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漢 拏 萬 雪 2014.02.10

poll™ 2014. 2. 11. 15:41

 

 

 

겨울 여정

 

 

 

 

 

漢 拏 萬 雪

 

 

 

 

 

 

2014.02.10

 

 

 

 

 

 

 

 

한라만설

 

 

한라만설이여!

그대는 잘 표현된 고통이다.

 

 

오늘처럼

깊은 근심으로 흐린 날엔

 티없는 고요의 자락으로

별을 거둔다.

 

 

밤을 새운 눈발, 밀물처럼 차오르고

온 세상 고적으로 다 덮어지면

아득한 바다로 나가

겨울을 조상하던 물새

울음 죽여  돌아오고

누군들 길손 아닌 자 있겠는가.

 

 

그대는 스스로 시간인지라

떠나가는 자를 조금 더 늦게 떠나가게하고

돌아오는 자의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

 

 

이미 눈에 잠긴 나무는

더 깊이 눈에 잠길것이고

별들도 날개를 접어 또 어느 애수의 하늘로 질것이다.

 

 

북녘의 바람으로 길게 자란 상고대도,

만조의 바다에서 차갑게 잠을 자던 물고기도

세상은 이미 깊은 겨울이라

슬픔은 슬픔인채

사랑은 사랑인 채로 당분간 남겨질것이다.

 

 

한라 만설이여!

산으로 돌아가 이미 침묵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더 이상 누구도 사랑을 찾지않는다.

그리하여

내가 그대에게 다가가  배를 버렸듯

떠나갈 때 또한

빈것이 되게 해다오.

 

 

작은 망설임에 뒤척이는

 오늘 이 가난한 길에

만선의 바람을 허락해 다오.

 

나는 비로소 잘 표현된 슬픔으로 울게될것이다.

 

 

 

 

  

 

 

 

 

 주차장에서 영실 입구까지는

2km 가까이나 되는 거리다.

 

길이 미끄러워 차량이 통제되는 바람에

주차장에서부터 영시실 입구까지는 부득이 걸어가야만했다.

 

하지만 영업용 택시들은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고 문제없이 오를 수 있었기에

일행은 망설임없이 택시를 탔다.

 

산을 묵묵히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산을 오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산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택시를 타고 산을 오르는것을 이해할 수 없을 터이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왜 저들은 저렇게 쓸모없는 불편을 사서할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래서 나는 진정한 산꾼과는 거리가 멀다.

 

 

 

 

 

 

 

 

 

영실

 

 

 

 

어떤 영혼은 떠나가고

어떤 영혼은 서성인다.

 

신령의 집인 영실 숲,

잘 짜여진 숲은

접근 할수록 깊어지며

묘한 환상을 부른다.

 

 

먼 가지 끝에서 낙하를 기다리던  빛이 천사 가브리엘의 예언처럼

하얗게 내려온다.

 

밤을 새운 기도처럼 뿌연 우윳빛 대기 속에

빛들이 세례를 기다린다.

 

눈발이 작은 정령처럼

떠다닌다.

 

밤을 새워 달려 온 고단한  길을 따라

고단한 몸을 옮긴다.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가시에 목을 찔린 새처럼

혹은  허기진 나그네처럼

 빛에 목마르다.

 

사람들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홀로 남아 산길을 오르는 아내의 고단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일찌기 그녀에게 짐지웠던

수많은 삶의 순간들을 떠올린다.

 

풍경을 두고 홀로 시간이 느려진다.

높고 험한 산들도

삶을 피해 사라졌다.

 

가장 험한 길을 통해 사랑을 증명하는 아내.

구름  저편 근심을 숨긴 바위처럼

  그녀의 걸음이 숙연하다.

 

 

 

 

 

 

 

 

 

 

 

 

 

 

 

 

 

 

 

 

 

 

   떨어지는 동백꽃 대궁처럼

혹은 루오 그림의 굵은 테두리처럼

세상은 단호한 절연으로 침묵한다.

 

사람은 사람대로, 자연은 자연대로 역량껏 저를 숨긴다.

온통 무채인 세상은 뚝하고

꺽어지는 나뭇가지처럼

단절이 명확하다.

