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산에 올랐다.
정족산하면 강화도 전등사가 있는 산.
실록을 보관하던 사고가 있던 산 정도의 상식이 먼저 떠오르는 산이지만
부산 근교에도 "세발 달린 솥"의 의미를 간직한
정족산이란 근출한 명산이 있는줄을 몰랐다.
천성산에는 더러 올랐지만
보고도 알지 못했으니
낫놓고 ㄱ자를 알지못하는 이치와 무엇이 다르랴.
- 펌-
정족산은 양산시 하북면 백록리와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고련리,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경계에 산줄기가 물려 있다.
능선이 세 발 달린 밥솥처럼 뻗어나갔다 해서 솥발산이다. 이 때문에 풍수가들은 정족산을 화산(火山)으로 본다.
암 환자가 정족산을 맨발로 오르면 낫는다는 속설도 여기서 나왔다. 몸속에 똘똘 뭉친 암의 기운이 펄펄 끓는 솥에서 녹는다고 풀이한다
지도를 둘러보니 걸어야할 도상거리가 만만치 않다.
회원들의 산행 실력을 낮추어보는것은 아니지만
미리 걱정이되어 최소한의 필수품만 남기고
짐을 줄인다.
사진기도 똑딱이로 대신한다.
장거리 산행에는 경량화가 필수다.
워낙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탓에
회원들의 얼굴 대하기도 서먹 서먹했지만
그래도 따뜻한 인사가 안도의 마음을 주었다.
산행 입문기에 고생을 같이한 동료들 아닌가.
경부고속도로를 바싹 붙어 오르는 내원사 입구 들머리는
초입이 순탄해 유달리 덥다는 올 여름 더위에도 걷기 좋을 만큼
발이 아주 편했다.
서서히 몸을 데워주는 고마운 산길이었다.
첫 시발의 컨디션 조절이 무난해서 인지 산행 내내 비교적 편히 걸을 수 있었다.
초하의 따사로운 했살.
푸른 나무그늘에 정화된 빛.
영원한 나신의 하늘.
투명한 너울처럼 간간히 지나는 바람.
상쾌하고 가벼운 발걸음.
근자에 느끼지 못한 여유가 나를 해방시켰다.
애써 빨리 걸을 이유도 없었다.
쉬다 걷다를 반복하는 넉넉한 산행이었다.
안단테 칸타빌레의 보폭.
과육과도 같은 풍성함.
육감적 기쁨이 낮익은 풍경들과 어우러져
산길에는 현실을 꿈의 세계로 옮겨놓은듯한
묘한 안도감이 베어났다.
거북바위 전망대
고도 600m를 넘기자 더문 더문 바위가 나타난다.
참나무는 초록빛을 마음껏 발산하여
산과 마음을 닦고 어루만진다.
초록이 주는 압도적 위압감을 타파하려는듯
바위뒤로 천성산 공룡능선이 날렵한 모습으로
뻗어가고 있다.
천성산 화엄벌이 있는 천성산 제1봉과
그 앞으로 말굽처럼 휘어져 만나는 천성산 제2봉의 모습이 경쾌하게 나타난다.
그 앞 계곡으로 상리천이 흘러 내원사 계곡과 만난다.
무제치 감시 초소를 벗어난 대로 끝에 정족산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공룡 능선을 품은 우람한 천성산의 산세
산에 오르면 산에오르지 못한 이들에대한 연민을 느낄 때가 많다.
"할"
정족산 산행.
산행의 진정한 재미는 물론 포행 자체에 있는것이지만
정족산 정상부, 어림잡아 반경 약2-30m 내외의 공간이 주는
내밀한 즐거움은
그 내용을 느낌 그대로 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밖에 할수 없는
일종의 열락같은것이었다.
바람은 시원하여 청량하기 그지없고
하늘은 손에 맞닿을둣이 가까왔다.
땀에 헝컬어진 머리카락은 그대로 구름에 닿을듯
몸과 마음이 우주를 향해 무한 팽창하는듯 이완되었다.
