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가은산-둥지봉 산행후기 12.06.24 162th

poll™ 2012. 6. 25. 20:24

 

 

 

 

 

 

 

 

 

자귀 나무핀 상천리 마을

 

상천리 마을은 금수산 등반 들머리로도 유명한 마을이다.

그래서 마을이 눈에 익다.

 

 금수산 희미한 산 그림자를 뒤로

여름을 달구는 자귀나무 꽃이 한창이다.

 

달여 마시면 우울증에 좋다는 자귀나무.

잠이 들면 미모사 잎처럼 몸을 서로 붙여 잔다는 특성 때문에

합환묵이라고도 부른단다.

 

예사롭지 않은 꽃의 자태,

한여름 어떤 더위도 아랑곳 없이 피어나는 강인함.

사랑도 자고로 자귀 나무처럼

흐트러지지않는 단단한 신뢰와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어울릴 때 제대로 꽃을 이루는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자귀 나무의 껍질에는 단맛이 난단다.

 

 

 

 

심상치 않은 가은산 들머리

 

가문 밭에 야윈고추가 애처롭다.

 

 

 

 

금수산

 

망덕봉에서 금수산을 거쳐 부처뎅이봉-알봉-중계탑에 이르는 산그림자

 

한때 미녀봉이라 불리웠던 금수산은

백운산으로도 불리었는데 이황 퇴계가 단풍든 백운산의 모습에 반해

금수산이라 이름 지은 후 지금까지 금수산으로 불리고 있다.

 

밤퇴계와 낮퇴계가 달랐다는 말이있는데

그 식을 줄 모르는 정열이 다 퇴계의 등산을 사랑한 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더물다.

 

삼각 파도처럼 출렁이는 금수산 영봉들의 자태가 범상치 않다

 

 

 

 

 

 

 

 

들머리 지나자 금방 깍아지른 오르막이 나타난다.

밧줄 타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내가 걱정이었다.

아내가 악우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한발 한발

바위를 오른다.

문득 발아래에서 사진이나 찍고 있는 남편의 인품이 한심해 보여

얼른 아내를 밀어 올려 본다.

내 도움없이도 아내는 바위를 잘 올라갔다.

 

 

 

 

망덕봉에서 금수산에 이르는 능선

 

 

 

 

 

 

 

 

돌고래 바위에서

 

충청도 산은 곳곳에 이런 멋진 바위들이 많다.

바위 주둥이가 영락없이 돌고래처럼 보인다고 하여 일명 돌고래 바위이다.

물개 바위라해도 할 말 없다.

 

벼락맞은 바위처럼 칼로 잘라낸듯 두동강이난 바위에

여성회원들이 따개비처럼 붙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엉덩이 기차 놀이 

 

 

 

 

 

 

 

 

위에서 바라 본 물개 바위 

 

 

 

 

 

 

 

바위를 보면 눕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이의 가슴이 생각나서가 아니라

한없이 평화로운 자연에 하나되어.

 

내 모처럼의 여유를 헌상해

자연과 하나됨이니

 

지나가는 이여

누군들 여기에 한번 누워보게나.

 

 

 

두꺼비 교미 바위 

 

내가 붙인 이름이지만 회원들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흙이 치워지고 하얀 백골처럼 어깨를 드러낸 바위길이

은하수처럼 사랑스럽다.

 

 뱀처럼 또아리를 튼 참나무의 자태나

비스듬히 나그네를 유혹하는 거리의 연인같은

초록 머리의 나무가

일행에 저만치 뒤쳐져 걷고있는 내 발걸음을 유혹한다.

 

 

 

 

 

 

기와집 바위 아래에서 낑낑거리고 있는 회원님들 

 

이번 가은산 산행은 조망도 조망이려니와 곳곳에 배치된 이런 소재들이 주는

잔재미로 산을 힘들게 오르는 이들의 긴장을 풀어주는것 같다.

 

 

 

 

 

돌로 이러진 석교

 

바위가 잘 교정된 치아처럼 정확히 어울려

돌다리를 만들고 있다.

나무가 무성해 다리 아래는 잘보이지 않는다.

