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촌부락-항석산-산내골-영원사-금천탕-약초시장 장터 국밥
오미자 열매
세상은 한여름의 열기로 가득했다.
상원리 연촌부락은 마치 영화 이끼에 나오는 외딴 부락처럼
이곳에서 터를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도
산을 찾아 오는 방문객도 보이지 않았다.
늙은 할머니의 때에 맞지않은 마당일이 유령처럼 스쳐지나갔다.
한여름의 고요를 극복하며
과실은 충실히 자라고 있었다.
다래와 오미자의 충실한 열매
청년의 잘 달라붙은 고환을 연상시키는 호두
푸른 가시를 몸에 감고 껍질 속에서 알밤을 키우는 밤나무
이제 막 단맛을 품었음직한 아오리.
자연은 오히려 도회의 산단처럼 요란하게 여름을 나고있었다.
온 세상이 징그럽게 커가고 있는것이다.
더위가 느닷없이 땀과 함께 색정을 몰고왔다.
남덕유산에서
금원산과 기백산, 거망산과 황석산의 거대한 두 줄기의 산맥을 이루며
안의면을 향해 산들이 물밀듯 내려온다.
그 사이에 수많은 골짜기를 이루어
산자수명한 안의를 이룬다.
안의의 인심은 이래서 풍요하다.
기백산에서 금원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기백산과 현성산이 이어지는 끄터머리에 보랏빛으로 멀어지는 현성산
산빛이 설핏하다.
얼마나 건강한 국토인가.
세상은 마침내 푸른빛 속에 침몰할 모양인지
사위가 온통 초록 일색이다.
나는 여름산을,여름산의 일방적인 초록을
이처럼 예찬해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오늘 비로소 초록빛 산하의 싱싱한 생명력을 느낀다.
세상이 온통 푸른빛이라면
내 몸 또한 푸른물이 드는것도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고추 잠자리가 돌아왔다
산꼭대기에는 벌써 가을 바람이 분다.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변주곡처럼
느리디 느린 흐름을 느낀다.
세상이 무상함을.
한시도 멈추어 서 있지 않음을.
세상은 음악처럼 느리게 흐른다
머리 위에서 다리 아래로
왼편에서 오른 편으로
안쪽에서 바깥으로
혹은 반대쪽으로도 흐른다
세상은 한시도 멈추어 서는 법이없다
이른 움직임 위에
나는 쪽배를 타고 강을 내려가는 기분으로
흐름에 몸을 맡긴다.
하늘 말나리
드디어 위용을 드러내는 황석산 암봉군
황석산성 입구에서
극락의 멋진 뭉게구름
구름은 애초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아주 없는것은 아니다.
보이지 아니한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보이는것으로 부터 질료의 본성을 짐작하게 된다.
변화 무상함.
일정한 모습을 유지하지 아니함.
사람의 마음 또한 뜬 구름과 무엇이 다르랴.
변화를 담은 하늘과 변화를 담은 마음의 아주 각별한 조우.
마음이 구름 너머의 하늘처럼 맑다.
산성과 남봉 끝의 사나이
누구인가
하늘과 산이 첨예하게 맞닿은 이곳에
정원을 만들 줄 안 그는.
세월의 무상함이
한 때 전란을 대비해 조성한 성벽도
지금은 하늘 아래
단아한 정원
구름꽃 피고
바람이 놀다가는 하늘 정원
때로는 사람이 스스로 다가와
아! 하고 탄성 한번 지르고 가는
하늘 정원.
오택일
구름나그네.넓죽이,등불,오택일
황석산 주봉
황석산성은 남덕유의 육십령에 이르는 길목인 셈이다.
그 만큼 전략적 요충지였다.
애기 맥문동
황석산성과 황석산 주봉
조선군 353명과 민간인 수천을 죽였으니 수고하였다.
일측 기록에는 이와 같이 적혀있다.
이날 죽은 사람들은 목이 베어지고
혹은 코와 귀가 베어져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보내졌다.
지금은 그 어디에도 이 날의 참혹함을 들려주는 흔적은 없다.
바빌론 강가에서 시온을 생각하며 사악한 자들의 침략을을 노래했던
보니엠의 "by the river of Babylon"이 떠올랐다.
세월 흐름이 이렇듯 무심하여
역사를 떠올리면 늘 서글픈 상념만 가득하다.
아! 옛일이여.
피바위에 몸을 날린 꽃같은 생명들이여.
내가 예루살렘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것보다
더 좋아하지 아니한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붙게되리라던
시편의 노래처럼
황석산 산정은 그 어디에 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내게 주었다.
오! 나의 시온 산이여
황석산이여.....
구름나그네
시온 산 위의 예수처럼
구름 나그네를 향하여
여름빛 한줄기가 둥글게 내려온다.
큰 구름의 아우라가 걸려있다.
선한 사람
참으로 선한 사람
그 모습이다.
빼어날 秀 남봉
누룩처럼 포개진 암봉을 하나 더 넘어가보면
날카로운 봉우리 하나가 빼어난 모습으로 하나 더 걸려있다.
그 뒤로 일망무제한 풍경이 펼쳐지고
그 시야의 끝을 지리산 주능선이 가린다.
아슬 아슬한 남봉의 위용
저 멀리 덕유산 산줄기
산들의 파고 끝에 덕유산의 긴 능선이 정성스레 이어진다.
여기서 보니 황석산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더 명확해진다.
