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고군산 열도를 가다

poll™ 2012. 6. 4. 10:51

 

 

 

 

 

 

망주봉과 명사십리

 

화려한가하면 그윽하고

그윽한가하면

쿵쿵 가슴이 요동치듯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깨 너머로 훔쳐보는 처녀의 가슴처럼

도처가 현요할 따름이다.

 

 

 

 

 

 

 

 

 

 

 

 

 

 

 

경이로운 아름다움이란

풍경을 통해 얻는 특별함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나 느끼는 일종의 광채같은것이다.

 

푸른 바다 위에 비로소 떠오른듯한 선유도의 첫 인상은 

빛이었고 경이였다.

 

그 빛들이 마음에 서늘한 그림자를

부단히 만들어내

내 마음을 태풍이 지나는 가로수처럼

주체할 수없이 흔들어 놓았다.

 

 

 

 

 

 

 

 

 

 

 

 

 

 

 

 

 

 

 

 

 

 

 

 

 

 

 

 

 

대장도 대장봉

 

쉰 다섯번째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나는 서해 바다를 처음 보았다.

 

yellow sea , 황해.

 

참조기 노란빛을 떠올리며

이즈음의 누른 보리밭을 상상했던 나는

푸른 바다와 하늘이

어슴한 에메랄드빛으로 만나

세상의 별채를 이루는

고군산 군도의 제섬들을 눈앞에 뜻밖으로 두고

주체못할 안복을 누리느라 타념이 없었다.

 

생각이 자유를 찾아 방기된 탓일까.

눈 앞의 세상을 설명할 언어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문장이란 결국 쇠를 두드려 예민한 칼날을 만드는것과 같다.

마술사의 손에서 홀연히 비둘기가 나타나듯

내  머리 속 암담함을 끊어 줄 단  한칼의 선예한 칼끝을  소망했다.

 

때를 맞추어 몇마리의 갈매기가 날아들었고

지조 높은 갈매기는 새우깡을 마다한 채

뱃전을 맴돌다 역광의 하늘로 사라졌다.

 

갈매기 날개 끝에 광휘에 가까운 단어들이

물비늘처럼 빛났다.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선유대교

 

 

 

 

 

 

 

 

섬은 뭍과 바다의 중간 언어다.

평면과 공간의 임계이다.

 

두개의 충동이 늘 위태롭게 부딛히는 슈만의 음악처럼

섬은 때로는 불과 같은 신열이요

때로는 투명한 꿈길 같다.

 

비내리는 날 우연히 들은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삼악장을 여는 느린 피치카토.

바람기 없는 바다 위에 더문 더문 떠있는 섬그림자로부터

피치카토의 단속음이 느껴졌다.

 

물결을 현의 음에 비유하는것은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바다는 현이요 air였다.

잘 짜여진 견고한 프레이즈였다.

 

 

 

 

 

 

 

 

 

 

 

 

 

 

 

 

 

장구잠섬  주삼섬  앞삼섬

 

섬과 섬 사이에 포르테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 끝에 긴장의 비밀장치가 내장되듯

풍경의 아름다움 뒤에도

고독과 대치하는 긴장감이 놓여있다.

한 송이 꽃과같은 칸타빌레.

섬.

 

 

 

 

 

 

 

 

멀리 선유봉

 

 

 

 

 

 

물수제비를 뜨듯 이어진 섬들이

선유교 다리 아래를 지나자

문득 방향을 잃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흐르는 물에 머리칼을 풀어 씻는듯한 시원함이 목줄을 타고 흘렀다.

머리칼이 흘러 대양에 닿는듯한  청량감이었다

바다와 나 사이의

묵시적 약속처럼

머리 카락을 통해 섬과 나 사이가 닿아있었다.

 

 

 

 

 

 

 

 

 

무녀봉

 

 

선유봉 가는길의 한적한 어촌

여름 어촌은 젊은이들의 차지다.

 

한껏 노출한 몸으로

서로의 몸을 즐긴다.

구리빛의 다리가 뒤엉기고

몸이 포게진다.

 

아내와 나는 물을 마신다.

아내는 조금, 나는 많이 마신다.

이와다 히로시의 詩처럼.

 

 

 

 

선유도 선유봉

 

 

 

 

 

 

죽음을 향해 뚜벅 뿌벅 다가가는 저 섬처럼

내 걸음도 삶의 한 에피소드이다.

 

선유봉을 오르며 만난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잘못을 들켜버린 아이처럼

표현이 메마르다.

 

대장봉과 망주봉의 꿈결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생각을 흔들어 놓았다.

생애를 통해 경험해 보지 못한

아름다움이었다.

 

첫경험은 새로운 기준이 된다.

섬들의 본초자오선

선유도

 

허리를 꼿꼿이 세워 더 먼 바다를 바라본다.

 

 

 

 

 

 

 

대장도 대장봉

 

김홍도가 그린 군선도처럼

혹은 남해 관음처럼

대장도 대장봉은

마음에 들어 올것을 전제로 떠내려 온 섬같다.

 

가슴 밖에도 섬이요

가슴 안에도 또한 섬이다.

 

사로잡고 싶어 미칠것같아

마침내 그것이 되어 투항해 버린 섬

극명한 존재감이다.

