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가 가까와 졌다.
황령산 터널지나 광안대교 한번 타면 해운대인것처럼
그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늘 염두에 두고도 못가 본 가라산 노자산 종주길을
거가 대교 개통을 기념삼아 걸어 보기로 했다.
10시 17분 산행 시작
가라산 등로는 망산 등로 초입에서 부터 시작한다.
산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망산에서 시작하여 가라산 노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거제 지맥이라하여
연등하기도 한다.
다대마을
마을 이름이 다대마을이라 더 친밀감이 느껴진다.
황토빛 논밭에는
벌써 봄기운이 아른거린다
지난 주의 그 모진 추위들은 다 어디로 달아 났는지
바람 한점없는 날씨에
박무를 안은 바다는
몽상에 잠긴 고양이처럼 고요하다.
어제 축구 중계 탓에 쉬 이루지 못한 잠 때문인지
발걸음이 산행 초입부터 신산하다.
벌써 등에 땀이 베인다.
다대 산성에서
스틱 끝이 해금강을 향하고 있다.
가라산 저위부는 계절이 비껴다니는듯 초록빛이 여전하다
마치 아열대의 원시림을 지나는것 같다
팔색조가 산다는 후박나무 숲
전설의 숲에 잠시 살러 온 기분이다.
걷기만 하면 제 스스로 생명력을 찾아간다는 후박나무 길 섶에서
멀리 망등을 바라보며
숨고르기를 해 본다.
산 너머 해금강
좌측 끝 다포도와 소 다포도
좌측 다대만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모양의 천정산
우측은 저구만
망산은 손에 잡힐듯 가깝고
저구만 어귀의 장사도는 아예 길게 누워 세월을 앞에 두고 게으름을 피운다.
망산 뒤로 소병대도와 대병대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눈에 보이는 매물도를
사진은 미처 담지 못했다.
봄날의 남해섬은 늘 이렇게 오리무중이다.
망등 팔각 정자
가라산 봉수대
남쪽 가야산이라 하여 가라산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노자산으로 가는 긴 능선
능선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말이 지맥이지 하루에 두개의 산을 연거푸 타야하는 셈이다.
비록 육산이기는 하지만
산금의 흐름이 덕유산의 산세처럼 두텁고 묵직하다
이제 겨우 한 고비를 넘겼으니
얼른 내려가 새로운 각오로 노자산 오를 준비를 해야겠다.
학동 몽돌 해수욕장 앞바다
멀리 내도 (우측)와 외도가 외로이 떠있다.
보낸다는거 참 생각보다 쓸쓸하다.
다도해 남해섬 다 떠나보내고
마지막 가는 뒷모습처럼
외도 작은 섬이 떠나간다.
선녀봉 아래의 암봉
내도와 외도
율포만과 동망산
맨 뒤에 겨우 보이는 뾰족한 삼각형의 통영 미륵산
산성 길을 따라
봄날을 흉내낸 따듯한 햇살이 내려 앉는다
한땀 한땀 공들여 짠 직사처럼
한걸음 한걸음
정성을 다 해 산길을 오른다.
돌담 위를 걷는다는것이 영랑의 시를 읽듯 즐겁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그 햇발의 조근 조근한 속삭임이 들리는듯 하다
저 보드레한 에메랄드빛 바다처럼
실비단 하늘은 능라처럼 부드럽다.
봄길을 떠올리지 않아도
내 마음은 이미 봄길이다
우러를길 없는 하늘이다.
학동 몽돌 해수욕장
지나온 가라산의 온화한 능선길
거꾸로 돌아가는 베자민 버턴의 시간처럼
끝이 곧 최고의 행복은 아니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지나 온 길
그래서 늘 걸어야 할 길은 희망처럼 아름답다.
과거와 미래에 갇힌
체념과 용기가 뒤섞인 기분이
산행의 중간 무렵이면 으레 찾아 온다.
참 긴 길을 걸어 온 셈이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 또한 만만찮다.
이 순탄하지 않는 고비를 무릅쓸수 있게하는것은
늘 함께 걸어가는 동지들의 몫이다.
희망이 되는 시작.
성취의 기쁨을 주는 말미.
이렇게 시종의 즐거움이 순환하는것이 산행이다.
이래서 산행은 삶에 비유하기 좋은것이다
거제 망산에 올랐을 때에도
남해 금산에 올랐을 때에도
섬은 늘 님을 보낸 뒤의 울음으로 얼룩진 뻑뻑한 눈 같았다.
나는 아직도 명징한 윤곽의 남해 바다를 바라보지 못했다.
바다는 늘 꿈이요 슬픔이었다.
다만
내가 사는 몰운대 앞바다만이 확실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다대포가 이미 내 삶의 전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無常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전제.
이 변화야 말로 바다의 언어임을 나는 깨닫았다.
그러나 남해 바다는 늘 몽상처럼 희미했다.
두터운 껍질로 무장한 채
본질로의 접근을 거부하는 우무질 같았다
일종의 포에지였다.
뫼바위에서 바라 본 노자산으로 향하는 능선길
전망대
저 팔각정 너머가 노자산 정상이다.
산은 멀리 보이는데도 이미 가까이 와있을 때도 있고
가까이 느껴져도
어마 어마하게 멀기만 할 때가 있다.
이것은 원근이 주는 혼란에서 기인하는 현상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그때 그때의 심리적 상태에 따른
흐트러진 판단력 때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적절한 힘의 분배를 할 줄 알고
산행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는 예외겠지만
아직 힘을 안배할 줄 모르는 나같은 초심자는
종종 겪는 일이다.
뫼바위와 좌측 해금강
늙지 않는다는 노자산 정상에서
노자산 정산에서
거제 지맥의 연봉들을 바라 본다.
하나같이 낮은 산세이다.
낮게 몸을 낮추어 마침내 바다로 나아갈 모양이다.
섬들이 떠나가듯
산들도 그렇게 떠나갈 모양이다.
충무쪽 바다.
거가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거제 사람들에게는
충무가 생활의 중심지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거가대교가 생기고 부터 거제는 급속히
서부산의 경제권역에 편입되었다.
섬 사람들은
돈은 부산에서 쓰고
쓰레기는 거제에 갖다 버린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한다.
장림의 롯데 마트에서는
거제 손님을 위해 별도의 주차관리를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물품을 사면 거가대교 통행권을 준다.
한 때 거제시에는 강아지도
10만원 짜리 자기앞 수표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게 소리를 했다.
조선 한국의 자존심이었던 거제.
바야흐로 거가대교가
막혀있던 부산경제의 숨통을 트 놓은것같다.
16시 13분
혜양사 날머리 도착
- 후 기-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님의 산문집 제목처럼
가보지 못한 산길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봄날처럼 따뜻한
겨울 속을
늘 염두에 두고 가보지 못했던
거제섬의 등줄인
가라 노자산 종주를 하였다.
성급한 봄바다가 손에 미끌어질듯
잘 직조된 비단처럼 반짝거렸다.
하루를 잊고 산길에 파묻혔다.
기대한 바없었던 평화와 기쁨이 걷는 내내 따라다녔다.
다음 산행에 대한 건강한 갈망이
새록 새록 솟아나는 행복한 산행이었다
Leo Delibes
Coppe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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