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한라산 봄의 산문 157번째 후기

poll™ 2012. 5. 15. 11:02

 

 

 

 

 

 

 

 

페이터 산문의 일구처럼

세상이 불현듯 귀찮아 지고

나를 지탱하는 현실마져 번거러울 때면

나는 마르쿠스 아울레우스를 대신하여

한라산에 오른다.

 

한라산은 나의 명상록이다.

 

산은 상처받은 자존을 회복시켜 주는

위안의 병상이다.

 

길고 구부정한 길을 걷는 동안

현세에 왜곡된 내 뒤틀린 마음은  마침내 따사로운 치유를 얻는다.

 

 

 

 

선작지왓의 털진달래

 

 

고산부의 진달래이기에

꽃은 작고 나무는 야무지며

자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고아하다.

무릇 남자라면 이런 느낌의 여자를 얻어야할것 같다.

정결한 아이다처럼.

 

 

 

 

 

목전의 현실을 눈감는 다는것이

곧 행복이아니다.

 

나는 산에 올라 광활한 자연을 가슴 깊숙이 끌어 앉힘으로써

 명성을 향한 불편한 열망과 세속에 대한 과욕을 진정시킨다.

 

마음의 재무장이다.

욕망의 대상을 가볍게 만드는것이다.

 

산록에 부는 바람처럼 마음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것이다.

가금처럼 구속된 마음을 방목하는것이다.

 

 

 

 

 

 

 

 

 

 

 

 

 

 

큰앵초

 

 

얼마전 산불이 난 사제비 동산을 망연히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큰앵초.

 

부싯돌이 마른 풀에 불을 지피듯

꽃을 보는 순간 내 마음 속에 불길이 확 타오름을 느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신기한듯  꽃에 다가왔다.

대부분 처음 본 꽃이요,처음 들은 꽃이름일게다.

 

꽃을 설명하는 나 자신이 그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것 같았다.

아내도 옆에서 핸드폰에 꽃을 담았다.

 

꽃과 함께있는 내내

무엇보다 행복했다.

 

소중한 꽃을 소중히 담아왔다.

 

 

 

 

 

 

 

 

 

 

 

 

한라산 주봉

 

 

한라산 1700m 고지에서 만나는 한라산 주봉은

마치 백제 대향로를 연상시키듯

암질은 정교하게 조각해 만든 한송이 연꽃같다.

 

한라산 동쪽 진달래 동산 지나 처음 만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마치 한라산 주봉이 가면을 쓰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저 묵직한 침묵의 위상이

선작지왓에 둥글게 떠오르는 만월과 흡사하여

지리산 서북능을 따라 걸으며 접하는

반야봉을 잠시 떠올린다.

 

부드럽고 원만한 수월보살처럼

낭만과 자비가 가득하다.

 

노루가 마신다는 노루샘에서 마시는 물맛이

그날따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처럼 경쾌하고 청량했다.

 

 

 

 

 

병풍바위

 

1500m 고지를 지나며 만나는 제일 큰 경이는

병풍바위와 500 나한 바위다.

하지만 뒤 돌아보면

꿈결처럼 펼쳐지는 한라산의 푸른 산록이 자리하고있다.

 

점점이 떠있는 바닷속 이상향처럼

혹은 아련한 기억처럼 가물거리는 오름群.

 

사유로 향하게 하는 깊디 깊은 풍경이기에

 산을 오르면서도 어디론가 빨려드는듯한

묘한 기분을 느끼게된다.

 

 

 

 

다 조성된 부처의 相好에 점안을 하듯

세상을 향한 봄의 방점.

분홍 털진달래.

 

이보다 명쾌한 봄의 증언이 더 있으랴.

나는 발돋움하여 한치라도 멀리 봄을 보려 안간힘을 쓴다.

 

아! 고지가 저기 보이듯

봄에 다가가는 한라산이 보인다.

