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다시 오른 함백산

poll™ 2011. 1. 10. 18:20

 

 

 

 

 

 

 

 

 

 

 사무치게

아주 사무치게.

 

그리움이게

아주 사무치는 그리움이게.

 

고요한 숲

 

-만항재-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2번을 떠올리는 파란 하늘에

솟대가 겸연쩍은 눈물처럼 걸려있다.

 

그 눈물을 위해

나는 파란 하늘을 열어 둔다.

 

또 다른 기러기가 날아와 앉는다.

 

그리움이 쌓여가는 방식이다.

 

 

 

 

 

 

 

 

 

 

 

 

 

 

 

 

 

 

 

 

 

 

 

 

 

 

함백산 들머리 만항재에

이처럼 아름다운 숲이 있다는것은 산을 찾는 이들에겐 축복이다.

 

여기 빈 의자에 앉으면 숲 저편 어딘가에서

뚜~~하고 혼이나 클라리넷의 목가적인 선율이 흘러 나올것만같다.

 

흰 눈이 만들어 내는

신비스런 포근함.

 

끝없이 멀어 보이는 겨울 숲에서

이 처럼 큰 아늑함이 잠들어 있을 줄이야.

 

저 숲 속에 누워

흰눈 앉은 낙엽송 우듬지에 걸린

파란  센티멘탈의 하늘을 원없이 바라보고 싶다. 

 

 

 

 

 

 

 

 

 

 

 

 

 

 

 

 

 

 

 

 

 

 

함백산 태백산 계방산등은

겨울 눈산행에 특히 인기있는 산이라

겨울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여든다.

 

그래서 어느 산이나

버스를 댈 수 없을 만큼 붐빈다.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오르듯 느릿 느릿한 산행.

혼잡함이 명산을 찾는 이의 기회비용이지만

느린 산행을 즐기는 나로서는

그리 나쁜 조건도 아니다.

 

 

 

 

 

함백산은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이 연상될만큼

무덤덤한 산세이다.

이미지가 그렇다는 말이다.

기괴스럽다는 뜻이 아니다.

 

광대원만한 반야의 지혜를 담아 놓은것 같기도하고

참젖이 오롯이 찬 모성을 느끼게도 한다.

 

인생사를 설하는 산상수훈이요

탐진치의 불꽃을 사그라들게하는 시현경이요 법화경이다.

 

떠나도 그만인 여인의 뒤모습이요,

나를 용서할 포용의 파도이다.

 

 

 

 

 

 

 

 

 

 

 

 

 

 

 

 

 

 

 

 

 

 

 

한무더기의 인간 군상들이 정상석을 차지하기위해 안간힘이다.

정상석에서 사진을 못찍어 저리 안달하는 모습은 산꾼으로서는 지양해야할 자세이다.

극악스런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다.

 

왜 끝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하는가.

 

진딧물처럼 다닥 다닥 붙어있는 저 혼란스런 모습보다는

허망한 욕심을 피해

 광대한 자연을 향해 눈을 돌리는 것이 훨씬 더 산을 사랑하는 이의 자세다.

 

 

 

 

 

의외로 따사로운 겨울 햇살아래 

 함백산 산정을 오르며

사실 전에 느껴 본바 있는 동해의 칼바람이 간절했다.

 

매봉 너머 불어오는 그 시린 바람은

함백산 산행의 덤이다.

 

입에 달짝하게 들어붙는 간장맛 위에

톡 쏘는 와사비의 알싸한 맛이 더해져야

생선의 살맛이 살아나듯

함백산 바람은 도시화에 퇴락한 내 감성의 잠을 흔들어 깨운다.

 

곰삭은 홍어의 쏘는 맛처럼

바람의 가시는 억세고 아리하다.

 

돈오돈수의 깨닫음처럼

일시에 혼불이 확 살아난다.

 

 

 

 

 

나는 이런 명징한 눈으로 산을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산의 외형이 기하학적인 단순함을 넘어

분명하고 순수하게 다가온다.

 

 나는 산과 나의 이런 순수하고 명백한 관계항 위에

내 감각의 무한 팽창을 준비한다.