 

 

 

조망바위에서 바라 본

구담봉과 옥순봉,우리가 내려가야 할 옥순 대교 

 

 

열대성 저기압이 북상해 시야를 완전히 망쳐 놓았다.

여름산에서 늘 좋은 풍광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한여름에는 태풍이 지나간 바로 다음날의 날씨가

사진 찍기 제일 좋다.

 

뒤 따르는 바람이 구름을 싹쓸이하여

청명한 하늘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산은 늘 밀물처럼 다가온다.

 

금수산 꼭대기에서 보면

제천 쪽에서 밀려 오는 산들의 물결을

금수산이 딱 막아주는 산세를 이루고 있다.

 

단양 쪽의 너른 벌은 태평하리만큼 편해 보인다.

물결치며 다가오는 성난 산들의 파도가

시야에 묘한 긴장감을 준다.

 

구담봉에 이르러 그 일렁거림이 더 심해진다.

어찌 보면 나도 지금 산들의 파도에 휩쓸려 울먹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산들이 마음으로부터 공명한다.

 

 

 

 

 

 

 

 

옥순 대교에서 출발해 역으로 산을 오르는 산님. 

 

 

 

 

둥지봉으로 가는 하산길 또한 험하다. 

 

 

 

바위를 내려가기 전에 잡아 본 내리막길 

 

 

 

낭떨어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요동치는 소나무

 

 

 

 

촛대 형상의 멋진 바위

 

 

 

 

 

가은산 정상은 애써 오른 보람을 일시에 날려버릴만큼 멋대가리가 없다.

그래서 갈림길에서  200m 쯤되는 정상 왕복구간조차

오르는것을 말린다.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남근바위로 유명한 금수산 인근의 작성산- 동산 연계산행 시에

동산 정상부를 오를 때와 똑 같은 상황이다.

허울뿐인 정상부다.

 

어지간한 강박증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를 이유가 없다.

 

 

 

 

 

 

 

 

 

 

나도  폼을 잡아본다.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되는건지.

 

 

 

 막 알에서 깨어난 앙증스런 암새 둘

 

 

 

장뇌삼을 드시고 마침내 도를 깨우친 生佛님

 

나중에 축지법을 쓰서 달마님을 놀라게 했으니

선종의 종조인 달마 마져도 넋을 잃게한 佛力의 소유자다.

 

 

 

 

 

 

 

 

 

삼각형 돌문

 

 

 

만물상 바위 너머 구담봉

 

 대슬랩으로 내려가는 도중의 하산길 또한 만만찮다

달마님은 회원들을 미리 정리하여

정예 요원만 대슬랩 구간으로 보냈다.

 

나와 헤어져 옥순대교 편한 길로 가야하는 아내의 아쉬운 눈빛이 마음에

옹이처럼 걸렸다.

 

하지만 아내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일은 더 삼가해야할 일이다.

산을 내려가는 험한 코스들을 지나가며

아내를 안전지대로 피신시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다가올 운명의 장난에 비하면

이번 결정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만물상바위와 구담봉 그리고 가뭄에 물이 줄어

흰 등뼈를 드러낸 충주호

 

 

 

 

 

대슬랩을 내려가는 중에 일행과 떨어져 산허리를 살짝 돌자

마치 비밀의 정원같은 큰 너럭바위가 나타났다.

신비한 경치에 이끌려 여기 저기를 둘러보았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아주 오랜 문명의 잔해 같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구석기 문물이 발견될것같은

신기한 모습이었다. 

 

 

 

 

 

저 동굴 속에는 수만년 역사 속에 화석이 되어버린 유골이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어 굴속으로 조심스레 머리를 디밀어 보았다.

금방 짐승이 튀어 나올것 같은 아슬 아슬한 긴장감이 순식간에 밀려왔다. 

 

에구 아무것도 없다.

깨어진 밥사발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김유신이 단칼에 갈라놓은듯한 째진 바위.

주위에 누구라도 있었으면 바위를 한번 찢어 보라고 주문하고 싶은 바위다.

