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사에 놀러 가던 날
차가운 할맘네 바람이 짖굳게도 불어와
추위에 오돌거릴 꽃걱정을 다 하였습니다.
하지만 철이 일러
동백꽃은 미처 피지 않았고
영롱한 이슬처럼 조롱거리는
어여쁜 꽃망울만 보고 왔습니다.
만개한 동백숲은 보지 못하였지만,
툭툭 빗물처럼 떨어지는
그 서글픈 석별은 보지 못하였지만
꽃없는 선운사 뒤란에 홀로 서서
목이 쉰 바람소리 한자락
고요히 듣고 왔습니다.
송악
-펌-
송악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덩굴식물로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암석 또는 다른 나무 위에 붙어 자란다. 잎은 광택이 있는
진한 녹색이고 꽃은 10월에 녹색으로 피며, 열매는 다음해 5월에 둥글고 검게 익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남해안 및 섬지방의 숲속에서 주로자란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으나 크기로 보아 적어도 수 백년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고창 삼인리 송악은 그 크기가 보기 드물 정도로 크고,
고창 삼인리는 송악이 내륙에서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에 가까우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은행나무 유주
-펌-
'유주는 우리나라 은행나무에서는 흔하지 않으나 일본의 은행나무에서는 아주 흔하고 그 발달도 현저하다.
모양새가 젖 모양이면서 기둥처럼 생겼다하여 유주란 이름이 생겼고
일본에서는 젖이 잘 나지 않은 아낙이 치성을 하는 대상이라고도 한다.
문묘 은행나무의 유주는 젖 모양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남성의 심벌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다.
은행나무에만 있는 유주의 정체는 무엇인가?
천년의 삶을 간단히 이루어내는 은행나무의 또 하나의 신비이다.
유주는 적어도 수 백년이 된 굵은 가지에서 생기는데 위치는 줄기와 그렇게 멀지 않은 가지의 아래쪽이다.
이름에서의 느낌은 당연히 암나무에서 생겨야 하는데 유주는 주로 수나무에서 생긴다.
유주는 가지가 나올 곳이 아닌데 우발적으로 눈이 생겨 자라다가 중단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세포 속에 많은 전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나이 많은 은행나무의 '비상식량 주머니'라고 할 수 있다.
거석문화의 상징인 고인돌
.
고창 지역은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 볼수 없는
대규모의 고인돌군의 집락지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고창 지역 외에 화순과 강화지역의 고인돌도 유명한데
형태나 구조면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고인돌은 사실 신석기나 청동기시대의 무덤이다.
거석문화로 상징되는
우리 선조들의 독특한 삶의 양식을 생생히 접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을것같다.
미당 시비
선운사 동구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부산 사람이 영도산 공원이나 태종대를 잘 찾지 않듯
고창 사람들인들 동백 보러 선운사를 찾지는 않을것이다.
시 제목도 선운사 동구이다.
호기심 삼아 선운사 동구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해묵은 동백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것은
다 조경으로 심어놓은 얼치기 동백 뿐이다.
동백꽃을 핑계로 선운사 동구에 막걸리 한사발 걸치러 갔다가
주막집 여인도,꽃도 심드렁한 가운데
별 재미 보지 못하고 돌아 온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나야말로 그랬다.
뚝뚝 떨어진 핏빛 동백꽃 꽃대궁을 기대하고 선운사를 찾았다가
동백꽃은 고사하고
김파래처럼 늘어진
아쉬움 한종자 마시고 왔다.
11:01
선운사 동구
선운사 동구에는 육자배기 들려주는 주막집 여자도
동백꽃도 없었다.
개화를 시샘하는 싸늘한 바람이
물결을 부추기며 불어온다.
춥다.
내 마음에 봄이 먼데
산중의 봄인들 오죽할까.
빛을 지워버리자
봄의 몰골이 드러났다.
봄을 X-ray로 잡아 본 기분이었다.
도솔천
산으로가는 일행들을 먼저보내고 도솔천 따라 선운사에 이른다.
물빛에는 봄이 선연하다.
의외로 한적하다
낮은 저기압의 하늘이 세상을 에워싼 탓일까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선운사 천왕문
진흥왕이 왕위를 버린날
삼존 불을 가르고 나오는 꿈을 꾼 기념으로 선운사를
세웠다는 설과
백제 승려 검단이 557년 세웠다는 설이있지만
조선 후기의 사료에는
진흥왕이 세우고 검단이 중건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유독 굴피로 만든 위태한 집한 채와 늙은 나무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김정희의 세한도가 느껴질 정도로
질박하고 단아한 풍경이다.
사심이나 욕심이 없는
소박한 욕망의 원형같은 배치이다.
고요를 향한 이끌림
아침에 산사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잘 비질된 정갈한 마당 위에
세상 만법이 떨어져 내려도
법은 법으로 적멸할 뿐이다.