자유의지의 방전같은 기분이었다.
그것은 인간을 향한 연민이 아니라
자비와 無常을 알지 못하는
세상의 온갖것들에 대한 기도같았다.
내 가슴 속 마지막 찌꺼기인
온갖 사악하고 더러운 것들을 이참에
다 들어내고 싶은 욕망에
큰 소리로 오욕과 칠정을 내뱉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일게하는
그런 공간이었다.
정족산 고도는 700.1m로 기록되어있지만
국토지리원에서 나온 공식 고도는 748.1m이다.
748.1m가 맞다.
문수산과 남암산이 정상석 뒤로 희미하게 보인다.
초록
대기를 더럽힐 한 점 티끌도 없는
무한 자비.
형상의,
덧없는 相에 대한 자비.
공평하고 광대원만한 자비.
천성산 1봉과 2봉 좌측으로 원적산이 삐쭉 선보인다.
구름과 하늘과 바람이 유난히 아름다왔던 정족산 정상
초록의 구릉을 배경으로 바람을 맞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문득 들어왔다.
친절한 모습의 여인이었다.
부드럽게 찢기는 솜사탕같은 구름이 그녀의 얼굴 위에 걸려있었다.
구름은 천천히 대지 위에 무채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구름에 따라 그녀의 얼굴은 살아나고 또 어두워졌다.
나는 한동안 모른 채 바위 저편에 앉아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였다.
티끌만큼의 근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존재의 심연에 위치하는 일종의 不動처럼
기쁨도 슬픔도 없는
만사가 오로지 꿈과 같은 신성한 확신 의존한 채
산을 내려갈 생각조차
아예 접어버린듯했다.
거룩한 조국애
자유란 섹스에 몰두하다
갑지가 돈걱정을 하게되는
어처구니없이 나타나는 생각의 방전같은 것이다.
새로운 정열에 사로잡히기 위해
지금껏 애써 온 열정을 포기하는것,
산정의 평화를 즐기다
느닷없이 애국을 생각하게되는것과 같다.
대성암 방향으로 내려가 대성골을 따라 하산할 예정이었으나
능선길을 따라 산을 질러내려가게 되었다.
빛이 내리는 농담에 따라
초록의 분위기는 일신하였다.
종종걸음으로 달아나는 동료들의 발걸음 뒤로
숲은 가슴과 같이 푸짐한 언어들을 쏟아내었다.
母胎의 숲에
탯줄같은 길이 이어졌다.
멀리 개울물 소리가 바람에 섞여 흘러들었다.
상리천 변에 앉아 잠시 여유를 가져본다.
자유란 때로는 물속처럼 심오하다.
그도 그 심오함을 알까.
아마 느낄 수는 있을것이다.
느낌을 앎으로 표현하는데는
큰 벽이 있다.
하늘도 물도 초록이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
하는 옛 동요가 생각난다.
- 후 기 -
내 삶은 거칠기로 말하자면
짐승과 다를것이 없다.
악기를 연주하는것도
다루기 힘든 면에서 일종의 짐승과 같다.
색소폰을 연주하다
기본음마저 잘 불어지지않을 때
내 마음 속에서 짐승의 동요를 느낀다.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짐승과도 같은 거침.
이것이 자유다.
나는 오늘 자유를 다스리고 추스르며
건강한 모태의 산을 걸어 온 셈이다.
산행 뒤안길에 놓인 깊은 심도의 고요가
다 평화요, 평화를 향한 기도였다.
'마음으로 오르는 산 >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은산-둥지봉 산행후기 12.06.24 162th (0) | 2012.06.25 |
|---|---|
| 괴산 중대봉-문경 대야산 12.06.17 161번째 후기 (0) | 2012.06.12 |
| 고군산 군도 2012.06.03 (0) | 2012.06.04 |
| 고군산 열도를 가다 (0) | 2012.06.04 |
| 속리산 묘봉 12.05.20 158번째 (0) | 2012.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