 

 

 

 

 

바위가 주는 설명할 수 없는 기하학적 아름다움 

 

 

 

 

 

저 아래 대슬랩 구간이 보인다.

사람들이 나누는 소리가 여기까지 생생히 들려온다.

도무지 거리를 가늠할 수 없다

 

 

 

 

 

손 흔들고 있는 분이 달마 회장님이시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마님이었다.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으달라고 하셨다.

사진이 나올 리 만무했지만 분부를 받잡고 셔트를 누르긴 눌렀다.

 

신기하게 달마님 모습이  담겼다.

옆에 버나(일명 베르나:나는 우아하게 버나로 부르기로 했다)님의 모습도 보인다.

 

 

 

영지가 자라는 나무 

 

 

 

 

 

 

벼락맞은 바위

 

하얀줄을 붙잡고....

 

인적없는 너럭바위에서 시간을 보낸 나는

뒤쳐진 일행들과 산을 내려오다 어쩐지 우리가 대슬랩 구간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닌게 아니라 방금까지 들리던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분명 우리는 시그널을 따라 길을 내려왔고 눈 앞에도 길이 있는데

왜 우리가 그들로 부터 멀어지지?

 

한편 대슬랩구간에서 기념사진을 찍기위해 우리를 기다리던 달마 일행은

30분이 지나도 우리가 나타나지 않자 이미 B조를 인솔해 하산을 한 넓죽이님께

연락을 취했다.

 

그때까지 달마님은 넓죽이님이 우리랑 같이 하산하고 있는 줄 착각을 하신것이다.

그래서 한가하게 산을 내려가는 넓죽이님께

흰밧줄을 타고 내려오라고 명령을 내리셨다.

 

왠 흰밧줄?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갑자기 흰밧줄을 타고 내려가란 어명을 받고

넓죽이 일행은 마치 흰밧줄을 타야만 하산하는 줄 알고 흰밧줄을 찾기 시작했다.

 

그 시간 벼락맞은 바위까지 진출한 달마님은

멘탈이 붕괴된 상태가되어 길을 잃고 말았다.

 

마침 그때 무선기를 타고 달마님이 우리를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일행은 옥순교로 내려가는 2.3Km 삼거리에서

대로를 벗어나 한번 더 모험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그네 님이 권하는 아래 쪽 출입 금지 구간 길을 따라 하산했는데 뜻밖에

잎새 바람님을 만난것이다.

 

우리는 잎새바람이 아니라 산들 바람을 만난것 처럼 산대장님이 반가왔다

바로 그 때 무전기를 타고 달마님의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들었다.

달마님은 나를 찾고 계셨다.

 

"폴님 여기 있는데"

"폴이 어떻게 그기 있을 수 있지 분명 저 윗쪽에 있었는데?"

 

좌우지간 우리는 축지법을 쓰서 달마님 머리 위를 삼단 뛰기를 해 지나왔고

달마님은 좌측인지 우측인지 어디가 어진지를 모르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길을 찾아 벼락맞은 바위에서 새바위로 올라가는 분기점에

마침내 우리와 조우하였다.

 

 

 

 

 

 

 새바위 가는 길의 조망

 

 

 

 

 

 

 

 

 

 만물상 바위의 정경

 

 

 

 어느 일행분은 저 호수 밑바닥까지 가셔서 용케 산을 거슬러 오셨다

 

 

 

 

 

 

 

젖꼭지 바위에 앉아 행복에 젖어있는 회장님과 총무님

 

 

 

 

 

 

 

 

 

 

 

꼬리 진달래가 핀 풍경.

 

꼬리 진달래는 일명 참꽃나무 겨우살이라고도 한다.

겨우살이라고는 하지만

겨우살이처럼 기생식물은 아니다.

 

산행 들머리에서 부터 영락없이 영산홍 잎사귀를 한

이 여름나무의 이름이 궁금하였다.

 

나는 혹시 정향나무 종류인가 싶어

 하얗고 소담스런 꽃잎을 짖이겨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산라일락의 달콤한 향은 없었다.

 

출근하자 마자 인터넷에 들어가 꽃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점심 때가 되어서야 겨우 이름을 찾았다.