시간의 아들인 봄이
계절을 시샘하는 가운데
산수유꽃은 그냥 아무렇게나 꽃망을을 터뜨리고 말았다.
선운사 동백은 겨울이 아니라 봅에 피는 까닭으로
춘백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어린 아이의 눈망울처럼
올망 졸망 꽃망울을 단 동백 나무를
한참 들여다 본다.
세상을 裝具하는 화엄이
꽃 속에도 있다.
산수유
동백이 나를 보던,
내가 동백을 보던
무슨 소용인가.
여자가 보면 여심이 되고
맘없이 보면 무심이 되는 경지.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경지가 그러하니
꽃 하나에 만 법이 닿아있음을 알겠다.
절집과 나무
동백을 향한 여심
때가 되어야 여자가 되듯
때가 되어야 봄이 완성된다.
이 긴 성숙의 시간이야말로
소망이다.
결국 소망과 기다림이란
같은 언어인것이다.
기다림이란
소리없이 다가오는것이 아니라
꽃처럼 뜨겁게
바람처럼 차갑게 다가오는것이다.
그것이 확신에찬 소망이었기에
꽃을 보는 마음이 예사롭지 않다.
혁명전야의 전율처럼
꽃잎 벙그는 매무새에 일전의 긴장이 느껴진다.
세상은 파르라니 떨고
황금의 보주를 입에 문 꽃은
견고한 세상의 비상구와 같다.
즉물 즉심의 빈틈없는 마음이
꽃잎 끝에 오롯하다.
오! 비로자나의 세상의여...
동백은 철이 이르고
사랑은 너무 익은 탓이라
그 무엇도 마음을 불지르지 못한 까닭에
심심한 마음
가눌길이 없다
시간이 기름에 미끌리듯
나무를 스쳐 지나간다.
지나가는것이 아니라
아주 끌고 갈 모양이다.
거짓도
진실도
씻길만큼 씻기면
저 모습으로 남으리.
세상의 허위
다 벗겨내고
수의 한벌 입으면
비로소 본 모습이듯
늙고 낡으니
비로소 아름답구나.
아! 오색의 무위여.
물이 풀리고
도솔산 텃새의 울음이
툭툭 튿어진다.
눈덮힌 겨울산의
시린 살결을 탐했던 내가
졸음처럼 밀려오는 물소리를
들어며 걸음을 멈춘다.
無生이 생을 얻어 부활한다
발아래 봄꽃이 매섭게 피어든다
봄이다.
선운사
희뿌연 안개 걷히고
바람이 잦아들 때
사랑을 놓친 열차 하나가 지나갔다.
상처를 대신한 글들이 남았지만
글들은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했다.
그 누구도 다시 사랑한 사람은 없었다.
떠나간 사람은 떠나간 대로
남은 사람은 남은대로
홑이불처럼 뒹굴다
제빨리 세월의 저편으로 던져졌다.
그러다 또 새삼 사랑이 그리워지면
선운사 골짜기로 스며들어
붉은 동백꽃처럼 울었다.
길고
흐느지게 울었다.
오랜 세월 뒤 찾아 온 곳도 아닌데
마치 꼭 그런것 같다.
근심이 흐르지 않는 그림자처럼
마음을 붙든다.
사람이 없다는것은
사랑할 사람이 없다는것
사랑할 방법도
사랑할 사람도 다 떠나버렸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니
내 사랑은 이제 통섭이 되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이제 생을 정리하듯
헤맴을 접고
비로소
자기를 찾았다.
도솔천 바닥이 검게 보이는것은
주변 나무들에서 떨어진 도토리나 밥으로부터 나온 탄닌 성분 때문이다
그래서 물빛이 마치 탄광촌의 물빛처럼 검다.
도솔암
도솔천 내원궁 입구
-펌-
도솔천(兜率天)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세계의 중심은 수미산이며,
그 꼭대기에서 12만 유순 위에 도솔천이 있다고 한다.
유순이란 고대 인도의 거리 단위로 소달구지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대략 11~15㎞라는 설이 있다.
도솔천은 육계(六界) 육천(六天) 가운데 제4천으로 미륵보살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도솔천에는 내원과 외원이 있는데, 내원은 미륵보살의 정토이며 외원은 천계 대중이 환락하는 장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솔암 마애불 보물 1200호
미륵부처님으로 추정되는 이 마애불은
고려시대 때 조각된것으로 추정된다.
명치끝에는 검단선사가 쓴 비결록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조선말 전라도 감찰사 이서구가 이 감실을 열자 천둥 벼락이 일어
그 자리에서 그대로 닫았다는데
그 책 첫머리에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본다라고 쓰있었다고 한다.
1982년 8월 어느날 동학 정읍 접주인 손화중이
민중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비기가 필요하며
지금이 이 비기를 열어볼 적기라 결의하였다.
이에 동학 교도 300여명이 도솔암으로 올라가 청죽과 새끼줄을 이용해
이 비기를 꺼내었다.