문득 홀로 놓인 나를 발견한다.

목이 메인 울먹임처럼

침묵이 처연한 가운데

떠나되

머무를 이유가 없는것처럼 떠나간다.

 

 

 

 

 

 

 

 

 

 

 

 

 

 

 

 

 

물에 젖은 솜처럼 대기는 회색빛 안개로 덮혔다.

안개 너머로 풍경들은

영정 사진의 처연한 모습으로 사라진다.

나는 왜 슬픔을 과장하는가?

고요의 끝에서 떨고 있는

잘 표현된 고통들.

 

이 고통들을 찾아가는것이 결국 겨울산을 찾아가는

묘미일까?

난초를 보듯  나무를 바라본다.

 

 

 

 

 

 

 

 

 

 

 

 

 

 

 

 

 

有餘

 

 

 

 

사랑하고

헤어지는

수많은 반복도,

 

살고 죽는 허무도,

다 고요라.

 

 

이 고요의 끝에

한잎 낙옆처럼

달랑이는

有餘함

 

 

 

그래서 또 사랑을 앓으려나 보다.

 

 

 

 

 

 

 

 

 

 

 

 

 

 

 

 

 

 

 

 

 

 

 

울거나

울지 않거나

삶은 어짜피 극성스러운것이다.

 

 아버지의 또 먼 아버지가

베링을 건너 신대륙으로 나아갔듯

나 또한 신고(辛苦)의 산길을 헤쳐감을 감사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천국의 문이 아무리 좁아도,

저승의 명부가 형벌로 가득 차 있다 해도

나는 내 운명의 지배자요, 내 영혼의 선장인 것을.

 

 

 

 

 

 

 

 

 

 

 

 

 

 

 

 

 

知의 세계는 覺의 세걔와는 다르다.

知의 세계를 눈처럼 덮어버리거나 미련없이 버려 버렸다고 생각되어 질때

비로소 자각을 알리는 근본의 마음이 자라난다..

 

知를 버린다는것은 작위로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知의 쓸모가 하염없이 쓸쓸하고 낯설어질 때

비로소 강한 자각이 다가온다.

 

눈 덮힌 아고산대의 초입에 들어서며

空에 가까운 새로운 기쁨이

하얗게 생겨났다.

 

바람이 바람을 깨트리며 기뻐한다.

점점 작아지는 슬픔에 손을 흔들었다.

 

 

 

 

 

 

 

 

하얗게 눈덮힌 선작지왓

 

 

 

눈감고 눈내리는 모슬포를 떠올린다

세상은 아무른 장식도 필요없는 질소한 모습 그대로다.

유혹이 없는 가운데 차가운 관능이 눈 속에서 꿈틀거린다.

애욕이 금지된 선작지왓의 관념적 아름다움이

횃불처럼 광휘를 발한다.

얼음의 빛이 삼투한다.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의 궁극에서 허무의 규범을 낳는다

별처럼  無明에 침잠하여

사물이 색을 잃는다.

숨이 멎을듯 눈바람이 분다.

 

 

 

 

 

 

 

 

 

 

 

 

 

 

 

 

 

 

 

 

 

 

 

 

 

눈의 벌판을 걸어가는 동안

유난히 긴 내 속 눈섶에 우담바라처럼 눈꽃이 피었다.

함께간 일행들이 너나없이 내 얼굴에

사진기를 코 앞까지 갖다대어 사진을 찍는다.

체념하듯 렌즈를 바라본다.

사진에 담긴

내 모습이 궁금해 보이기는 처음이다.

 

 

 

 

 

 

 

 

 

선작지왓

 

 

 

선작지왓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영남동. 한라산 영실기암 상부에서 윗세오름에 이르는

해발 1,600-1,700m에 있는 고산평원 초원지대로서,

선작지왓은 제주방언으로 신선이 살았던 자갈과 돌이 많은 넓은 들판이란 뜻인데,

 선은 서 있다작지는 작은 돌을 일컫는 말왓은 제주사투리로 벌판을 뜻한다.

전설로는 오백나한을 아들로 둔 설문대 할망이 가꾼 정원이라고 한다.