뜻밖에 희귀종의 천연 기념물이었다. 

 

충청도와 강원도 일원에 자생한단다.

꽃이 짐승의 꼬리처럼 달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국 산속을 그리도 헤메었는데 오늘에야 만나다니.

하늘 아래 살아있는것은 인연이 닿는대로

  必遇하는 모양이다.

 

 

 

 

 

 

 

 

 

 

 

 

새처럼 새바위에서 

 

 

 

 

 

 

새처럼 자유롭게

 

집이 없는 자가 집을 그리워하듯

자유를 잃은 자,자유를 그리워 한다.

 

새처럼 자유롭게

 세상 만 청년들의  선언.

 

나이가 아닌

산을 오르는 자들의

초록빛 마음에 깃든

바로 그 청년들의 선언.

 

 

 

 

 

40여년 만의 가뭄으로

마치 흰 이빨을 드러낸 채 뒹구는 주검처럼

풍경에 슬픔이 들어있다.

 

꿈속에 본 도원처럼 뿌연 대기가 슬픔을 가로막는다.

문득 내 몸이 가루처럼 흩어져 공기 속으로 스며드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니 어쩌면 이대로 바람이 되어

청풍호반에 눌러 살고 싶은 그런 희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드는것이 아니라 멋이 드는것이라던

어느 광고의 copy처럼...

 

 

 

 

 

 

 

 

 

하산을 앞두고 숙의가 이루어졌다.

 

궁금해 하는 나에게 앞산을 가르키며

저기를 넘어가야 된다고 했다.

 

맥이 풀리는 대답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산을 내려가던 선답자들이 씩씩거리며 하산길을 되돌아 올라왔다.

이리로 곧장 가면 청풍호반으로 가는 길이란다.

길이 없다는 거였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도돌이처럼 통제 구역 바깥까지 되돌아 가야할 형편이었다.

그런데 새바위쪽으로 조금 올라가자 옆으로 돌아 계곡으로 빠지는 바이패스가 눈에 들어왔다.

 

길을 제대로 찾은 거였다

일행은 기분이 좋아 하이파이브를 하였다.

우리는 드디어 입산 금지 구역을 벗어났다.

 

1Km 앞에 옥순대교가 있었다.

 

 

 

 

 

 

 

 

 

 

 

 

세상일에 그저되는 일이 없듯

평탄하리라 생각했던 하산길에도 산을 되올라야하는 약간의 부침은 있었다.

 

그것이 삶이고 또한 길이니

감수해야 할 노릇이지만

산길을 헤맨 탓에 안도감을 비웃는 피로가 밀려왔다.

 

마지막 남은 한모금 물처럼

우리는 씩씩하게 걸었다.

 

걸음이 내게 위안을 되돌려주었다.

달콤한 호수의 바람이 먼저 마중을 나왔다.

 

 

 

 

 

 

 

 

옥순대교

 

 

 

- 후 기 -

 

 

哀而不悲

 

슬프기는 하지만 겉으로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

 

40년 만의 대가뭄으로

백골의 치아처럼 하얗게 드러난 청풍호반의

수면을 바라보며

풍경이 애써 슴픔을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없이 갈라지는 유람선 꽁무니의 물살이 그랬고

김빠진 콜라같은 후텁지근한 바람이 그랬고

누렇게 말라가던 꼬리진달래의 가냘픈 꽃잎이 그랬다.

 

디누 레파티와 함께

애이불비의 서정을 유감없이 담아낸

클라라 하스킬의 모짜르트가 문득 간절했다.

 

신묘하게 빛나는 슬픔.

찬란한 고독의 선율.

 

가은산과 둥지봉 야트막한 산을  공들여 오르내리며

마르케비치의 오케스트레이션처럼

때로는 애이불비의 슬픔과 혹은 그것을 이겨내는 엉뚱함이

묘하게 배치된 멋진 산행이었다.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중 2악장
피아노 : Clara Haskil
지  휘  : Igor Markevitch
꽁세르 라무뢰 오케스트라 (Orchestre des concerts lamoure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