비기에는 500년 후 비기를 꺼내는 자가 있을것이며
이 비기가 열리면 나라가 망하고 그 후 새로운 나라가 서서 흥하게 될것이라고 씌여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동학교도가 비기를 입수했다는 소문에 인근 고을로 부터 동학도가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미륵신앙과 동학의 사상적, 실천적 합류가 새로운 혁명의 불씨를 만든것이다.
실제 미륵보살의 비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려진바 없지만
미륵신앙과 동학이라는 사상적 실천적 함류에는
억압받던 농민들에게 이상세계를 실현하고자하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었던것은 분명하다.
미륵불이 사신다는 도솔천 내원궁
천마봉
천마봉 오르는 계단
도솔천 내원궁에 올라 천마봉을 바라보다
이왕지사 여기까지 왔으니
무릎이 두조각 나는 일이 있더라도
천마봉,낙조대에 올라보기로 했다.
오르는 길은 비교적 순탄했다
무릎이 아팠어도 참을만한 고통이었다.
아주 통증에는 이력이 난 몸이 아닌가.
계단을 오르다 돌아본 도솔암 쪽 풍경은
경이 그 자체였다.
어찌 저리 절묘한 위치에 절집을 지을 상상을 하였을까
내원궁을 이고있는 바위가
수미산 그 자체였다.
도솔천 내원궁의 원경
배맨바위
낙조대
도솔암 원경 유감
뿌연 대기 속에 잠긴 풍경이 몹시 아쉽다
아무리 조리개를 조절해도
마치 장마뒤 황토물빛처럼 풍경이 맑지 못하다.
서운함이야 어쩌랴.
질투가 사랑의 힘이되듯
아쉬움은 삶의 희망이다.
아마 다음에 또 다시 선운산을 찾게된다면
오늘의 이 아쉬움 탓이리라.
그러므로
산꾼들은 날씨를 좀처럼 탓하지 않는다.
그 아쉬움이 지니는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때문이다.
사자바위
사자봉 이름 그대로
사자후를 토할것 같은 용맹스런 바위다
사자를 본적이 없는 옛사람이 가진 사자의 이미지는
어떤것일까
절대적인것,
권위적인것
그런것이 아닐까
장사송
수령 600년이된 반송이다
盤松이라 함은 수관이 넓게 퍼져 쟁반처럼 보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흥굴 입구에 있다.
장사송의 장사는 이곳의 옛지명이다.
진흥굴 옆에 있다하여 진흥송이라고도 불린다.
진흥굴
도솔암 가는 길에 천연 바위굴인 진흥굴을 만난다.
대장금 촬영지라 한다.
불교에 심취한 진흥왕이 이 곳에서 수도하였다고 전해지는데
미륵삼존이 바위를 가르고 나와 왕에게 다가오는 꿈을 꾸었다하여
열석굴이라고도 한다.
봄길을 걸으며
제몸에 죽비를 치듯 깨어나
마침내 스르르
세상을 관통하는 봄이여!
네 처음을 바친 순결한 신음으로
숲을 노래하렴...
노루귀
아직 제 모습을 만들지 못한 노루귀가
조릿대 사이에 쫑긋 모습을 드러낸다.
봄소식을 듣는 대지의 작은 귀.
봄의 전령.
범상의 세계에 주목하여
가능성,의외성
나아가 보편을 아우르는 가치를 찾아내는것이
예술이다.
사진가의 눈은 더욱 그렇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본래의 아름다움이다.
세상 만물이 본래부터 지닌 아름다움인 것이다.
일상이란 이름으로 주목받지 못한 세계로부터 가능성을 찾는다는것은
만물을 관통하는 법성을
찾아내는 일과 유사하다.
세상은 보기보다 아름답다.
어쩌면 더 아름다울것이다.
하늘을 찍다가
사진을 찍다보면 문득
한 대상에 집중할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한 구체적 이미지가 얼른 떠오르지 않으면
몇번이나 구도를 바꿔가며 풍경을 촬영하게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내가 상상한 이미지와 엇비슷한 풍경들이
스믈거리며 나타나게되고
나는 마침내 촬영을 멈춘다.
촬영을 멈춘다는것이 꼭 내가 추구한 이미지의 결정판은 아니다.
기분 좋은것은 뜻하지 않는 이미지를 얻었을 때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더물다.
대개의 경우 촬영을 멈추는것은 자포자기에 가깝다.
목구멍에 박힌 가시처럼
슬픔이 차오른다.
한잔 술이 간절할 무렵
문자가 날아들었다.
봄빛은 지워버린 문자처럼 허무하고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올것을
간절히 기다리는것이
봄이다.
사랑이다.
그래서 봄은
허구요
꿈이요
그림자다.
- 후 기-
너를 안고
안심시키듯,
너무 과하지 않는
몸짓으로
너를 풀어주듯,
달콤하지 않는 애무로
속삭임으로
너를 달래듯,
봄 속에 놀다 왔다.
Hymn 빌 더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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