 

 

 

 

 

 

 

 

 

 

구름에 가려졌던 한라산의 남벽이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영락없는 한라봉의 꼭지 그대로의 모습이다.

 

대피소는 이미 밀려든 인파로 만원이어서

일행들은 눈 밭에 모여 점심을 먹었다.

넘어가지 않는 밥을 커피에 말아먹었다.

 나의 이상한 식사 행각을 별스럽다는듯 사람들이 바라본다.

산꾼들에게는 식사의 정해진 관념이 없다.

배고프면 먹는

공복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윗세오름이란

한라산 위쪽 세오름이란 뜻으로

선작지왓 평원을 중심으로 불은오름, 누운오름, 족은 오름 세봉우리를 말한다

 

 

 

 

 

 

 

 

 

 

걸어라 쉬운 믿음으로.

 

 

 

 

폭설로 막혀버린 돈네코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사람들이 걷기 시작한다.

제주도 등산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것 같은 한라산의 로체,

남벽!

걸어라,쉬운 믿음으로.

 

걷다가 허물어진다해도 그 뿐

삶이란 어짜피 그런것 아니냐.

 

건너야 할 세상 모두 건너가면

 또 어떤 근심을 만들어 배를 띄우랴!

 

 생애의 뒤로 남을 온갖 잔해,

한 때 희망이라 믿었던

망가진 꿈들이여,

안녕!

 

그 불안의 발자국 모두 잊고

쉬운 믿음으로 떠나가라.

 

 

 

 

 

 

 

 

 

 

 

 

 

 

 

 

 

 

 

 

 

 

 

걷는 이들에게는 그냥 제자리에 서 있는것들 조차

모두 흘러가는것이 되고맙니다.

 

걸음을 멈추자

흐르는 것은 흐르는 대로 그냥 흐르고

멈추어 선것들은 더 갈 곳없다는듯이 붙박이가 됩니다.

 

유려한 오름의 선들이

수유를 위해 드러낸 어미의 가슴처럼 따뜻합니다.

 

세상을 하직하는 마지막 웃음처럼 사람들이 떠다닙니다.

불현듯 바람이 불어 심술맞게 산의 선묘를 지웁니다.

 

 

 

 

 

 

 

 

 

종이

 

 

  

쓸쓸한 것이구나
사랑이 없다는것은.

 

 


이런 쓸쓸함을 위해
나는
종이를 버리듯 

눈을 날린다.

 

 

 

 

 

 

 

 

 

 

 

 

세상은 사산한 아이처럼 허무하고

떨어지지 않는 연인처럼 끈적인다.

 

버려진 채 방황하는

세상의 모든것은 아름답다.

 

바늘처럼 뾰족한 쓸쓸함이

내면의 고독을 자극한다.

 

속절없는 바람이 과거를 덜썩거려도

나는 또 미라처럼 사랑을 얼려둘 모양이다.

 

말라버린 사랑에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

 나는 현실에 붙박혀

마른 蓮대처럼 살것이다.

 

 

 

 

 

 

 

 

 

 

 

 

 

 

 

 

 

 

 

 

 

의심하지 말고 길을 가야지

부처의 길을 걷듯 가야지.

 

죽은것을 조상하는 마음으로 길을 가야지

가장 맑은 슬픔의 길을 가야지.

 

가야지

가야지

길 아닌 길마저 가야지.

 

 

 

 

 

 

 

 

 

 

 

 

아무런 의심없이 걸어가는 긴 행열이 보인다.

白漁의 비늘처럼

하얀 고요 위에 사람들이 반짝인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모든것들은 이렇게 처연한 아름다움을 만든다.

행인들의 머리에도 하얗게 비늘이 인다.

희고 눈부신 빛이다.

밤사이에 희다고 이름붙은 모든것들이

한라산을 조상한 탓인지

하얀 산록의 바람이 연신 나그네의 마음을 씻어낸다.

정화된 세상이다.

희디흰 고요 속에 의심이 명멸한다.

 

 

 

 

 

 

 

 

 

 

 

빛난다

사람의 강물이,

나무들의 강물이

희고 눈부시게 빛난다.

