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오르는 산/산행

쇠뿔봉

poll™ 2012. 11. 5. 11:56

 

 

 

 

어수대 들머리에서

 

 

 

 

일기가 불순하여 새재에서 청림마을로 내려옴

산악회 산행 역사상 가강 단시간 내에 하산하는 기록을 세움

그 덕분에 변산 채석강과 새만금 방조제 관광을 할 수 있었음 

 

 

 

어수대

 

천년 옛절에 님은 간데 없고

어수대 빈터만 남았네.

지난일 물어 볼 사람도 없으니

바람에 학이나 불러 볼 까나.

 

-매창-

 

 

임금님이 여기서 물을 마셨건 세수를 하셨건

내 알바 아니다.

학은 이미 날아가버렸고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홀로 남은 이름이  낙엽처럼 안스럽다.

 

 

 

 

 

어수대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들머리에서 부터 범상치 않은 단풍이 따라 붙는다.

 

단풍 속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일행들의 그림자를 뒤 쫓아

얼른 사진 한장 담는다.

 

빗방울이

 간을맞추듯 위태 위태 떨어진다.

산행거리가 짦아 바쁠것 하나  없을 터인데

나도 그들을 따라 덩달아  마음이 빨라진다

 

 

 

 

 

 

 

 

 

악착같이 붙어있는 거머리처럼

나무가 바위에 용을 쓰며 붙어있는 가운데

마치 근골의 사나이가 팔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추운 겨울에도 반팔을 입듯

강한 바위들이 건강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작지만 매운 고추처럼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산너머 부안 앞바다에는

쓸물이 비에 젖어 고요한데

산중의 인파만이 비설걷이하듯 시끄럽다. 

 

 

 

 

漁鹽柴草가 풍부한

山海絶勝

 

호남정맥의 끄트머리에서

남은 정기를 다 토해내어 만든 명산이다.

 

 

 

 

 

점점 멀어지며 바다가 되어가는

老齡의 산맥처럼

낮아지는 산들의 뒷모습이

느린 속도로 마름하는 코다처럼 슬퍼보인다.

 

비가 음과 음 사이의 긴 여운처럼  떨어진다.

숙연한 풍경에 짐짓

이정도의 비는 맞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를 맞으며 걸어니

풍경이 우울을 과장한다.

 

정조준이 힘든 먼 과녁을 바라보듯

비구름에 잠긴 서해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리본처럼 앙증맞은 우금산 실루엣.

 

 

비오는 날

먼 곳으로부터 한마리 나비가 날아들었다.

 

바위에 부딪히며 물방울을 튀겨내는

나비의 몸짓이 느껴진다.

 

생각이 기중기가되어

어린시절 내가 알지못한 채 저질렀던 잘못들을

 무거운 추를 단 채 끌어 올린다.

 

허물을 벗고 어른이 된 내 팔 위에

빠삐용의 나비가 날아든다.

 

 

 

 

 

 어수대 일대는 여자의 그것처럼 산을 파고 들고

우금산 울금 바위가 또 멀리 보인다.

 

그곳에 우금산성이 있고

백제 왕궁터를 개조한 개암사가 있다.

변산 앞바다 바닷바람을 다 막아줄듯한 기막힌 산세다.

밤새 부엉이가 울다 가고

횃대가 훨훨 타오르는 가운데

열심히 그물을 터는 어부들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西쇠뿔봉과 고래등 바위

 

고래등 바위에 올라서자 비바람이 한층 매섭게 몰아친다.

맑은 날이면 능히 쇠뿔봉 봉우리에 올랐음직하지만

오늘은 바위가 미끄러워 한발자욱 내딛기조차 조심스럽다.

바위에서 떨어져 죽은 악령들이 내 등뒤를 괴롭히는듯 했다.

 

다리 신경이 죽은 나는

광우병이 걸린 소처럼 양 다리를 떨며

지팡이에 의지해 조심 조심 바위 아래를 향해 내려간다.

 

바위 아래에서는 기념 촬영을 하느라 타 산악회 회원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오래 서있기도 무엇하고

돌아서기도 무엇한 묘한 상황이었다.

 

 

 

 

쇠뿔봉의 멋지고 의연한 모습

 

 

 

 

 

 

 

 

 

 

 

 

 

 

 

 

 

 

 

 

 

 

 

 

 

 

 

 

 

 

 

 

 

 

 

 

 

 

 

 

 

 

 

 

 

 

 

동봉쪽

 

서봉에 올라 동봉을 보면 북한산 인수봉처럼

멋진 단애를 감상할 수 있는 위치가 되는데

부득이 오늘은 이정도의 시선에서 만족해야한다.