 

무더기의 바람이 가슴에 쌓일수록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이 폐부를 파고 들수록

나의 희열은 가벼워진다.

 

산정에 올라 금강도의 된 바람을 맞으며

삶의 덤으로서의 쾌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문득 손을 뻗어 머리 위의 바람을 한웅큼 쥐어 본다.

곧 손끝이 얼음을 쥐고있는것 처럼 아파 온다. 

과연 태백의 바람이다.

 

 

 

 

 

 

 

 

 

 

 

 

 

 

 

 

면도로

묵은 어제의 얼굴을 지우듯

바람으로

새벽녘의 백일몽을 지운다.

 

그러고는

나는 함백산 주목처럼 제멋대로인 채

꽃도 피우지 못하고

잎도 떨구지 않은 채

사람이되 영 다른 사람이 되어 오기있게 여기서 살아 볼까.

 

모든 무거운것이 검은 색이듯

내 흑백의 꿈도 궁극적으로 죽음으로 향한다.

 

끝없이 제멋대로 꼬불 꼬불 꼬여만 가는 삶.

그래 좋다.

마음대로 해라

사실 나는 가진것도 없다.

 

매일 새로운 낯으로 하루를 대한다해도

나는 도무지 그냥 늙어갈 뿐이다.

 

함백산 고사목처럼

천년을 늙어 죽을 몸숨도 아닌데

나는 아마 처음부터 새까맣게 죽어있었나보다.

 

 

 

 

 

 

 

 

 

 

 

 

 

 

 

 세상을 욕망의 불꽃이라 하는데

내가 바라보는 저 순백의 산하도 결국 감각의 불꽃에 불과한 걸까.

 

三界火宅이 오직 불인 세계에서

모든 화마를 한번에 식혀 줄 순백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순간 오직 한순간 만이라도

마음의 불을 가라앉힐 안식을 얻는다면

이것으로도 이번 산행은 만족스러운게 아닌가.

 

탐욕을 떠나보내고

분노를 떠나 보내고

세상을 등진 어리석음을 다 떠나보내고...

 

함백산 정상은 이렇게 다 떠나가는것들의 향연이다.

 

 

 

 

 

 

 

 

 

 

 

 

매봉산 천의봉 위의 바람개비는 늘 내 마음을 설레게한다.

 

매봉산에서 태백산 화방재에 이르는 구간은

백두대간 구간이다.

 

대간 능선 어느 길인들 마음 한 구석 들뜨게하지 않는 곳이 있겠냐만은

나는 특히 이 능선 구간을 사랑한다.

 

한편의 노스텔지아와도 같은 길

현을 위한 지극한 바람이 느껴지는 길

바람소리가 다 그리움 길.

 

 

 

 

 

 

 

 

 

 

 

 

 

 

 

 산을 오르되

한번 가면 다시 못 볼 풋사랑처럼

그렇게 오르지는 마라.

 

새들이 가벼이 하늘을 나는것 같아도

눈들이 가벼이 하늘을 오르는것 같아도

쇠처럼 진중한  삶 다 이기고 있다.

 

 

 

 

 

 

 

 

 

 

 

 

 

 

 

 

중함백에서의 인산인해

 

 

 

 

 

 

 

금대봉 은대봉  봉우리를 바라 보니 

가까이에서도

멀리에서도 그리움은 마찬가지다.

 

풍경에 그리움을 지운다면

그게 무슨 풍경이랴.

 

눈이 내려 온통 하얗게 세상은 빛나는데

그 빛난다는것이 그리움의 옷인듯 하다.

 

 

 

 

 

 

 

 

 

 

 

 

 

 

-후  기- 

 

 

박서보의 묘법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산행을 마친다.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백설이 쓸어내렸는지

아니면 공허를 눈밭에 묻어두고 와서인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내 삶의 덤으로 얻은것 같은 오늘 하루.

비록 덤이긴 하지만

눈밭 위의 발자국처럼

선명한 인상의 덤이다.

 

 

 

 


 

1. Alle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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