 

 

 

 

 

 

 

 

 

 

 

 

 

 

 

 

 

 

 

 

 

 

 

 

 

 

 

 

 

 

 

 

 

 

고군산 열도의 정경

 

 

 

 

 

 

 

 

 

망주봉과 명사십리

 

이 한장 사진을 찍고 나서

나는 오늘 할 일을 다 마친 기분이 들었다.

홀가분했다.

 

더없이 깔끔한 기분

담백함

 

 맥주의 드라이한 뒷맛같다.

 

 

 

 

 

 

 

 

 

 

 

 

 

 

 

 

 

 

뒤쪽 관리도

 

 

 

 

 

 

언제 봐도 눈을 뗄수 없는 풍경이다.

풍경에 딱풀을 발라놓은듯

섬이 시야를 따라 움직였다.

 

수만장의 그림이 풍경을 배경으로 삐라처럼 날라다닌다.

나는 그 그림들을 주체 할수 없다.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른다.

저인망에 걸려든 불쌍한 치어처럼

사진이 넘쳐난다.

 

 

 

선유봉에서 본  정경

 

 

 

 

 

 

 

 

 

 

 

 

 

 

 

 

 

 

 

 

 

 

해당화와 대장도

 

 

오늘 이 섬에서 일어 난 모든것이 난생 처음인것이지만

섬마을 한 귀퉁이에서

알아주는 이 없이 피어있는 해당화도

난생 처음이었다.

 

난생처음이기에 그 발견의 기쁨을 견줄바 없다.

아내에게 해당화처럼 붉은 혀로 속삭인다.

저 꽃이 해당화라고.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노래에 나오는 바로 그 해당화라고..

 

아내의 마음도 꽃처럼 붉어졌을까.

 

 

 

 

 

선유봉

 

 

 

 

새 부리를 닮은 바위

 

 

 

 

 

 

 

대장봉을 오르며

 

 

 

 

 

대장봉에서 본 고군산 열도

 

장자도 선유봉 그 너머 무녀봉 멀리 신지도

그 너머가 새만금이다.

 

 

 

 

 

 

원경이 그리움처럼 아득해 질무렵

주위에는 이제 아내와 나 둘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밧줄을 타고 바위를 내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얼른 아내에게 다가갔다.

서투른 솜씨로 아내가 밧줄에 메달렸다.

끙끙거리며 한발 한발 내려가는 아내를 보자

두려움이 아니라 조바심이 났다.

 

망주봉이 함흥 가는 열차처럼 멀어졌다.

 

 

 

 

 

 

 

 

 

 

 

 

 

 

 

 

 

섬과 섬을 잇는 마음의 끈이실제로 이었을 때의 풍경

 

섬을 잇고 싶은 간절한 욕망이

다리를 만들고 길을 만들었다.

 

섬은 고립을 잃고

순결을 내 놓았다.

 

이제 섬은 시집온 며느리처럼 多産을 준비한다.

더 많은 재화와

더 많은 사람의 행열들이

점령지의 군인처럼 몰려올것이다.

옛것을 잃고 새것을 강요받을것이다.

 

더 어두워지고 살벌해진 풍경들이 오버랩되었다.

순결한 채  바라보게 될  마지막 섬일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산한 감상이 풍경을 어지럽혔다.

 

 

 

 

 

 

 

 

 

 

 

 

보이는 물고기는 미끼를 물지 않는다.

 

낚시꾼을 비웃듯 팔뚝만큼 큰 물고기가 노닌다.

물 위로 미끼가 던져진다.

낚시꾼의 마음만큼 금새 물이 흐려졌다.

갯바위에  하얀 갈증의 햇살의 뜨겁게 내려않는다.

 

 

 

 

 

 

 

 

망주봉과 명사십리

 

 

 

 

 

술에 취한 양귀비에게 현종이 물었다.

"아직 술에 취해있느냐?"

"해당화의 잠이 아직 깨지 않았습니다."

양귀비가 자신을 해당화에 비유한것이다.

 

어느꽃이 더 아름다운지 우열을 가릴 수는 없겠으나

명사십리 모래밭에서 만나는 붉은꽃 해당화는

얼마나 큰 원망을 지녔기에

저리도 붉은 눈시울 같을까.

 

 

 

불붙이는 꽃 해당화

 

 

내마음 한번

다시 한번만이라도 붉어졌으면...

 

툭 떨어지는 지심도 동백꽃이 아니라

아슴한 대낮 혼불처럼 흔들거리다

마음 한번 오지게 멍들여 줄

명사십리 해당화 붉은 꽃이었으면...

 

 

 

 

 

 

 

 

 

 

 

 

 

 

 

 

 

 

 

 

 

 

 

 

 

 

 

 

-  후 기 -

 

 

사랑을 가리켜 자기희생이라고 말한

톨스토이의 말은

너무 현자적이다.

 

 

무릎을 꿇고 받아야할 성찬이라던

오스카 와일드의 범박한 사랑도

지금은 어두운 카페 한구석으로 조용히 물러났다.

 

 

사랑은 늘 터무니없고

미친 불꽃처럼 불가사의 했다

 

명사십리 모래밭에

함박처럼 곱게 핀 해당화

 

해당화는

먼 곳에 살고 있는 누님같고

일찍 세상을 떠난 아우같고

아내의 속살 같았고

오래 묵은 내 신경통 같았다.

 

그것이 다 사랑인것 같았다.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2번  3악장


3) Leise, einfach 조용하게, 꾸밈없이
Gidon Kremer, Violin / Martha Argerich,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