 

 

 

 

 

 

 

 

의상붕

 

저 의상봉 너머가 유명한 새만금 방조제이다.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세계최장의 33km의 방조제가 보였을터인데

구름에 시야가 가려 오늘은 볼 수 없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다

 

 

 

 

쇠뿔바위

 

 

 

아름다운 내변산

 

지장봉과 투구봉

 

 

 

 

자장봉과 바위군

 

 

 

 

 

 

 

 

 

 

 

 

 

 

 

 

 

 

 

 

 

지장봉의 위용

 

지장보살은 지옥을 관장하는 어두움의 교주다.

대지의 태,대지의 자궁이란 뜻으로

땅을 감싸고 있는 보살이란 뜻이다.

 

지장봉이 관할하는 내 변산의 풍광을 보면

누가 봉우리 이름을 이리도 잘 붙였나 싶을 만큼

찬탄을 금치 못하겠다.

 

그 지장의 영험이어서 그런지

지장봉에서 투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아름다움이

비속에 한층 우련하다.

 

 

 

 

 

 

 

 

 

 

 

 

오늘 산을 걷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산을 벗처럼

벗을 산처럼"

 

산은 만들어 지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행을 할 때는

좋은 벗을 만들듯  기꺼이 자기 희생을 감수해야합니다.

그러다 보면 벗처럼 친근해 지는것이 산입니다.

 

無情의 산을 통해 有情을 만들어 내어

끝없이 대화를 시도하는것이야 말로

자신을 향한 길을 여는 단초입니다.

 

벗은 반대로 만들어 지는것입니다.

원래 이었던 그대로가 아닙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산길을 걷듯 진중할 때

진정 자신을 알아보는 벗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견고해진 이후에야

벗은 비로서 벗이되기 때문입니다.

 

 

 

 

 

 

 

 

 

 

 

 

 

 

 

청암마을에서 본 쇠뿔봉

 

고생을  모르고 살다가

자신이 이룬 결과를 보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알아차린것처럼

날머리에 서서 쇠뿔봉을 바라보니

우중에 정신 없이 걸었던 산의 자취가

마치 설악 준봉을 타고 하산한듯

대견한 마음이 든다.

 

볼수록 멋진 산이다.

 

 

 

 

 

 

 

 

 

 

비가 그치자 수많은 사람들이 채석강에 나타났다.

그들은 제 각기 맡은 바 연기를  충실히 해낸다.

사랑이

 

우정이

이별이

채석강을 가득 메운다.

 

아이다를 보듯

감동이 질펀하다.

뜻밖의 느낌이었다.

진정 사람이 주인공인  세계같았다.

 

 

 

 

 

 

 

변산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집니다.

이야기를 찾으로 오는 사람도

이야기를 만들러 오는 사람도 다 여기 채석강에 모입니다.

이들이 만드는 이야기를 상상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였어요.

 

 

 

 

 

채석강에서

 

 

채석강의 강은 江이 아니라 언덕岡 이지요

이태백이 술을 먹고 주사를 부리다 죽은 곳의 지명인데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을 그대로 따서 붙인 이름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곳 지질은

고성 상족암의 지질과 많이 닮았습니다.

 

중생대 백악기 말경 이곳에 분지 가 형성되고 물이 서서히 유입되면서

지층이 차곡 차곡 쌓였는데

신생대에 들어서면서  지표가 융기를 일으킨것입니다.

 

 

 

 

 

이암과 사암의 퇴적층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바다로 부터 침식 작용을 받게되지요.

고성의 상족암이 그 대표입니다.

 

이곳이 지질학적으로 보전 가치가 있는 곳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채석강 언덕 위에 건물이 들어서 있는것으로 보아

크게 보존 가치는 없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돈을 먹은 공무원이 무분별한 허가를 내 주었을지도요.

명색이 국립공원 안인데도 말입니다.

 

제가 밟고 선 이 땅은 지금 떠오르는 중일까요

아니면 가라 앉고 이있는 중일까요.

 

뭐 어때요.

저는 다만 여길 다녀갔을 뿐^^*

 

 

 

 

 

저 어두운 바다 뒤에는 위도가 있고

위도하면 배사고가 먼저 떠오르네요.

 

사람으로 덕실거리는 채석강

마치 크다란 캔버스에 마구 물감을 뿌려 그림을 그린

잭슨 플록의 그림이 떠오릅니다.

 

인간은 자연 앞에 다만 한방울의 물감일 뿐이다.

뭐 그런 얘기지요.

 

 

 

 

 

 

 

 

 

 

 

 

 

 

- 후 기-

 

숲 너머에는 늘 완벽한 모습의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았고

나는 상상을 통해  산을 부풀렸다.

 

그러나 때로는 상상만으로는 作爲할 수없는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부자연스럽고 난처하고 어둡기만한 세계가 아니라

일찌기 상상해 본 바 없는

놀라운 원더랜드다.

 

나는 오늘 그 세계를 보았다.

작위로 닿지않는 비경이기에

숙제처럼 또 다음을 기약하였다.

 

 

 


 

드뷔시의 달빛 하모니카 버전