 

 

떠나간다

낡은 배처럼 떠나간다

사람들의 배가,

나무들의 배가.

 

 

 

 

 

 

 

 

 

 

 

 

 

 

 

 

 

 

구상나무 사이로 한라산이

작별하는 이의 보조개처럼 고개를 숙인다.

쓸쓸한 웃음의 작별이다.

 

길은 소리를 죽이며  재빨리 멀어졌다.

세상을 처음 본 사람의 공허가

느껴졌다

눈덮힌 한라산을  한번 본것으로

세상의 모든 산을

한꺼번에 알아버린듯한 거룩한 느낌이 들었다.

 

 

 

 

 

 

 

 

 

 

죽어가는 이의 平交한 말투처럼

이윽고 산이 모습을 낮추어 사라진다.

 

 

산과 나무가 고독한 교훈이 되어

눈 속에 피어난 고혹한 한란처럼

오롯하다.

 

산을 아무리 편력했다하여도

산으로 부터 삶의 답을 들을 수 없는 법

나는 물음을 구하듯

산에 답했다.

 

法의 이름으로 모든 존재는 사라지는가.

그러므로 덧없다는것일까

덧없음을 사랑해야 하는것일까

 

 

깊은 눈 속에 마음을 해찰한 관념어들이  어지럽다.

 

 

 

 

 

 

 

 

 

 

 

 

 

 

 

 

 

가라

 

늙은 나무가 알고 있는 그 곳

 

길이 가르키는 그 곳

 

바람이 알고 있는 그 곳

 

 

 

 

 

 

 

 

 

넓은 벌 저쪽으로

상처가 토해 낸 고름처럼 나무들은 사력을 다해 생을 지탱하고 있었다

 

극락의 뭉게 구름처럼 나무는 구름을 이루어

거친 描法으로 세상을 장엄한다.

 

자연의 모든것이 제 나름의 방식으로 삶의 절정에서 빛났다.

설원을 말없이 걸어가는 자도

겨울 밤을 차가운 눈으로 현시한 산야도.

모든것을 덮어 감춘 포용도...

 

한 자리에서 명멸을 거듭하는

모든 순환

왕복무제의 순환이 눈 앞에 장엄하게 펼쳐진다.

 

動靜이 하나인 가운데

有餘한 여백의 아름다움이

言思를 막은 채

세상을 또 장엄한다.

 

적요의 세계

그대로 화엄의 세계다.

 

 

 

 

 

 

 

 

 

 

 

 

 

 

 

 

 

 

 

 

 

 

 

현실의 궁핍성을 현실이 모르듯

걸음의 궁벽을 정작 자신은 모른다

발걸음이 무겁다.

 

세상을 생각없이 살고 싶다는 막연한 욕망은

相을 여읜 순진함을 갈망한다는 뜻일까

 

자연과 넋을 교류하며

세상에 박힌 한낱 돌처럼 나를 내버려 둘 때

나는 얼마나 아이같을까.

 

 

흰 백지와 같은 길을 걷다보면

생각이 걷히고

마음의 여백이 마당처럼 넓어진다.

그 마당에

새가 앉고

나무가 자라나고

바람이 머물다 간다.

 

그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또 빈 마당

그런 깊은 마당의 마음을 갖고 싶다.

 

스스로 쌓였다

스스로 비워지는 마당처럼

그렇게 자정되는 마음을 갖고 싶다.

 

 

 

 

 

 

 

 

 

 

 

 

 

 

 

 

 

 

소리에 뼈가 있다면

그것은 침묵일것입니다.

 

사랑에 뼈가 있다면

그것은 기다림이 있기 때문일것입니다.

 

그 긴 침묵으로 우리는 더 깊은 소리를 청음하고

그 긴 숙려의 시간을 통해

비로소 사랑을 찾게됩니다.

 

 

 

 

 

 

 

 

 

 

 

 

 

 

 

 

세상을 홀로 조상하듯

나무는 쓰러져 갔지만

나는 아직 설익은 열매일 뿐이다.

 

황밀의 촛대를 들고

 조심스레 길을 내려간다.