이보다 더 충실한 안정감을 주는 풍경이 또 있을까
더 할나위 없이 꽉찬 느낌
오늘의 풍경에 오로지 감사할 따름이다.
멀리 덕유산 주능선
내가 보고있는것을 너도 볼것이다
황석산 정상으로 가는 암벽구간
다정스런 부부
암벽을 오르는것은 산행의 또 하나 재미이다.
저 산봉우리에 오르면 또 어떤 풍경이 나타날까
큰 기대의 힘이 우리를 밀어 올린다.
한여름 햇살을 잔뜩 머금은 바위는
생명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한없이 따사롭고 포근한,
마치 어미의 볼과 같이 은근한 끌림이 바위에서 느껴졌다.
한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물질의 힘
물질에 인성을 부여하는것도 인간의 마음
卽物卽心의 깨닫음이
황석산을 오르며
칼날같은 황석산 공룡 능선
징징 쇳소리를 만들며 매미가 운다.
얼마나 순도 높은 햇살을 견뎌야만 온전한 가을을 만날 수 있을까.
마음이 졸아들어 한종지 천일염을 만들듯
내 마음속 온갖 허영과 가식이 증발하는 기분이다.
소금과 같은 순수함.
내가 산위에 올라 비로소 찾은것이 아닐까.
황석 산성
황석산 산정에 오르니 내려가기가 싫어진다.
하늘 기차
선은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구분을 위한 도구로서의 線이다
삼팔선처럼 선은 세상을 구분한다.
선을 통해 세상은 단절된다.
線의 또 하나의 의미는 전달이다.
하나의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線은 가치를 이어준다.
이 때 선은 전달과 소통의 의미를 지닌다.
황석산 꼭대기로 부터 길게 이어지는 고독한
한 줄 선을 바라보며
내 마음이 어느새 저 線 어디론가에 닿아있음을 느낀다.
그 선의 종착지야말로 희망과 꿈이 아닐까
어득하고 우련한 한줄기 꿈.
나는 그 꿈을 보았다.
한없이 소박한것이기에
꿈으로 지니기에 좋았다.
한 줄기 바람처럼 가벼운 것이기에
뼈와 살이 삭은 후에도
꿈으로 있어 줄것 같았다.
황석산 정상석이 더디어 세조각 났다.
어색한 뿌잉 뿌잉
멀리 가야산까지 조망되는 멋진 원경이다.
一山一喜
한번의 산행이 하나의 기쁨을 준다.
산을 오르는 자는 다 제각의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산을 오르는 의미에 경중이 있을 수 없다.
백두대간의 장엄한 길을 나선자도
한잔 술이 그리워 산을 나서는 자도
다 나름의 기쁨이 있다.
그러나 기쁨을 기쁨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산행이 다 무슨 소용이랴
사진사가 빛을 찾듯
사랑하는 이가 사랑을 찾듯
기쁨을 찾아라.
발아래에 기쁨이 있다.
점식 식사를 하고 북봉으로 오른다
멀리 거북바위가 보인다.
풍경에 넋을 잃고
거북바위 혹은 대포바위에서
공룡의 등줄기 같은 황석산과 뒤의 남봉
높은곳에 올랐다.
북봉 꼭대기에서
산위에 오르자
세상이 일순 팽팽해진다.
물새들이 막 수면을 박차고 오를것처럼
발아래 온갖것들이 긴장되어있다.
한줄 바람이 일파만파가되어
내 몸을 흔든다
우루루
새 떼가 지나는 소리이다
내 몸의 온갖 솔기가 풀어지며
나도 한마리 새가된다.
새에겐 방광이 없다
노폐물이 생기면
바로 몸밖으로 배출해야한다.
배출은 곧 비행이요
새에게 있어서 비행은 곧 삶이 아니겠나.
한없는 욕심과 욕망을
새처럼 마음 바깥으로 버릴 때
나도 새처럼 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비행은 곧 자유다.
산정에서 나는 비로소 자유롭다.
황석산에서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참꿩의 다리
산내골 영원사 입구에서
원추리
칡꽃
만든 구름
- 후 기 -
학인스님이 조주스님께 여쭈었다
"개에게도 佛性이 있습니까?"
"無".
왜 답을 無라고 했을까
중국인이라면 "沒有"라고 답해야하지 않을까.
중국말이 서툰 나는
無와 沒有 사이에 놓인 의미의 간극을 모른다.
하늘에 흰 비닐 하나가
익살스레 걸려있다.
마르셀 뒤샹이 1917년 미국 독립 미술가전에서
남성용 변기를 출품하고 "샘"이라고 제목을 붙였을 때
세상은 미처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그는 개념 미술의 창시자로
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을 놓고 볼 때 그의 예술 세계는 피카소 보다 더 우위에 있다.
내가 하늘에 걸린 저 흰색 비닐 조각에
구름이란 이름을 붙인것도
순전히 뒤상의 영향이다.
뒤상과 나를 연결시킨 이 시대 정신.
더할데 없이 빵빵하게 차오른 내 가슴 속 의심 덩어리를 향해
無字 하나가 화두처럼 가슴을 콕 찌른다.
마음과 물질이 공기와 구름처럼 반전을 거듭한다.
心卽物이라.
하늘에 내 마음 한 조각이 구름처럼 도도하다.
Tchaikovsky
for Cello And Orchestra in A major, Op.33
Pieter Wispelwey, violoncello
1. Moderato quasi andante
Tema. Moderato semp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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