 

내가 바라보는 봄을 아내도 보고있을까.

내가 느끼는 이 봄의 감성들이 아내의 가슴도 적실까.

 

아내에게도 아내만의 온전한 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아내와 저만치 떨어져 아내를 밀행한다.

아내와 나 사이를 이은 보이지 않은 끈의 긴장이

오늘만은 나비처럼 느슨하다.

 

 

 

 

정결한 봄

 

 

 

 

 

 

병풍바위 지나며 바라 본 오름群

 

 

제주해협에 한바탕 비바람이 지나간 후

봄볕에 나뭇잎 비로소 몸추스려 일어설 때.

 

돌아서는 방향으로

몸 낮추어 사라지는 오름.

 

희망을 찾아 산에 올랐을 때.

진부한 욕망이 바다를 향해 사라질 때.

 

내 마지막 가진것을 솓리

노스텔지어처럼 떠나보낼 때.

 

아! 진정 소리없이 사라지는것들은 다 아름답다.

 

 

 

 

 

 

 

 

 

 

 

선작지왓의 진달래

 

 

 

 

 

설앵초

 

 

재작년 신불산에 설앵초를 보러갔다가

꽃봉오리가 미쳐 영걸지 않아

머쓱한 쑥대머리같은 꽃대 겨우 보고 왔는데

아!  이즈음 할라산 산록에는 설앵초가 지천이다.

 

조릿대 사이에 겨우 땅 한뼘 빌어

이렇게 소담스레 봄을 밝히다니

나는 흥에 겨워

염치를 잊은 채

땅을 뒹굴며 꽃을 담는다.

 

행복을 모르는 자.

아름다움을 모르는 자들이여!

그냥 이 자리를 지나가라.

 

세상에는 누구와도 나누기 싫은 이기적 행복도 있기 만련이니까.

 

 

 

 

 

 

 

 

 

 

 

 

 

진달래를 보러 한라산에 갔다가

때가 일러 萬發을 보지못하고

슬쩍슬쩍 마음 훔치는 봄처녀의 설레임을 한끗 담아온다.

 

카메라에 욕심껏 봄을 담는다.

프레임의 끝에서 간당거리는  이 수줍음이 많은 봄이 좋다.

 

 

 

 

선작지왓

 

선은 서있다는 의미요,작지는 돌을 이르는 말이다.

왓은 밭이라는 제주 사투리다.

 

잘 익은 보리처럼 누른 때죽밭에

수줍은 털진달래 분홍빛이 얼굴에 생기를 주는 볼텃치처럼 무딘 삶을 일깨운다.

 

봄빛이 은근하다.

산록의 냉기를 다 재우고도 남을 따뜻함이다.

 

나는 이 따뜻함이 너무 좋아

일망무제의 봄벌에 홀로 서서

한동안 나를 잊고 茫然했다.

 

 

 

 

 

조가비를 엎어놓은 듯한 능선 너머

풀어진 실타래처럼 길이 이어진다.

 

갓 깨어난 새벽녁처럼 行者가 길 위에 더문거린다.

느리고 부드러운것은 다 봄빛이다.

누른 조릿대에도 연두의 봄빛이 설핏하다.

 

넋을 놓고 걸어도 살붙이 하나 다칠것 같지않은 안도감이 밀려온다.

다가 설수 없는 곳이기에

먼 발치 공룡의 비늘처럼 날이 선 바위 끝을 바라보며

갈수 없는 마음 애태운다.

 

 

 

 

 

샤워처럼 구름을 뒤집어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주봉.

짙푸른 구상나무 숲 위로 사뭇 자태가 장엄하다.

 

 

 

 

 

 

 

 

 

 

 

 

 

 

 

 

 

 

 

 

 

 

 

 

떠오르는 관능.

 

진달래 너머로 오름이, 그 위로 또 관능의 주봉이 겹쳐진다.