 

세상은 월귤처럼

노란 따뜻함으로 빛나고

 

바람에 촛불이 너울거리듯

 마음은 익지 않은 채 덜뜬다

 

회백의 눈보라가

세상을 떠민다.

 

 

바람은 머무름 없이 머물렀고

늘 새로운 처녀처럼 싱그러웠다

 

 

 

 

 

 

 

 

 

 

 

 

 

 

 

 

노루샘에 이르는 비교적 긴 길을 쩔뚝거리며

내려가면서도  몸은 마치 아주 먼길을 날아가는

철새의 날개처럼 생기가 돋았다.

 

절망을 딛고 일어선 사람과 같은

혹은 선혈이 멈추며 돋아난 새살과 같은 생기였다.

 

어린 아이들이 서로 다투듯

풍경은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사람과 나무가 만든 풍경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의지로 지탱하는듯한 위대한 조화.

나는 외로운 나무 아래에 서서

사람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수많은 의지의 작업들이 실패를 거듭한 채 사라졌다.

 

산천어를 건져 올리듯

풍경을 건져 올렸다.

나로써는 긴 싸움이었다.

 

 

 

 

 

 

 

오욕에서 벗어나기 힘들듯

눈 덮힌 산중을 벗어나기 또한 힘들다

 

가도 가도 눈이다.

거칠 줄 알았던 눈이

작은 싸락눈이되어 새삼 흩날린다.

걸음이 빨라진다.

 

더 이상 무엇을 말하겠는가

이미 說하는 이가 눈 앞에 있는데....

 

나는 내게 던져지는 무수한 말들을 뒤로 한 채

황급히 산을 내려갔다.

 

다친 무릎이 아려왔다.

다시는 산을 오르지 못할것 같은 절박함이 느껴졌으나

그 고민은 고통의 고민이 아니라

고통을 극복할 방법에대한 고민이었다.

 

바람에 섞여 날리는 이미 늙어버린 이의 해소같은 고민이었고

오랜 나무의 옹이를 향해 내뱉는

風呪처럼 덧없는 고민이었다.

 

 

 

 

 

 

 

 

 

 

 

 

 

 

 

 

 

 

 

 

 

 

 

 

 

 

 

 

 

 

 

 

 

 

한 알의 극약을 삼킨듯

나는 산의 오장을 뚫고 내려왔다.

 

모든 장기가 희게 물들듯

마침내 나도 하얗게 물들었다.

 

어리목 숲에 접어들자

눈은 수직을 비웃듯 비틀거렸다.

 

수없이 쏟아지는 비틀거림이

아직 남아있는 마음의 모난 구석을  어루만졌다.

 

남녀가 한번의 정사로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이루듯

한번의 어루만짐으로

내 모든 묵은 죄는 구원받았다.

 

 

 

 

 

 

 

 

 

 

세상을 장엄하는 아름다움은

한 송이의 꽃만으로,

한 군데의 풍경만으로,

한 여인의 얼굴과

한 남자의 몸으로만 이루어 지는것이 아니다.

 

세상을 이루는

촘촘하기 이를데 없는

온갖 이름없는 미물들도

다 세상을 장엄하는 주인이다.

 

내가 흘린 땀과

내가 남긴 발자욱과

허망한 언어조차

다 세상을 장엄하는

화엄장구이다.

 

 

 

 

 

 

 

 

 

 

 

긴 산길을 내려오며

 

 

 

산처럼,혹은 바다처럼

사람도 사실은 다 큰것이란다.

한 알의 모래도

미진 조차도

다 하늘처럼

우주처럼 큰것이란다.

니가 만들어진 시간을 생각해보렴

모래가 만들어진 시간을 생각해보렴

얼마나  크고 오랜것인지를...

 

 

 

 

 

 

 

 

 

 

 

 

 

- 후 기-

 

 

산은

 어른이 되기를 갈망하는

어린아이처럼

 멀고 깊으며

 

 

나는

가까와 지는 사이에 이미

저물어버린 서산의 해와 같다.

 

 

삶은

오르기 위해 내려오는 모순.

오늘 그것을 증명하였기에

잠시 삶을 버려두어도 좋다

 

 

 

 

-에필로그-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중에서

 

Erstarrung(Numbness)-동결 얼어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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