있을까?

밀레의 만종에서 보여주는

노동의 신성함?

아마 그 아우라를 보고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다 학습된 개념이다.

내것처럼 보이지만

내것이 아니다.

그래서 동일한 의미를 지닌 다른 사진일지라도

나만의 무엇을 새로이 탑재시키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

그래서 위 사진은 평이해져 버리고 만다.

 

사진 속의 두 주인공이 나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렇게 살고 싶었지만 그렇게 살지 못했던

삶의 잘못된 답안들.

틀린 문제를 두번다시 틀려서는 안된다는 각오.

혹은 회귀 본능.

 

오늘은 스스로를 되돌아 보기 좋은 날이다.

 

 

 

 

 

 

 

사물에 나를 형상화 시켜 세상을 들여다 보는것 또한 재미있다.

나는 작은 들꽃으로 돌아가

야생화의 입장에서 세상을 본다.

낮은 세상이 보인다.

 

지구 어딘가에서도

내가 세상의 중심이듯

결국 마음을 안착시키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것이다.

 

 

 

 

 

 

 

 

 

 

 

 

 

극기

 

이런 절벽을 오르내리고 산야를 뛰어다니며

전쟁 놀음을 한적이있다.

 

극기의 명분이 없었다면 이름 그대로 놀음에 지나지 않았을것이다.

이 정도의 절벽을 오르고도 극기의 이름을 붙이기가 좀 민망하지만

여기 눈물고개를 온갖 괴롭힘을 당하며 올라선다면

눈앞이 아찔할 정도의 절벽으로도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아주 오래전의 일을 떠올리며

절벽을 오른다.

 

설사 후유증이어서인지

생각만큼 밧줄타기가 쉽지 않다.

 

 

 

 

 

 

 

 

 

 

 

 

 

 

 

 

 

화산 유격 훈련을 떠올리며

즐거운 한 때

 

 

 

 

 

 

 

 

 

 

 

 

 

 

 

 

 

 

 

 

 

 

 

 

 

 

 

 

 

 

 

안성 저수지 멀리 모후산

 

 

 

 

 

 

 

 

 

진달래 꽃술의 유혹이 고혹적이다.

 

세상의 봄소식을 알리는데는

단 한송이의 꽃으로도 족하다.

 

벚꽃처럼 흐드러지지않아도

梅香이 아니어도 좋다.

 

단 한 조각의 분홍빛.

이 빛으로 세상의 온갖 춘심을 흔들고도 남는다.

 

 

 

 

 

 

 

 

 

옹성산 쌍두봉의 절벽

 

 

 

굴피로 만든 민박집

 

이런 집에서 살수 있을것인가?

살 수없을것인가?

 

독거의 즐거움은

얼마나 버릴 수 있는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세상을 벗어나 홀로 살게 된다면 무엇을 최소한으로 지녀야 할까?

핸드폰?

노트북?

 

외부와의 강렬한 절연.

고독의 두려움에대한 극복.

이겨내야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옹성산 용암 바위  뒷 모습

 

 

 

 

 

 

말등과 같은 능선

 

능선길 위에 묘를 쓰면 좋지 않다고 한다.

유명한 지관의 말이라는데

내가 보기에는 더 없는 명당같다.

 

지신이 진정 눕고 싶은 곳

따뜻하고 넉넉한곳

뭘 더 바라겠는가.

 

 

 

 

 

 

 

마치 고성 상족암을 옮겨 놓은듯한 바위 생김새다

 

 

 

생강나무

 

생강나무와 산수유 구별할 필요 없다

산중에 홀로피면

생강나무다

동박나무라고도 한다.

 

 

 

봄찾기

 

춘란

동박나무

진달래

산자고

광대나물

애기똥풀

현호색

제비꽃

매화

고마리

...

 

 

 

 

세월

 

 

이 조그만 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지질학적 특징들이 나타나는것이 신기하다.

화순은 공룡 발자국 화석 으로 유명한곳이다

 

한때 바다였던 이곳.

세월의 무게가 아래로 위로 제멋대로인 채

엉뚱하고도 허무맹랑한 기분이 드는것은 왜 일까.