密行을 하며 훔쳐보는 관음증처럼

봄 동산 너머로 훔쳐보는 근골의 암봉이 또한 고혹적이다.

 

봄은 고양이 털과 같다고 하는데

정말 세상은 고양이의 털처럼 부드럽고,눈망울처럼 도도하다.

손바닥에 얹어 놓은 푸른털의 고양이처럼

봄 기운을 양손 가득히 느껴본다.

 

 

 

 

 

 

 

 

 

 

 

만세동산 전망대

 

 

 

 

민들레

 

 

 

 

 

 

민대가리 오름-장구오름-한라산 주봉-붉은 오름-누운오름

 

붉은 오름과 누운 오름 사이가 윗세오름 대피소이다.

윗세오름은 붉은 오름 누운오름 족은 오름 셋을 합해 이르는 명칭이다.

민대가리 오름은 예로부터 나무가 자라지 않아 민대가리라 부른다.

장구오름은 장구처럼 잘록하게 좁아져서 그렇게 불린단다.

 

 

 

설앵초

 

 

 

 

 

 

 

 

 

 

 

 

고사목

 

 

 

 

 

 

 

쳇망오름 원경

 

 

 

 

 

 

 

설앵초

 

 

 

 

쳇망오름 

 

 

 

 

 

큰앵초

 

 

 

 

 

 

 

 

 

어리목의 봄 숲

 

 

나무를 타고 오르는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봄이되는 속삭임.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만난다면

내가 없고

멀리 떠나버린 너도 없는

텅 빈 오월을 만난다면.

 

나는 피안에 비로소 다다른건가.

나를 오르게 한 나무.

 

건조할 뿐 허무한 허공.

 

 

 

 

함백의 아침

 

 

 

 

오백나한

 

 

 

 

 

 

 

 

 

나무에게도 삶이 있다면

그것은 무척 고단한것이리라.

 

설사 가능하다하여도 흉내내지 마라.

그냥 서서 자라는 나무란 없다.

 

아무도 없는데 떨어지는 낙엽과

홀로 죽어가는

나무를 나는 사랑한다.

 

 

 

 

병풍바위

 

 

 

 

 

 

 

 

 

 

 

 

 

 

 

 

 

 

 

 

 

 

한라산 진달래의꽃빛이 유달리 고운것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어이 꽃을 피운 억척스러움에 기인하려니와

꽃의 배경을 이루는 현무암의 검은 색이나

짙푸른 상록의 구상나무를 이웃해 있기에 그 빛이 더욱 선연하리라.

 

봄빛에 강렬한 생명을 불어넣는

또 하나의 배경.

아름다움은 이처럼 서로가 서로의 공간을 향해 조응하는것이다.

 

 

 

 

털진달래가 있는 한라산

 

 

 

 

선작지왓의 털진달래

 

 

 

 

 

 

 

 

 

 

- 후 기-

 

 

주당이 술을 가리지 않듯

산에 한해서 내게 청탁이란 없다.

 

높은 산이던 낮은 산이던

一山은 늘 一喜다.

 

봄빛이 비록 화사하고 경쾌하다 할지라도

나는 봄빛의 지극함을 사랑하지 않는다.

 

사라져가는 봄기운이

바다 멀리 한라산 기슭에는 아직 남아있다는데

 

오월의 한라산 산록에서 처음 만난

소박하고 단아한 봄빛이야말로

내게는 비로소 봄빛이었다.

 

그윽하고 소담한 봄향기

주객일체,

물심일여의 현요함.

 

감성의 고갈도

세속의 혼란도 없는

풍부하고 유열한 풍경.

 

데림추처럼 따라다니는 아내를 곁에 두고

봄을 곁눈질하는 외도조차

한라산 봄빛 아래에서는 이미 다 용인된다는 사실을

우리 꼭 잡은 두 손이 벌써 확인해 주었다.

 

 

 

 

 

 

Paganini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첸토네 소나타



Sonata No 3 In A Maj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