 

세월이 지구를 덮고 또 덮어

그러다 싫증이 나서

그 거적을 하나씩 벗겨 나가듯

나도 언젠가는 나를 찾아 나를 벗기게 될까

 

 

 

 

백련암 절터 파편들

 

 

 

쌍문 바위

 

한때  해수면에 인접해 대단한 침식과 풍화 작용을 겪었음직한 바위 하나가 떡하니

산중에 나타난다는것이 좀 생뚱스럽다.

 

그 생뚱스러움이 별난 즐거움을 마련해주어

바위를 도는 일행의 마음이 더 없이 즐겁다.

 

바위 뒤에 감추어진 비밀스러운 풍경을 상상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봄을 따는 여심

 

 

 

쌍문  너머 용암바위

 

 

 

 

백련암터에서 바라본 남쪽 방향

 

 

멀리 모후산의 모습이 어머니처럼 인자하다.

산행 들머리도 보인다.

 

주변의 산세며,산행 속도마저도

봄의 왈츠에 맞추어진듯하다.

 

부드럽고 온화한 air

마치 아리오소를 듣고있는듯한 산행이 여유롭다.

 

오늘 발길을 돌려 다른 산으로 향한 분들께 정말 감사드릴 일이다.

그들 덕에 오늘 진실로 고요한 참선같은 하루를 맞이할수 있게되었으니.

 

아무리 봄이 거듭 온다하여도

오늘, 아니 이 순간의 감흥을  잊을 수 있을까.

 

지금을 중요시하라는 그 빛나는 금언이

오늘에야 비로소 마음에 와닿는다.

 

 

 

 

동복호

 

 

 

동복호 뒤로 무등산이 손에 잡힐듯 보인다

 

가운데 적벽과 적벽루

 

 

 

 

 

 

 

 

무등산

 

  

 

 

 

 

 

철옹산성

 

철옹성이란 말이 이미 일반 명사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지금

그 어원이 궁금하였다.

 

필시 중국 고사에서 나온 단어려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월의 고향 약산에 있는 전략 요충지였다.

 

11세기 거란의 침입을 막아낸 이래

몽고 홍건적 청나라 군사등을 막아낸 천혜의 성이었던 모양이다.

 

이곳 철옹산성은 주로 왜구를 막아내는 역할을 하였나보다.

비록 지금은 빈약한 모습이나

주위 산세를 가늠해 볼 때 당시로서는 매우 견고한 산성이었음을 짐작할수 있다.

 

 

 

 

 

 

 

 

 

 

 

 

 

 

 

 

 

 

산자고

 

 

 

멀리 백아산

 

옹성산을 백아산 줄기라고는 하나

백아산은 화강암산으로 보이고

옹강산은 퇴적층이 융기되어 나온 별개의 산처럼 보인다.

 

백아산에서 옹성산으로 이어지는 긴 산줄기가

이름 그대로 천혜의 방어벽처럼 보인다.

 

그 벽을 뒤로 봄을 준비하는 게으른 땅에도

어느듯 초록이 선명하다.

 

 

 

쌍두봉 사이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급경사의 계단길

 

 

 

 

 

 

 

 

 

그들이 남기고 지나간 봄을 주우며

내 뒤에 두고온 봄이 아쉬어 뒤돌아 본다.

 

봄은 잘있다

세상 만물이 그러하듯

이별 뒤의 봄 또한 무사하다.

 

 

 

 

 

 

양지꽃

 

 

 

 

 

 

-  후 기-

 

봄은 쉬 왔다가 어느결엔가 사라져버리는

일종의 허무나 회한처럼 여겼다.

 

옹성산 한가롭고 따뜻한 산길을 걸으며

봄을 이처럼 고요하고 소박하게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이제껏 흐드러진 꽃만을 찾아다니고

신경을 자극하는 봄의 극치만을 찾아다녔기에

봄이 이토록 단아한 바로크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오십 중반이 되어서야

봄의 새 면모를 알게됐다는것도

놀랍거니와

이토록 고요하고 정돈된 密園에서

생의 하루를 이루었다는것이

한줄의 에피타프처럼

정연한 하루였다.

 

 

 
 

 

 

                                                                             

                                                                                                       바흐 / 아리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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